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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25. 11:46



어째 수월하게 진행된다 했더니 신용카드가 결제되지 않아 다음 일정을 예약하지 못하게 됬다. 인테넷으로 무엇을 구입하려면 결제가 항상 문제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카드 결제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구입을 꺼렸다. 근래 한국  사정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결제하려면 긴장된다.  해외 여행 을 하면서 카드가 잘될 지 확실치 않았는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 있는 딸애의 도움으로 어찌하여 급한 불은 껐다. 역시 미국 것은 되는데 한국 것으로는 안된다. 성인이 된 딸애의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은게 처음인 것같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걔의 인생에 내가 간여하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혼자 개척할 때 묘미가 있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약한 나라 사람의 서러움을 종종 목격한다. 어제 국 경을 통과할 때 내 옆에 앉은 알바니아 여자에게만 세관 경찰이 꼬치꼬치 캐묻고 결 국 여권을 가져가 조회했다. 한국이 부자 나라가 된 것을 해외 여행을 할 때 실감한다. 한국 관광객이 세계 곳곳을 누비기에 이제는 어디서 여권을 보자해도 위축되지 않는다. 태어나는 나라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선진국 사람들의 위세부리는 모습을 보면 속이 불편하다.
오늘은 버스 출발 시간에 여유가 있어 새벽에 주위를 산책했다. 나는 새로운 곳에 가면 새벽에 호젓이 산보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거닐면 힘이 난다. 볼 로냐의 중세 거리를 홀 로 걷는 시간은 참 좋았다.  간밤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청소하는 사람을 간간히 본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게를 열 려고 준비하는 모습과 일찍 출근하는 사람을 만난다. 나도 서울에 돌아가면 저리 바쁘게 살겠지 생각하니 한가히 돌아다니는 이 시간이 더욱 맛나게 느껴진다. 일생에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다. 요긴하게 써야 할텐데. 모르겠다.
이탈리아로. 들어가면서 조금 긴장한다. 후진국은 질서가 잡혀 있지 않고 뭐가 잘 안된다. 문제를 호소해도 막무가내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달라 인터넷으로 결제가 잘 안되는 것이다. 숙소에도 인터넷이 잘 안되어 애를 먹었다. 문제를 설명해도 그냥 무시한다. 6시간을 타고 로마에 도착했다. 거리가 지저분 하고 주변이 잘 정돈되있지 않고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는게 딱 우리나라의 수준이다.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이탈리아의 중부지방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 나라는 남북의 소득 격차가 커서 북부는 서유럽의 부자나라못지 않지만 밑으로 내려갈 수록 사람들이 못사는게 느껴진다. 소득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나 도시의 모습이 차이가 난다.
숙소를 나서 로마의 관광지를 돌며 어지러움을 느꼈다. 콜로세움을 마주하고 나도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은 잠시일 뿐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인파 소음 물건파는 사람들의 호객 등 번잡하기 그지 없다. 지금이 관광철이 아닌데도 이러하니 관광시즌에는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로마에 대한 기억이 어떠냐고 물으면 더위와 소음과 인파속에서 길을 잃고 엄청 헤멨다고 대답할 것이다. 가로에는 안내 지도가 하나도 없어 길을 잃기 쉽상이다. 이 골목을 돌아도 비슷하고 저리로 가봐도 방향을 전혀 못잡겠다. 길을 물어보려 해도 주위가 모두 관광객이고 가게 점원에게 물으면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숙소에 돌아왔다. 인터넷 지도가 있어서 인지 사람들은 길을 묻지 않다. 모두 휴대폰만 들여다 보며 방향을 잡으려 한다. 그런데 내 휴대폰은 먹통 이니 고생한 것은 당 연하다.  숙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진이 빠졌다.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방향감각이 좋다고 자부하는 것도 있지만 길을 잃고 헤메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흥미있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과 속사정을 보려면 겉으로 보이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 길을 잃고 헤매면 우연히 그런 모습을 마주친다. 물 론 엄청 걷는 것이 댓가이다. 과거 내 여행 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모두 그렇게 얻어진 것이다. 현지인들이 먹는 허름한 식당 에 들어가고 동네 교회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석하고 힘들어하거나 권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갖가지 모습을 마치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듯 들여다 본다. 로마는 어디를 가나 뒷골목까지도 모두 관광지라 금방 나의 흥미를 잃었다. 어쨋든 힘든 하루였다.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치는 것이니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도 경험이다.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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