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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4. 12:06


오전 11시에 부다페스트에서 버스에 올라 오후 3시경에 체코의 브루노에 내리다. 지난 며칠간 버스를 오래 탔는데 오늘은 4 시간만 타니 훨씬 살 것 같다. 브루노는 체코에서 두번 째로 큰 도시라는데 몇 백년 전 건물과 시가가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이 거리에 많이 눈에 띤다. 폴란드가 이번 주말이 3일 연휴라 많이 왔다고 한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와 달리 아시아인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언덕에 중세 시대에 지어진 거대한 성당이 있고 중세의 성이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이 제법 온다고 한다. 골목이 복잡해 숙소를 바로 가까이에 두고도 찾는데 한참 걸렸다. 나는 중세의 성보다는 현재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 성당 앞 중앙 광장에는 장이 서 있는데 딸기와 블루베리가 제철인가보다. 내가 묵은 숙소도 외관은 옛날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현대식으로 수리한 모습이다. 계단이 가파르고 공간이 협소하다. 옛 건물답게 벽이 무척 두껍다. 
헝가리와 체코는 비슷한 인상을 준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고 긴장한  표정이며 거리가 복잡하고 곳곳에서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 공사를 한다. 사람들은 걸어가면서 음식을 먹고 남녀를 불문하고 담배를 많이 핀다. 한마디로 한국과 유사한 느낌이다. 근래에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부유하고 세련되며 안정된 모습인 반면 체코와 헝가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특유의 무질서와 역동성을 느낄 수있다. 사람들의 얼굴 모습이나 식습관은 다르지만 웬지 익숙하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한국에 와본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삼성 전화기 광고판을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며 현대 기아 자동차를 종종 거리에서 본다. 요즘 미국과 마찰로 크게 문제가 된 화웨이 전화기 광고를 훨씬 자주 본다. 내가 쓰는 태블릿도 화웨이. 제품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마트폰의 위력을 절감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항시 컴퓨터를 들여다 보기 때문에 평소에 가급적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SNS도 하지 않고 정보를 검색하는 일은 컴퓨터로 한다. 스마트 폰 세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다면 이렇게 여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일 숙소에 도착하면 다음 날의 여정을 짠다. 어느 도시로 이동할지 지도를 보며 생각하고 이동하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를 예약한다. 방문하는 도시의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검색하여  저장한다. 이런 일을 모두 하는데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나는 까다롭게 이것저것을 살펴 고르지 않는다. 웬만하다 싶으면 바로 결정한다. 그 덕분에 무지하게 시끄러운 술집 이층에서 자기는 했지만. 버스에서는 가급적 스마트폰을 보지 않지만 창밖을 보는 것이 무료해지면 지금 가는 도시나 나라에 대한 일반 정보를 위키피디에서 찾아 읽는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은 태블릿으로 한다. 여행은 노는 것이지만 놀러 다니는 일의 생산성이 엄청 높은 것이다
버스에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잔다. 여행을 하면서도 항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에서 떠나지 않는다. 기성 세대는 이런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를 비판하지만 사실 스마트 폰은 엄청나게 다양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요술 방망이 이다. 젊은이들이 보는 동영상이나 이미지는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보다 훨씬 변화무쌍하고 다양하며 재미있다. 물론 사진이나. 동영상이 실제 현장의. 감동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가끔 눈을 들어 밖을 쳐다보는 것으로 족하다. 감동을 주는 대단한 곳에 가면 그때 그것을 보면 되고. 스마트폰 덕택에 젊은이들의 정보의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질의 소비만이 풍요의 전부는 아니다. 물질적인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정보의 소비를 원한다. 누구나 배가 부르면 남들은 뭐하는지 재미있는 것은 뭐 없는지 찾게. 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십년 남짓 전인 2007년이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이렇게 바꾸어 놓다니. 놀랄 일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흥미진진한 변화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이. 20세기 초이고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 18세기 말이다. 세상을 바꾸어 놓은 신기술의 도입의. 초기 단계에는.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지 모른다. 전기가 처음 발명된 19세기 말에 사람들은 이를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여기고 그 가능성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전자의 흐름을 이용하여 반도체를. 만들고 컴퓨터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만들어 이렇게 여행하게 되리라고 처음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생은 한번 밖에 살지 못한다. 지금 정보통신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를 보면서 나는 이미 지나간 세대이므로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치부하며 뒷자리에 물러나 살다 죽고 싶지. 않다. 내가 다시 산다면 이런저런 일을 할텐데 하면서 아쉬워 하는 것은 부질없다. 인생은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나는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머신러닝을 익혀 변화를 앞서서 이끄는 역할을 하려 한다. 이제. 몇 달 동안 열심히 하니 파이선 프로그램과 머신러닝의. 기본은 웬만큼 익힌 것 같다. 이제 스팸메일을 거르는 프로그램 쯤은 짤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낫설지 않고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던 것이. 점차 자연스레. 이해. 된다. 일단 올해에 일 천 시간을 투입하여 성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려 하는데 이제 삼사백시간 정도 투입한 것 같다. 프로그래밍이 좀 익숙해 지면서 이 머신러닝 기술을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어떻게 적용할지 선례가 적어 고심하고 있다. 잠재력이 대단하다 것은 짐작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거친 수준이라 앞으로 갈길이 멀다.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허사이다.
공부해 보니 이 기술이 아직 발전의 초입 단계라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고 응용 범위가 넓지 않다. 예컨대 deep learning의 범용 프로그램인 tensor flow나 그것에 토대를 둔 keras 는 구글에서 개발하여 공개한 것이 2015년이니 불과 4년 밖에 안됬다. 매년 프로그램을 개선하기에 몇 년전 책에 나온 프로그램을 돌리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구글의 번역 프로그램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속도를 보면 얼마나 변화가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여 연관 상품을 추천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핵심으로 성장한 Amazon은 회사가 출범한지 20년이.못됬는데 미국의 소매 유통시장을 뒤집어 놓았으며 유사한 기술로 성장한 Netflix는 그렇게 철옹성 같던 티브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주역이 되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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