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Linden. 2011. The Compass of Pleasure: How our brains make fatty foods, orgasm, exercise, marijuana, generosity, vodka, learning, and gambling feel so good. Penguin books. 195 pages.
저자는 신경생리학자이며, 인간의 쾌락이 작동하는 신경생리학적 기제를 설명한다. 쾌락을 유발하는 메뉴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인간의 뇌 속에 존재하는 신경생리학적으로 유사한 장치를 통해 작동된다.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은 뇌 속 깊숙이에 쾌락을 관장하는 중추가 있다. 쥐의 뇌의 쾌락 중추에 전극을 박고, 이곳을 자극하는 전기 자극을 스스로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하면, 쥐는 식음을 전폐하고 쾌락을 유발하는 행위에 전념한다. 쾌락을 느끼는 것은 생물의 생존과 후손 번식을 위해 진화한 능력이다.
헤로인, 코카인, 등 향정신성 약물은 모두 이 쾌락 중추의 작동 기제에 영향을 미친다. 약물을 계속 복용하면, 두뇌의 쾌락 중추의 회로를 변화시켜 의존성을 만들어낸다. 투약 회수가 늘어날 수록 쾌락을 얻으려면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며, 갈수록 투약이 가져오는 쾌락보다 복용하지 않았을 때의 갈망이 더 커진다. 일반인과 비교할 때 약물 중독자가 약물에 의한 쾌락을 더 느끼기 때문에 약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복용하지 않을 때의 괴로움을 더욱 심하게 느끼기 때문에 약물을 찾는다. 복용하지 않으면 약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서, 복용으로 빠져드는 유혹을 이기기 힘들게 된다. 한동안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약물 사용을 연상시키는 상황을 마주치거나, 삶의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다시 약물 복용으로 빠져들게 된다. 약물 사용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일반에 퍼져 있는데, 사실 약물 중독은 생리적인 문제이므로 의지로 중단하기 어렵다. 금단 현상을 개인의 의지로 극복하기는 힘들다.
두뇌의 쾌락 중추의 회로 변화를 가져와서 의존성을 만들어 내는 약물은 법으로 금하는 마약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담배와 알콜은 모두 쾌락 중추의 회로 변화를 가져와서 의존성을 만들어 낸다. 담배의 니코틴이 주는 쾌락의 강도는 크지 않지만, 담배를 피는 사람은 담배를 자주 피기 때문에, 잦은 자극으로 인하여 쾌락 중추의 회로가 서서히 변화한다. 니코틴의 약물 의존성은 다른 마약과 다르지 않다. 담배는 폐암, 고혈압, 등을 유발하여 건강에 매우 해로움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반면, 건강에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인 대마초를 규제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여러 나라에서 엄격하게 법으로 금지하는 대마초나 엑스타시 등은 쾌락 중추의 회로 변화를 가져 오지 않으므로, 심각한 약물 의존성을 낳지 않는다.
음식 역시 쾌락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병적으로 비만한 사람은 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제한하는 호르몬이 두뇌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 몸 속의 지방은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비만한 사람의 뇌는 이 호르몬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음식 섭취를 제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섹스, 도박 등도 뇌의 쾌락 중추의 작용으로 쾌락을 느낀다. 도박 중독자에게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은 확실한 보상보다 더 큰 쾌락을 가져다 준다. 잦은 섹스나 도박 또한 약물과 마찬가지로 쾌락 중추의 회로 변화를 유발하여 의존성이 만들어질까? 다시말하면 섹스 중독, 도박 중독은 약물 중독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생리적인 문제인가, 아니면 의지로 조절 가능한 행동의 문제인가? 약물 중독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쾌락 중추의 회로 변화로 인한 문제로 추정된다. 다만 이러한 의존성에 쉽게 빠져드는 유전적 기질이 있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중독자의 중독의 원인의 30~50%는 유전적 기질 때문이다.
인간은 구체적인 물질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관념에 의해 쾌락을 느끼고, 다른 쾌락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믿는 이념이나 종교에 헌신할 때 쾌락을 느끼고, 이러한 이념을 위해 먹고 섹스하는 등 생리적 쾌락 유발 행위를 억제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현재의 뇌생리학의 연구는 뇌의 작용을 이해하는데 초보적인 수준에 있다. 그러나 저자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뇌의 작용을 완전히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인간이 미래에 두뇌의 쾌락 중추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쾌락을 스스로 조작할 수있다면, 실험실의 쥐가 보여주듯이, 인간이 힘들게 노력을 하려고 하지 않기에 인류의 문명이 멸망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 지식을 풀어썼다. 전문 학술 용어가 매우 많이 등장하여 읽기 불편하다. 전문용어를 조금 가지치기한다면 좋았을텐데, 읽은 수고의 상당부분을 발음도 힘든 긴 전문용어를 눈으로 쫓아가는 데 낭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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