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5)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6)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9. 4. 27. 13:16



그리스로 가는 배편이 오후 1시인지라 아침 시간을 느긋하게 보냈다. 산책을 하고 숙소 침대에서 뭉기며 티브 채널을 돌렸다.  주인 아저씨가 다반에 아침상을 차려들고 방문을 두드린다. 오늘도 뭔가를 흘렸다. 숙소를 나와 한참 걸어간 후에야 충전기를 두고 온게 생각나 오던 길을 되돌아 갔으며 저녁 때 샤워를 할 때 치솔을 숙소에 두고 왔음을 깨달았다. 집중력이 흐려진 것이다. 쉴 때가 됬다.
그리스의 이구멘치아로 가는데 7시간 반이 걸 렸다. 배를 타는 것은 처음 약간 흥미로울 뿐 비행기 여행과 마찬가지로 금방 지루해 진다. 사람들은 홀 의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잠을 청한다. 승객은 많지 않다. 배는 제법 큰데 콘테이너 트럭을 실어 나르는데 주로 이용되는 것 같다.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나는 결국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책을 넣어 온 것을 후회했는데 결국 용도가 있다. 글을 읽는 것이 직업인지라 여행하는 동안은 가급적 안보려 했는데. 오랜만에 글다운 글을 읽으니 반갑기도 하지만 내용이 머리에 잘 안들어 온다. 읽은 곳을 또 읽고 하며 힘겹게 나갔다.  Stephen Pinker 의 Language Instinct 라는 책인데 과거 이 사람의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감탄했다. 나도 그처럼 통찰력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현실은 초라하기에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명예를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무위로 끝내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종종 밥만 끓이고 사는 것은 사나마나라고 했다. 나도 별 볼일이 없다. 배에서 뭉기며 내가 앉은 바로 앞 매점에서 일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일을 하기 싫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보는 것을 의식했는지 판매대 뒤로 숨는다. 나는 구멍가게에서 멍하니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면 때때로 저 사람의 어머니가 자식이 저러자고 귀한 애를 낳은 것은 아닐텐데 하고 생각한다. 사람이 소중하려면 그에 걸맞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진짜 모습을 보면 실망할 거다. 마지막에는 결국 나를 포기했다.
이구멘차의 호텔에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에 들어갔다. 시차가 한시간 앞당겨졌다. 이곳은 작은 항구도시이다.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시내를 잠시 돌았는데 바닷가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 늦은 시각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고 마신다. 모두들 최고로 빼 입고 나온 모습이 눈에 띤다. 남성은 정장차림이고 여성은 공들여 멋을 냈다. 젊은이들은 데이트를 하고 중년 가장은 자식들을 거느리고 식사를 한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와 이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게 특이하다. 아이들은 레스토랑 앞에서 뛰며 논다. 그들도 크면 그들 부모 처럼 밤늦은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길가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쌍쌍이 레스토랑에 앉아 희롱하며 논다. 좋은 시절이다. 그들을 보며 인생의 낙이 뭘까 생각하다.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은 복잡한 동물이다  (0) 2019.04.29
경쟁은 싫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0) 2019.04.28
끝없이 열린 공간을 달리다  (0) 2019.04.26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볼일이다.  (0) 2019.04.25
어디로 가는가  (0) 2019.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