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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에 해당되는 글 6건
2019. 9. 30. 21:10

Charles Duhigg. 2012. The Power of Habit: Why we do what we do in life and business. Random House. 286 pages.

뉴욕타임즈의 탐사보도 전문 기자인 저자가 다양한 사례 연구 결과와 저자의 직접 인터뷰를 섞어서 사람과 조직의 습관과 관행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대중적인 심리학 책이다. 습관은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의 행위의 대부분은 습관에 따라 진행된다. 습관은 세개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지는데 신호(cue), 관행(routine), 보상(reward)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신호를 접하면 루틴에 빠져드는데, 보상에 대한 갈망이 이러한 습관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저자는 습관을 세가지 차원에서 접근한다. 첫째는 개인의 습관이며, 둘째는 조직의 관행이며, 셋째는 사회의 관습이다. 사람들은 보상에 대한 갈망을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보상을 충족하도록 굳어진 루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습관의 구성 요소를 분석하여, 어떤 보상을 추구하며, 어떤 신호에 접하여 나쁜 관행을 반복하는지 정확히 파악한다면, 루틴에 빠져드는 신호에 접해 다른 행위로 유사한 보상을 얻도록 훈련을 반복함으로서 나쁜 습관을 고칠 수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쁜 습관을 고치겠다는 굳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지가 있으면 신호에 접해 나쁜 루틴을 반복하는 대신 미리 계획한 다른 행위를 실행에 옮길 수있으며, 이것이 반복된다면 옛날의 나쁜 루틴은 새로운 루틴으로 대체된다.

저자는 이러한 이론을 알코홀릭 어너니머스 모임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알콜중독에 빠진 사람이 이 모임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자신의 나쁜 습관을 분석적으로 검토하면서, 그가 어떤 신호에 반응하여 알콜을 마시게 되며, 어떤 보상을 추구하는지를 파악한다. 그 모임을 통해 집단으로부터의 지지라는 보상과 보다 큰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보상을 얻고, 술이 땡기는 금요일 저녁에 술을 먹는 대신 규칙적으로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이 모임의 성공 요인이다.

조직이 나쁜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쁜 관행의 바탕이 되는 작은 관행(keystone habit)을 바꾸는 것이 유용하다. 알미늄 제련 대기업인 알코아의 사례에서 새로온 사장이 작업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조직을 바꾸어나간다. 근본이 되는 관행을 바꾸면 이것이 여타 다른 나쁜 관행을 바꾸는 쪽으로 파급효과를 미친다. 문제는 무엇이 나쁜 관행의 바탕이 되는 작은관행이냐 하는 것인데, 저자도 인정하듯이 이것을 사전에 미리 알기는 어렵다. 조직의 나쁜 관행이 바뀐 다음에 돌아보니 그 때 그것을 바꾼 것이 변화의 촉발점이었다고 알게 될 뿐이다. 그러나 변화가 일어난 사후에 어떤 것이 변화를 이끄는 계기였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다.

조직의 나쁜 관행을 바꾸는 것은 평상시에는 어렵지만 조직이 위기 상황에 몰렸을 때는 가능하다. 런던의 지하철 공사가 관료조직의 경직성에 매몰되 고객의 안전을 등한시하였는데, 큰 화재사건을 계기로 안전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관행을 바뀌었다. 사회의 관습을 바꾼 예로 미국의 민권운동의 촉발점이 된 몽고메리시의 버스보이콧 사건을 검토한다. 로자 파크가 가진 광범위한 관계망이 바로 개인적인 사건을 시전체의 보이콧 사건으로 확장시킬수있게 한 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로자 파크의 넓은 관계망은 버스보이콧이라는 대의를 널리 확장시켰으며, 이것을 수용하도록 흑인 공동체에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집단 압력은 사람들의 관행을 바꾸도록 만드는 중요한 힘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의지와 습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신이 통제하기 힘든 도박벽 때문에 파멸한 것을 그 개인의 책임으로 모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도박이 가져오는 심리적 보상을 회피하기 힘들다고 하여도 선택의 여지가 개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그는 벌받아 마땅하다.

책의 부록에서 습관을 어떻게 바꿀 것이가에 대해 조언을 준다. 요지는 자신의 나쁜 습관이 작동되는 기제, 즉 신호와 보상을 면밀히 분석해, 어떻게 하면 나쁜 습관을 반복하게 만드는 신호를 접할 때, 다른 행위를 통해 유사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을 해보고 그중 성공하는 방법을 반복하면 나쁜 습관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망라하면서 얕은 수준의 설명을 쏟아내기에 빠르게 책장이 넘어간다. 과학 상식을 넓히면서 가볍게 읽기에 적합한 책이다. 저자의 분석이나 설명은 피상적이며, 자신의 주장에 맞는 면만 골라서 제시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크지 않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 저널 등에서 베스트 셀러라거나 올해의 책이라고 추천하는 것이 다 내용이 풍부하지는 않음을 확인한다.

2019. 9. 28. 22:57

Matthew O. Jackson. 2019. The Human Network: How your social position determines your power, beliefs, and behaviros. Pantheon Books. 240 pages.

저자는 인간의 관계망이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스탠포드 대학의 경제학자로 자신의 연구 분야와 관련된 학술 성과를 그래프와 함께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항시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며, 이 관계망은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침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로 보여준다.

먼저 관계망을 어떻게 측정하고 유형화할지에서 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유형은 다양한데, 중심적인 인물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퍼지는 망이 있는가 하면, 고리 모양으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 망이 있다. 큰 집단 내에서도 분절된 망이 여럿 나타나는가 있는가 하면, 집단의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 경우도 있다. 큰 집단 내에서 하부적인 작은 망이 여럿 존재한다.

관계망의 영향과 관련해 몇가지 주요 사례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첫째는 질병이 퍼지는 양상이다. 질병은 망의 연결점을 타고 관계망 전체에 빠르게 퍼진다. 중심 인물이 존재하지 않아도 수평적인 관계망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감염되는 속도는 무척 빠르다. 둘째 사례는 금융 시장의 메카니즘이다. 인도의 소액 대출 은행은 가난한 사람들이 아무런 담보가 없어도 관계망이라는 신뢰 보장 장치가 탄탄한 신용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성공하였다. 반면 2008년의 금융위기나 1930년의 대공황은 사람들과 금융 기관들간의 관계망을 통해 신용 붕괴의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전체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금융 거래가 지나치게 소수의 대형 기관에 집중될 경우 위험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한 곳에서의 충격이 금방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된다. 금융 위기를 겪으면 위험이 분산되도록 집중을 규제하는 조치가 내려지나, 시간이 지나며 이러한 규제는 무력화되고 다시 금융이 집중되면서 큰 공황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세번째는 관계망은 불평등을 고착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관계망 형성의 기반은 homophily 즉 류류상종의 선호이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것이 관계망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을 받는 것이 장래에 좋으리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어떻게 해야 학교에서 성취하고 대학을 가게 되는지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없기 때문에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중류층은 부모와 주변 사람들로 부터 이러한 유용한 정보를 꾸준히 얻고 이러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여 성공한다. 빈부의 격차가 세대간에 이어지는 것은 부를 직접적으로 물려주는 요인보다는 바로 이렇게 정보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요인이 훨씬 크다. 류류 상종은 거주, 일자리, 교육, 소비 등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에서 성, 인종, 연령, 종교, 교육, 소득, 직업 등 중요 차원에 걸쳐 사람들의 교류 관계를 나누어 놓는데, 바로 이것이 불평등을 고착 시키고 확대하는 중요 원인이다.

네번째 사례는 친구나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는 과정이다. 사람들간에 관계망의 밀도가 높을 수록, 특히 공통의 친구가 있을 수록 서로 간 신뢰의 정도가 높고 안정된 거래가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류류상종하기 때문에 자신과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것은 사람들의 의견을 양극화하는 경향을 낳는다. 특히 sns와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성향은 더욱 강화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세계화는 사람들간의 소통을 높이고 나라들간에 경제 의존도를 높임으로서 전쟁의 가능성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근래에 보호무역주의가 높아지면서 나라들간에 경제 의존도가 낮아지면 평화를 깨는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에 우려할 일이다.

이 책은 전문 학자가 자신의 연구 분야를 일반인에게 비교적 쉬운 용어로 설명하는 성격의 책이다. 저자가 일반인이 이해할수 있는 수준으로 전문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일반 교양서이기는 하지만 저자는 240쪽의 본문을 쓰는데 주석과 참고문헌이 90쪽에 달하는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관계망이라는 주제는 흥미있고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흥미있는 예를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를 학술 연구 성과를 인용하면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책의 장점이지만, 많은 주제를 주마간산식으로 다루었다는 비판의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관계망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이해를 높이는 흥미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2019. 9. 24. 14:43

Naomi Klein. 2009. No Logo. 10th anniversary edition. Picador. 458 pages.

이책은 1990년대 중후반에 걸쳐 공정무역 fair trade를 구호로 선진국 사회 전반에 퍼졌던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회운동의 배경과 전개 양상을 잘 서술한다. 책의 내용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전반부에서는 다국적 기업들이 선진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일을 개발도상국의 하청공장에 넘겨버리고, 대신 브랜드와 같이 상징과 이미지를 다루는 일에 집중하는 경향을 서술한다. 어떻게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이 다국적 소비재 기업 활동의 핵심이 되는지 다양한 예를 동원하여 상세히 설명한다. 후반부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의 하청 공장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 행위에 대해 선진국 소비자들이 가두 데모나 불매운동 등으로 압박하여 그들을 굴복시키는 과정을 서술한다. 

저자는 나이키 스포츠 용구 회사를 대표적인 사례로 하여 상세히 설명한다.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는 운동화를 생산하는 일을 개발도상국의 하청공장에 넘기는 대신, 그의 회사는 나이키 브랜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사업에 전적으로 몰입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1990년대 중반 동남아에서 이들의 제품을 만드는 하청 공장에서 아동 노동, 억압적인 고용관행, 착취적인 저임금이 서구 매스컴에 보도되었다. 이는 1980년대 이래 선진국 회사들이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실업이 늘어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등 서구에서 탈산업화가 동반한 문제와 짝을 이룬다. 세계화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전에 없던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선진국 사람들의 눈에 그러한 일자리가 착취적 노동으로 비춘 것은 당연하다.

다국적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는 개발도상국 공장의 착취적인 노동 상황에 대한 반발이 서구 사회에서 크게 탄력을 받은 것은, 기업의 윤리를 요구하는 소비자 운동의 측면과 함께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선진국 노동자들의 노동운동도 함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운동은 표면적으로는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운동이지만, 내면은 개발도상국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뺏긴데 대한 반발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으로 보면, 착취적 노동이 일자리가 없는 것보다 낫다. 공정무역을 주장하며 세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WTO 국제회의장에서 대규모 데모를 벌이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재를 취급하는 다국적 기업은 선진국 전반으로 퍼진 시민단체, 노동단체, 학생들의 불매 운동에 굴복하여 윤리 헌장을 도입하였으며, 개발도상국 공장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브랜드 구축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한 것이 바로 그들의 비윤리적 기업 행위에 대한 비판에 취약해진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1990년대 이전에도 기업은 비윤리적인 활동을 했으나 일반 시민들은 이를 응징할 수단이 제한되 있었다. 정치권은 대기업의 돈을 받고 그들의 편이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를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소비재를 취급하는 대기업이 제조 부문을 떨어버리고 브랜드를 가장 큰 기업의 가치로 만드는 순간, 그들은 소비자들의 비판에 취약해 진 것이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서 이러한 일반 시민의 저항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얼마나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고 질문한다. 그러한 착취적 일자리가 지속되는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에 있다. 착취적인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이상 그러한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선진국에서 1990년대에 뜨겁게 전개됬던 공정무역 운동의 열기를 이제 선진국 사회에서 찾아볼수없다. 뒤돌아보면 1980년대 이래 세계화 과정에서 많은 저임금 일자리가 개발도상국으로 넘어온 덕분에 중국을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이 현저히 줄었고, 그것이 그 나라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하였다. 한국이 대표적인 예이며, 중국이 뒤를 잇고 있다. 공정무역 운동이 선진국 시민들에게 개발도상국의 비참한 삶의 현장에 관심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들이 반대한 세계화가 바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개선시키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물론 그 와중에 다국적 기업과 선진국의 엘리트들이 크게 돈을 벌면서 부의 집중이 더 가속화되기는 했지만.

2000년에 이 책이 출간되고 크게 관심을 모았으며,  출간 10년을 기념하여 길게 쓴 후기를 덧붙였다. 그 후기에서 저자는 이 운동이 얼마나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고백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비윤리적 활동의 배경인 자본주의와 신보수주의 정책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저항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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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6. 21:14

Yuval Noah Harari. 201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HarperCollins. 402 pages.

인간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의 위치에 올라섰다. 인간은 개체로 보면 어느 동물보다  뛰어난 존재가 아니지만, 협동과 조직을 통해 집단으로서 개체의 능력을 뛰어 넘는 문명을 이룩하였으며, 생물계를 지배하고 급기에 자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은 자연 그대로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인간이 만들어낸 종교는 바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의 세계는 인간이 왜 그리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는다. 반면 종교는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나쁜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면서 신의 존재는 과거와 같은 중요성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과학 기술 문명이 발전하고 인간의 권능이 높아지면서 신에 의지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신 인간 자신을 모든 가치의 중심으로 놓는 인본주의 Humanism 가 지배하게 되었다. 인본주의는 모든 옳고 그름, 좋고 나쁨,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판단의 중심에 인간의 생존과 감정과 체험과 행복을 두는 세계관이다.

인간의 능력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영생과 행복과 자연과 세계에 대해 더 큰 영향력 혹은 권력을 추구한다. 저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발전하고 기계적 능력과 생물학적 기능을 결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 결국 인간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초능력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더 에너지 넘치고, 더 건강하고, 더 오래살고, 더 지능이 높고, 더 집중을 잘하고, 환경으로부터 새로운 종류의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더 많은 복잡한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고, 더 추상화된 생각을 할 수있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유기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점차 고도화된 알고리즘의 덩어리이며, 삶이란 정보처리 과정이다. 우리의 삶이란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수록 고등동물이 되는 것이고, 인간의 두뇌는 생물계에서 정보처리를 가장 잘 하는, 다른 말로 하면 지능이 높은 존재이다. 생물체의 감정이란 것은 매우 효율적인 알고리즘이다. 예컨대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생존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정보처리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능가하는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가 더 많은 정보를 더 정확히 처리하게 된다면 인간은 자신의 의사결정을 컴퓨터에게 점점 더 맡기게 될 것이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인간은 모순된 욕구와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컴퓨터로 구축된 정보처리 시스템이 더 정확히 나에 대해 알고 나의 복리를 위해 판단을 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다.

엄청난 양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더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되면 인본주의는 붕괴하게 된다. 그 시스템이 여전히 인간의 복리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인본주의 이념에 따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모순된 존재이므로 컴퓨터의 판단이 인간의 어떤 부분에 봉사하는가가 불분명할 것이고, 시스템의 판단과 결정과 실행이 개별 인간의 복리에 반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에 기반한 정보처리 시스템은 알고리즘이라는 점에서  유기체보다 한단계 앞서 나간 존재로 등극할 수있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는 결국 알고리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생물체가 가진 의식(consciousness)은 없지만 지능(intelligence)은 있는 무생물체의 알고리즘이 생물체의 알고리즘을 능가하는 세상이 올 수있다.

인간 사이에서 초능력을 가진 인간과 그렇지 못한 보통 인간으로 구분된 위계가 형성된다면, 보통 인간은 가치를 잃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처리 시스템이 과거에 보통 인간이 하던 일을 모두 맡아서 처리할 것이고, 소수의 초능력 인간들만이 시스템에 의해 대체 되지 않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생산과 전쟁에 보통 사람들의 기여가 중요하였기에 보통사람의 가치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나 인간중심의 자유주의 이념이 자리잡았다. 그런데 생산과 전쟁를 정보처리 시스템이 관장하게 되고 보통사람들은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면 이들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이념은 더이상 정당성을 확보할 수없다.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고 단순히 소비만 하는 존재라면 그들이 있어야 할 이유를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권, 자유라는 개념이 내동댕이 쳐질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인간은 보통 인간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젊은 나이임에도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책, Sapiens 를 읽고 감탄했던 만큼 이 책이 놀라운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마음껏 상상력을 동원하여 생각의 끝까지 가보고, 이를 용감하게 쓸 수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내용만이 아니라 문체 또한 부드럽게 그러나 논리적으로 명징하게 전개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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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3. 10:50

Wilber Zelinsky. 2001. The Enigma of Ethnicity: Another American Dilemma. University of Iowa Press.

문화지리학자인 저자가 미국의 인종민족의 다양성에 관한 문제를 분석한 학술서이다. ethnicity 는 우리말로는 번역이 안되는는데, 특징이 구별되는 집단을 ethnic group 민족 집단이라 하고, 그렇게 스스로 구별하고 주변 타자들이 구별을 짓는 특성을 ethnicity라 한다. ethnicity 는 주류 집단이 타자를 구분짓는 방식이다. 미국에서 주류 집단인 영국계는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부터 온 이민자들을 민족 집단으로 구별짓고 편견과 차별을 가하였다. 독일계, 북유럽계, 아일랜드계, 이탈리아계, 폴랜드계, 유대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영국계 자신에 대해서는 이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ethnicity는 집단간에 권력의 차이, 위계적인 질서를 반영한다. 유럽의 영국이외 지역 출신의 이민자 후손은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에스닉 집단이라는 오명이 붙었으나 20세기 후반 들어 백인 미국인이라는 개념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즉 ethnicity 가 탈색되고 주류 집단으로 편입되고 있다.

그렇다면 1970년대 이래 ethnicity에 관심이 높아지고 유럽의 다양한 민족 출신, 특히 이탈리아계나 아일랜드계 후손들이 자신의 민족성에 다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는 symbolic ethnicity 상징적 민족성일 뿐이다. 이는 삶의 조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문화적 취향을 취사선택하는 것, 즉 개인의 편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입었다 벗었다 하는 옷에 불과하다. ethnicity 와 함께 따라다니던 열등함이 사라졌기 때문에 마음편히 택할 수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의 구속력은 미약하다.

중남미계, 아시아계, 특히 흑인들의 경우 ethnicity 의 구속은 가까운 시일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설사 사회경제적으로 백인 주류에 동화한다고 하여도, 외모로 구별되는 인종적 특성 때문에 '우리와는 다르다'는 명찰이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는 인종주의를 쉽게 버리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종주의는 백인에게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부여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백인이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익을 취하는 것이 가까운 시일내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1980년대 이래 소수자의 권리를 짓밟아서는 안되며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분위기가 퍼지면서 민족 문화의 다양성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풍조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저자는 다양한 문화를 진정 존중하고 동등하게 대하는 다문화주의 multiculturalism 가 정착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정 집단의 문화는 그 집단의 권력관계에서의 위치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에나 권력을 주도하는 집단과 이에 대응하는 하급의 집단이 존재하며 이는 문화적 다양성에도 투영된다. 어느 사회에서나 주류와는 다른 소수자의 문화가 특이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은 그것이 주류가 아니고 열등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1980년대 이래 특정 지역과 연관되지 않고 여러 문화가 혼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새로운 다문화 개체가 출현했다고 주장한다. 이민족, 이인종간에 결혼이 증가하고, 이민자들이 본국과 미국의 양쪽에 발을 디디고, 이민초기부터 지위가 높은 직업에 종사하고, 이민자 밀집 거주지를 형성하지 않고 흩어져 살면서, 서로간에 사회문화적 교류를 하는 집단은 미국의 백인주류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소수자 민족집단의 전형에도 맞지 않는다.이들은 분명 주류와는 다른 ethnic group이지만 그렇다고 열등한 성격의 ethnicity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다양한 민족들이 이민을 오고 서로 섞이면서도 변형되고 약화된 형태로 자신들의 다양성을 지속해 가는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왜냐하면 미국은 특정 주류 집단과 피로 연결된 이념적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라는 구심점은 계속 유지될 것이지만 관습, 가치관, 음식문화 등은 다양한 민족 문화가 섞이면서 변형을 지속할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강점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물론 유색인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미국 문화의 구성은 달라질 것이고,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고 반발하는 백인들의 움직임 역시 강해해지고 있지만, 이들이 미국 문화의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낙관주의자이면서 미국을 사랑하는 감정이 연구에 녹아있다. 이 책은 학술적 분석서이기는 하지만, 미국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저자의 풍부한 학식이 녹아 있다. 저자는 정말 많은 사례를 구구절절 나열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의 미학을 표현한다. 물론 그의 낙관적인 예상이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을 수있다. 도날드 트럼프의 예에서 보듯이. 장기적으로도 미국이 다양성이 주는 체제의 강점을 계속 살려나갈까? 저자는 다양성을 긍정적으로보지만, 유색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달가운 명찰이 아니다. 백인의 반발이 큰 폭력 없이 다양성의 확대라는 흐름으로 흡수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 회의적이다. 근래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에서 보듯이, 권력 다툼의 장에서는 평화적 타협과 조화라는 결과는 역사상 예가 없다.  미국의 백인이 ethnic group의 일원으로 바뀌는 것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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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9. 1. 11:02

Judea Pearl and Dana Mackenzie. 2018. The Book of Why: the new science of cause and effect. Basic Books. 370 pages.

컴퓨터 과학자이며 과학철학자인 저자는 과학 활동에서 인과관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탐색할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런가, 혹은 어떤 요인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가하는 문제는 질문하기는 쉽지만 답을 하기는 어렵다. 그에 답하는 첫번째 과정은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는 사건을 찾는 일이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있는 요인을 발견했다고 하여 그것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예컨대 아이들의 신발 치수와 아이들의 문자 해득력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신발치수가 문자해득력을 초래한다고 추리하는 것은 오류이다. 숨은 제 3의 변수, 이 경우에 아이의 연령이 신발치수와 문자 해득력에 영향을 미친다.

상관도를 보이는 요인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원인은 결과 이전에 발생해야 한다거나, 원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결과 사건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거나, 특정 사건이 일어나면 반드시 특정 결과가 일어나야 한다거나, 등의 판별 기준이 있지만 이 모든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경우에도 우리는 원인으로 특정하기도 한다.

저자는 과학활동은 인과 모델을 가지고 데이터를 접근해야지, 데이터 자체를 분석한다고 하여 인과관계를 추출해 낼 수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통계 방법을 적용하는 것은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지, 인과모델 자체는 통계 방법이 제시할 수없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과 모델로 세상을 파악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컴퓨터는 인과관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 원인을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은 과학활동의 핵심이다.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것을 밝히는 과정을 통해 원인을 특정하기 위한 작업에서 부딛치는 어려움을 상세히 설명한다. 인과모델을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인과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역설한다. 패스 분석이나 구조방정식 모델이 바로 그것이다.

인과 모델을 탐색하는 데에는 반드시 원인에서 결과쪽으로 검증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이 될 요인이 발생할 확률을 계산하는 방식, 즉 인과의 흐름을 거꾸로 되짚어가는 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베이즈의 조건부 확율론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설정한 인과모델에서 결과에 해당하는 정보를 알면 알수록 원인을 더 정확히 특정할 확률을 높일 수있다. 우리의 사고 체계는 인과의 흐름에 따라 생각하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인과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인들의 확율을 특정하는 것은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과의 흐름에 따라서 통제된 실험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미 일어난 사건을 관찰하여 분석함으로서 원인을 특정하는 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이 책은 과학 방법론 책으로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일반 교양서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니 전문 학술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다양한 인과모델을 제시하고 어떻게 각각의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다. 내용이 어렵기에 논의를 쫒아가기 힘들고 이해 안되는 부분도 많지만, 책 내용의 십분의 일만 이해했음에도 나의 연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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