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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7. 16:27


어제는 힘든 하루였다. 하노버를 아침 7시에 떠나는 버스에 맞추어 일찍 터미널에 나갔으나 버스는 80분이나 연착했다. 버스에 타서도 고속도로가 막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네덜란드의 그로닝엔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긴 구간에 걸쳐 한 방향을 막고 전면 재포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중간에 휴게소에서 45분이나 쉬었는데 운전사가 자신이 오늘 아침 6부터 운전을 했기 때문에 이제 쉬어야 한다고 하면서 휴게소로 들어갔다. 도중에 회사와 전화를 하여 다음 교대자와 연락을 취하는 것 같은데 차가 막혀 교대자가 있는 도시까지 갈래면 아직 멀었던 것이다. 승객들은 아무도 군소리를 하지 않고 차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숙소에 빨리 가도 특별히 할일은 없었으나 여행이 막바지로 다가가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것 같다. 허리가 뒤틀리고  차창 밖의 풍경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가야할 여정이 많이 남았다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한동안 마라톤을 뛴 일이 있다. 21킬로의 하프 마라톤을 여러해 동안 봄가을로 대회에 참가하여 뛰었는데 마지막 몇킬로가 무척 힘들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뛰고 일단 반환점을 돌면 뛰는만큼 종착점에 가까워지는 것에 힘을 얻어 뛴다. 그런데 종착점이 이삼킬로 앞으로 다가오면 이제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무척 힘들다. 그야말로 마지막 피를 짜내는 기분으로 어찌어찌 하여 끝낸다. 마라톤을 뛸 때마다 출발선에 서면 매번 끝까지 뛸수 있을지 불확실하여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로닝겐 숙소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이제 길을 헤메는 일은 끝났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묵으며 책을 읽고 산보를 하며 슬슬 지내다 버스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암스텔담 공항으로 출국하면 된다. 다행히 이곳 숙소는 편안한 분위기이다. 오래전에 문을 닫은 것같은 공장 마당에 콘테이너를 들여와 숙소로 개조했다. 숙소가 세개의 콘테이너이고 콘테이너 두개를 마주 이어 붙인 것이 거실겸 부엌이다. 이외 화장실겸 샤워를 하는 콘테이너 하나와 창고와 주인이 잠을 자는 콘테이너가 따로 있다. 주인은 30살쯤 되보이는 젊은 여성인데 이곳을 끔찍히 아끼는 것같다. 내가 묶은 콘테이너 안에도 액자와 작은 화분이 여러개 있다.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 거실에서 책을 읽었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가 찾아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그가 가고 나서는 라디오를 듣고 뜨게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이곳에 바로 인접한 공원에 갔다. 입에 김이 서리고 손이 시리지만 견딜만하다. 공원은 꽤 넓었다. 간간이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을 마주칠 뿐이다.  이 나라가 물을 잘 관리한다는 사실은 공원에서도 보인다. 사방으로 좁은 실개천과 연못이 있다. 연못위로 아침햇살을 받으며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사슴 수십마리를 기르는 곳이 보인다. 야생 닭 비슷한 것도 함께 있는데 사슴과 닭이 함께 지내는 데 문제가 없다.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하여 쓰러진 나무에서 이끼가 자라고 수풀이 우거져 있었지만 세심하게 관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길이 질척이는 곳은 두꺼운 철판을 깔아 다니기 편하게 해 놓았고 길과 실개천이 만나는 곳곳에 콘크리트로 납작한 원기둥 모양의 징검다리를 놨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열심히 일하고 힘들면 쉬고 일상에 지치면 기분전환삼아 여행을 하며 원기를 회복하면 다시 일에 몰두하는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뒷정리를 하며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다. 아이가 독립하여 떠나고 허전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일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불확실한 미래를 직시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 슬슬 사는 것은 없다.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하는 마음으로 정신 똑똑이 차리고 살라는 어머니의 말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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