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 13:13
[잡동사니]
아침 9시에 버스에 올라 저녁 6시가 지나 내렸으니 아홉 시간이나 버스를 탔다. 부다페스트에서 클루지나코타라고 루마니아 북부에 있는 도시까지 이동했다. 그 도시에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부다페스트로 가는 중간점에 있는 대도시이다. 거리로 340 킬로 쯤 된다는데 버스가 중간에 있 소도시를 모두 들러 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루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도중에 두번이나 큰 사고를 목격했다. 하나는 콘테이너 트럭이 급커브 길에서 뒤집힌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승용차 두대가 경사로에서 충돌했다. 두 차가 엄청나게 우그러진 것으로 보아 두차에 탄 사람은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버스는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 정차 했으며 여러 도시의 버스 터미날에 쉬어갔다.
나는 출입구 가까운 좌석에 앉은 덕분에 많은 만남과 작별을 목격했다. 부크레시티에서 탄 중년 여인이 기억난다. 그녀는 훤칠한 키에 글래머 스타일로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짙게. 하고 긴 숄로 멋을 낸 차림이었다. 그녀를 배웅하러 나온 여성은 그녀보다 몇살 젊어 보이는데 한눈에도 모델같다. 버스를 탄 여성은 한창 때를 지나 얼굴이 약간 이지러졌다. 성형수술을 한 것이 오래되 망가진 것 같다. 반면 그녀를 배웅나온 여성은 한창 때다. 찬 아침 공기에도 그둘은 차가 출발할 때까지 오래도록 함께 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한다. 한동안 못볼 사정인가 보다. 추측컨대 두 여성은 같은 일에 종사했는데 한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 가는 것이다. 레스비언일 수도 있다. 버스가 출발하고도 두 사람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 한다.
가장 감정이 풍부한 만남과 헤어짐은 연인 사이이다. 어느 소도시에 버스가 정차하여 한 여성이 내리자 그녀를 마중나온 남자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다가 온다. 둘은 한동안 포옹을 풀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나에게 까지 가슴이 따뜻해 온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몇번이고 키스를 하며 작별을 아쉬워 하는 커플도 여럿 보았다. 아버지가 멀리 떠나는 딸과 함께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마치 그 아버지가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멀리 떠나는 딸을 배웅하며 한편으로 든든해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험한 세상에 조심하라고 몇번이나 당부했을 것이다.
그들을 보며 문득 나에게도 있던 지독한 이별이 떠올랐다. 무엇을 모르던 한창 젊은 시절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와 만나는 나날은 설레이고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살았다. 세상에 두려울게 없었다. 어리석고 능력이 부족하여 결국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오랫동안 세상 살아갈 기운을 다 잃은 듯 헤멨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 후 어느 것에도 감흥이 없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됬다. 설레이는 삶을 갈구했지만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와 만남이 성사되어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안았을 것이다. 아니 더 힘들게 살게 됬을 수 있다. 그래도 다시 살라면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택하겠다. 몇년이 지나 유학을 떠나고 결혼을 임박하여 그녀의 어머니와 잠시 통화 했다. 나에게 무척 잘해준 분이기에 어린마음에 그냥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섭섭해 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일이 생생하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관찰하고 생각했다. 먹고 사는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것 같다. 먹고 사는 것 외에 바쁜 일이라면 단연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다. 동물의 짝짓기 말이다. 짝짓기의 계절이 지나면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다. 그 아이들이 크면 또 짝짓기를 할테고. 내가 연애하면서 그렇게 설레었던 것은 짝짓기를 하도록 조건지어진 진화의 결과이다. 그때가 지나면 그런 감정은 다시 샘솟지 않는다. 그 시절을 그리워할 뿐.
사람들은 자신이 젊은 시절에 듣던 음악을 일생 좋아 한다. 지금 나이든 사람은 7080 음악을 좋아하고 그 전에 나이든 사람은 뽕짝을 좋아한다. 이는 자신이 짝짓기 시절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감정이 고정된 때문이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와 냄새에 고정되듯이. 내가 마음이 허전하고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은 사랑의 계절이 지나 버렸기 때문이리라. 지금 사랑하는 젊은이는 내가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설레고 날아갈 것 같이 하루를 살겠지.
나는 출입구 가까운 좌석에 앉은 덕분에 많은 만남과 작별을 목격했다. 부크레시티에서 탄 중년 여인이 기억난다. 그녀는 훤칠한 키에 글래머 스타일로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짙게. 하고 긴 숄로 멋을 낸 차림이었다. 그녀를 배웅하러 나온 여성은 그녀보다 몇살 젊어 보이는데 한눈에도 모델같다. 버스를 탄 여성은 한창 때를 지나 얼굴이 약간 이지러졌다. 성형수술을 한 것이 오래되 망가진 것 같다. 반면 그녀를 배웅나온 여성은 한창 때다. 찬 아침 공기에도 그둘은 차가 출발할 때까지 오래도록 함께 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한다. 한동안 못볼 사정인가 보다. 추측컨대 두 여성은 같은 일에 종사했는데 한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 가는 것이다. 레스비언일 수도 있다. 버스가 출발하고도 두 사람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 한다.
가장 감정이 풍부한 만남과 헤어짐은 연인 사이이다. 어느 소도시에 버스가 정차하여 한 여성이 내리자 그녀를 마중나온 남자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다가 온다. 둘은 한동안 포옹을 풀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나에게 까지 가슴이 따뜻해 온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몇번이고 키스를 하며 작별을 아쉬워 하는 커플도 여럿 보았다. 아버지가 멀리 떠나는 딸과 함께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마치 그 아버지가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멀리 떠나는 딸을 배웅하며 한편으로 든든해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험한 세상에 조심하라고 몇번이나 당부했을 것이다.
그들을 보며 문득 나에게도 있던 지독한 이별이 떠올랐다. 무엇을 모르던 한창 젊은 시절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와 만나는 나날은 설레이고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살았다. 세상에 두려울게 없었다. 어리석고 능력이 부족하여 결국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오랫동안 세상 살아갈 기운을 다 잃은 듯 헤멨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 후 어느 것에도 감흥이 없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됬다. 설레이는 삶을 갈구했지만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와 만남이 성사되어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안았을 것이다. 아니 더 힘들게 살게 됬을 수 있다. 그래도 다시 살라면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택하겠다. 몇년이 지나 유학을 떠나고 결혼을 임박하여 그녀의 어머니와 잠시 통화 했다. 나에게 무척 잘해준 분이기에 어린마음에 그냥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섭섭해 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일이 생생하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관찰하고 생각했다. 먹고 사는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것 같다. 먹고 사는 것 외에 바쁜 일이라면 단연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다. 동물의 짝짓기 말이다. 짝짓기의 계절이 지나면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다. 그 아이들이 크면 또 짝짓기를 할테고. 내가 연애하면서 그렇게 설레었던 것은 짝짓기를 하도록 조건지어진 진화의 결과이다. 그때가 지나면 그런 감정은 다시 샘솟지 않는다. 그 시절을 그리워할 뿐.
사람들은 자신이 젊은 시절에 듣던 음악을 일생 좋아 한다. 지금 나이든 사람은 7080 음악을 좋아하고 그 전에 나이든 사람은 뽕짝을 좋아한다. 이는 자신이 짝짓기 시절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감정이 고정된 때문이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와 냄새에 고정되듯이. 내가 마음이 허전하고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은 사랑의 계절이 지나 버렸기 때문이리라. 지금 사랑하는 젊은이는 내가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설레고 날아갈 것 같이 하루를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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