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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6. 16:08

Mark Zachary Taylor. 2016. The Politics of Innovation: Why some countries are better than others at science and technology. Oxford. 297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에서 한 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다양한 제도적 요인을 비교한 뒤, 대외로부터의 정치경제적인 위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가져오는 궁극적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창조적 불확실성" creative uncertainty 라는 개념으로 요약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기술 지식은 배타적 소유가 어렵기에 시장에서 적절히 공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혁신을 불러오는 다섯가지의 핵심 요인이 있다. 첫째는 지적 소유권이 잘 설정되 있을 것, 둘째,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금, 셋째, 과학기술 교육, 넷째, 연구중심 대학, 다섯째, 국내 기술 발달을 유도하는 무역정책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모두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실행된다.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소유권 보장과 인센티브 제도, 민주주의, 권력 분산, 투명성, 등의 제도 환경을 경제 성장의 필수 요인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국가들을 비교해보면 양호한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과학기술 발전이 부진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제도는 부실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이 활발한 나라가 있다. 호주나 오스트리아가 전자에 해당하며, 한국과 중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양호한 제도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낳는 필요조건은 아닌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은 관행을 바꾸는 것이기에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를 낳는다.  기존의 기술로부터 기득이권을 누리던 집단은 혁신적 변화에 반발한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연구에서부터 개발된 기술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다양하게 방해하면서 기술 발달을 힘들게 한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에서 새로운 기술은 방해를 받는다. 기득이권 집단에는 노동자에서부터 경영자, 정치인,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역사에는 기득이권 집단의 방해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지체되거나 좌절된 경우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국외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위협이 국내 세력의 방해보다 더 클 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국외로부터의 경쟁과 위협이 높으면, 국민이 합심하여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요구가 전사회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안보 위협은 국방력을 높여야 할 필요를 낳으며, 이는 정부의 적극적 과학기술의 투자를 낳는다.

국가의, 특히 정부의 제한된 자원을 과학기술 발전에 투자하는 것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긴박한 필요가 없는한 이러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가 불확실한 과학기술보다는 보건 복지, 교육, 지역 개발 등 국민의 삶에 근접한 실용적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라는 요구가 더 힘을 받는다. 이것이 안보 위협이 높은 나라에서만 주로 과학기술의 적극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과학기술의 인력, 자본, 기업, 지역 등을 둘러싼 국내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치중할 때 성과를 발휘한다. 연구기관과 산업체를 연결하고, 기술과 자본을 연결하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을 연결하고,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등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타이완은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성공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저자는 한마디로, "경쟁이 혁신을 낳는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경쟁과 위협이 없으면, 국내 세력들이 갈등을 벌이면서 혁신의 동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배하는 상황을 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타당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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