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8)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9)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9. 4. 29. 11:41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6시 반 경에 숙소를 나서다. 일요일 새벽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밤을 새고 놀다 피곤한 몸으로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젊은이들의 무리만 간간히 눈에 띤다. 4시간 반을 달려 불가리아의 소피아에 도착하다. 그 버스는 특이한 디자인이다. 밖에서 보면  웅장한 모습이고 안에서 전면을 보면 비행기의 조종석에 앉은양 전면이 넓게 펼쳐진다. 그런데 일단 달리니 사방에서 진동 소음이 난다. 머리위에 짐을 넣는 칸이 비행기의 것 처럼 덥개가 달려 있는데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아 소음을 낸다. 분명 공산권 국가에서 만든 것이다. 시장경쟁 체제에서는 이렇게 겉으로 웅장하고 속에는 실속이 없이 엉성한 것이 살아남을리 없다.
소피아의 숙소에서 한국인을 세명이나 만나다. 한사람은 젊은 청년으로 벌써 몇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는데 이층 침대에서 컴퓨터만 내리 혼자 들여다 본다. 다른 한명은 중년의 재미 한인 여성으로 미술을 한다는 것 같다. 또다른 한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몇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는데 영어로만 간단히 인사했다. 외국 여행을 하다 숙소에서한국인을 만나면 가급적 말을 섞지 안으려 한다. 숙소에 다른 외국인들과는 활발하게 대화하지만 같은 한국인은 피한다. 한국인과 대화하며 자신의 배경과 현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피곤한 것이다. 한국인과 대화하면 익명성의 편안함을 지키기 어렵다.
숙소에 배낭을 두고 잠시 시내를 둘러보면서 공산권 국가의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이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곳곳에 버인다. 중앙역 앞에 어머니가 아이를 않은 거대한 조각 탑이 보이길레 가까이 가보니 주변이 낡고 부서져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오랫동안 유지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만들 때는 대단한 위업으로 선전했을텐데. 그뒤로 장갑차가 있고 곳곳에.경찰들이 삼삼오오 무리져 있다. 중앙로를 따라 위압적인 대형 건물이 연이어 있다. 건물위에는 주먹만한 문자 간판이 하늘을 배경으로 버티고 서 있다. 그것을 지휘하는 사람의 권위를 한껏 뽑내는 양. 광화문 광장에 세종문화회관 건물을 몇배 뻥튀기 하면 그리 될 것이다. 사람을 위압적으로 내리보는 그런 건물은 사람의 마음까지 위축시킨다.
공산주의는 실패한 실험이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본능을 부정 했다. 모든 것을 위로부터 계획으로 통제하려 함으로서 각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를 말살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디자인이 성공할 수 없다. 그러한 체제에서 사람들은 열심히 일 할 동기나 창의를 발휘하여 개선할 동기가 없다. 권력을 쥔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의. 삶은 수동적이고 살 맛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루마니아의 부쿠레시티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버스터미날에서 물어보니 자정이 넘어 출발하는 버스가 한대 있을 뿐이란다. 낮에 이동하는 다른 편을 물어보니 화를 내며 응대하지 않는다. 역에가서 철도편을 물어보니 아침 8시 50분에 출발해 10시간 걸려 저녁 8시에 도착하는 편이 있단다. 그러면 11시간 걸리는 것 아니냐니까 대화를 끝내지 않았는데 화를 내며 창구를 닫는다. 내가 공손하게 물어봤는데 말이다. 뺨을 맞은 느낌이다. 철도편으로는 10시간이 걸리고 50십 플레브 약 25 유로 드는 반면 버스로는 6시간에 29플레브가 든다. 버스가 철도보다 훨씬 시간이 덜들며 40프로 정도 가격이 싸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버스터미널 밖에서 출발하는 플릭스 버스는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보다 1시간 정도 덜걸린다. 철도 계원이 11시간이 아니라 10시간이라고 한 이유도 나중에 깨달았다. 부쿠레시티는 여기보다 1시간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사람들이 사회주의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거리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서 오후에 잠을 자며 쉰뒤라 기운이 나서 모처럼 밤에 나선 것이다. 한참을 걷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보니 넓은 공원이 나타난다. 분수가 있고 정원이 조성되있고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보드를 타고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있고 거리의 악사들이 제법 그럴듯한 솜씨로 연주와 노래를 한다. 그 장소의 이름이 narional palace of culture  국민 문화의 궁전이다. 사회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잘한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재를 많이 만든 것이다. 도시가 크지 않은데도 지하철 노선이 복잡하며 지상으로는 전차가 자주 다닌다. 이 공원은 시민들 모두가 애용하는 것같다. 밤늦은 시각인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띤다. 젊은이들은 밤이 늦도록 불이 환한 분수가에서 논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하며 아쉽지만 그곳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나고 헤어지고  (0) 2019.05.02
사람들은 서로 무작정 따뜻할 수 있을까  (0) 2019.05.01
경쟁은 싫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0) 2019.04.28
바다를 건너다  (0) 2019.04.27
끝없이 열린 공간을 달리다  (0) 2019.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