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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6. 23:13


그예 버스를 놓쳤다. 아침 10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삼십분이나 전에 나갔고 내가 타야 할 버스를 바로 눈 앞에서 빤히 바라보았음에도 그 버스가 출발하고 정류장에 사람들이 다 빠진 후에야 그 버스가 내가 타야 할 버스였음을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여러 요인이 겹쳤다. 간이 버스 터미날이라 안내가 부실한 점, 버스 전면에 보통 주요 중간 경유지를 디지털로 안내하는데 이 버스는 최종 도착지만 프린트로 붙여 놨다는 점, 운전사가 사람들에게 빠른 독일어로 중간 경유지를 외치는데 나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한 점, 내 주변에 아랍어를 하는 흑인 청년 세명이 어찌나 큰소리로 이야기하며 법썩을 떨든지 주의가 분산된 것 이다. 그들 중 한명은 버스에 몰래 탑승하였으며 어떻게. 운전사가 알았는지 버스가 출발한 후에 다시 돌아와 그를 내려놓았다.
 
무엇보다 나의 선입견이 작용하여  똑바로 인식하는 것을 막았다. 나는 하노버로 가려고 하는데 버스는 뒤셀도르프가 행선지로 표기되어 있었다. 내 머리 속에서 뒤셀도르프는 드레스덴의 서쪽에 있고 하노버는 북쪽에 있기 때문에 버스티켓에 뒤셀도르프 행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그것을 확인했음에도 잊어 먹었다. 버스를 놓치고 버스 회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그 버스가 하노버를 지나 뒤셀도르프로 돌아가는 것이 맞단다. 버스 팃켓을 환불하고 두시간 뒤에 출발하는 버스 표를 새로 샀다. 이 Flixbus는 출발시간에 가까울수록 또 자리가 찰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창구에서 구입하면 구입수수료를 3 유로 추가로 내야 한다. 독일회사 답게 무섭게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원래  버스표를 34 유로에 샀는데 추가로 20 유로를 더 내고서야 다음 버스표를 살 수있었다. 계원은 나의 사정을 듣고 동정을 표했지만 원칙대로 철저히 처리한다. 12시에 파리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를 이번에는 제대로 타고 하노버에 6시가 넘어 내렸다.
하노버는 북부의 상업 도시인데 독일의 주요 도시들이 다 그렇듯 도심의 건물이 모두 현대식이다. 2차 대전에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새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모습을 보이는 건물도 있는데 이는 전후에 복구하면서 옛 건물의 외관을 살려 재생한 때문이다. 독일은 방문할 때마다 감탄한다. 가로가 잘 정돈되어 있고 조그만 것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효률적으로 마련해 놓았다. 사람들은 규칙을 잘지키며 성실하게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엉뚱하게 사기를 치려 하지 않으며 서로간에 신뢰도가 높다. 국토가 넓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물가가 싸고 공간이 넓고 녹지가 많다. 이런 조건이 모두 만족되니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은 무료이고 어느 도시를 가던 균등하게 삶의 질이 높다. 서구의 나라들 중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독일을 꼽겠다. 북구의 나라들도 독일과 유사한 분위기이나 그곳은 겨울이 길고 춥고 낮이 짧아 삶이 힘들다. 영국은 계급차이가 두드러져 마음이 편치 않다. 노동계층을 향한 중류층의 젠체하는 모습과 그들을 향한 노동계층의 적의와 자조적 태도는 지켜보는 나를 씁슬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마져. 든다. 프랑스는 오래 살아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감정적이며 합리성이 떨어져 독일만큼 풍요롭지 않고 가난한 사람이 많이 보인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다른 사회보다 지나치게 강조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빈부의 차가 심하고 인종주의가 강하여 백인 중산층이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은 힘들게 살아야 한다.
독일 사회를 볼 때마다 감탄하지만 오늘 경험했듯이 이 사람들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외부인인 나에게 냉담한 인상을 풍긴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한국과 같이 사람들이 감정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고 엉터리로 두리뭉수리 넘어가려고 하고 눈뜨고 코베일 까봐 조심해야 하는 사회와 독일은 정반대이다. 이사람들도 코너에 몰릴 때는 극단적인 행위도 한다. 유태인을 말살하려 했으니 말이다. 미국의 백인들처럼 인종주의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아리안 민족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은 이들의 심성 밑에 깔려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친절하기는 하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받아 그리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월의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숙소를 어렵게 찾아가니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이라기보다 싸구려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이다. 공용 공간이 전혀 없이 침대만 여러개 있는 방과 공동 화장실겸 샤워실이 전부이다. 방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거나 말을 섞는 법이 없다. 큰 트렁크가 침대마다 옆에 놓여 있고 옷가지와 잡다한 물건들이 주변에 흩뜨러져 있는 수가 이들은 여행하며 잠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집을 떠나 이곳에서 일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중에 한국인 청년도 있었다. 한국을 떠난지 일년 반쯤됬다고 하는데 그 동안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웠으며 내일 중요한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전기 계통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도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과 같은 행색이다. 별로 예의를 갖출 생각을 않고 방에서 빤스 바람으로 지내며 큰 소리로 전화를 오래 한다. 동구에서 온 다른 사람도 그의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인지 큰 소리로 전화를 한시간 이상이나 해서 내가 나가서 하던지 혹은 목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더니 나보러 나가라고 하며 화를 낸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구나 치부하고 더이상 괘념하지. 않았다. 삶이 힘들면 예의를 갖추는 것은 사치이다. 독일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규칙을 잘지키고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한다면 어느 사회나 이렇게 될텐데 하고 생각하며 다시금 부러워했다. 독일은 내 마음속에 진정한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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