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70)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1)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370건
2024. 2. 2. 17:52

Ashoka Mody. 2023. India is Broken: A People Betrayed, Independence to Today. Princeton University Press. 411 pages.

저자는 인도계 미국인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인도가 독립이래 최근까지 걸어온 정치경제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한다. 저자는 인도가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해왔다고 비판한다.

제이차대전 이후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네루가 수상으로서 1960년대 중반까지 인도의 정치 경제의 기초를 닦았다. 네루는 인도인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은 지식인이었으나, 그는 전후 인도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네루의 잘못은 여러가지인데, 그의 잘못된 정책은 이후 인도를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네루의 주요한 잘못을 요약하자면, 첫째, 그는 정부 주도로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인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인도는 농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엄청난 수의 교육을 받지 않은 실업 인구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산업인,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산업을 우선적으로 일으켰어야 한다. 중화학 공업은 고용을 크게 창출하지 않았으며, 가뜩이나 빈약한 보유 외화를 비싼 고급 기계를 사는 데 지불하여 외환위기를 초래하였다. 두번째 잘못은, 인구의 절대다수가 문맹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전인구에게 기초 교육을 시키고 그들의 보건 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네루는 말로만 서민을 걱정했을 뿐, 교육과 보건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결과 인도의 인적 자본 축적이 빈약하여, 이후 경제를 성장시키는 기초 토양이 계속하여 부실한 상태에 머물렀다. 네루는 초등교육에 투자하는 대신 고등교육에 재정 지원을 더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셋째는, 사회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중앙계획 경제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국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고 세세히 간섭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통제 정책은 부패와 비효율을 극에 달하게 하였다. 넷째는 높은 관세장벽과 수입 제한정책을 통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국내 생산 업자의 생산성 향상을 막고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결과적으로 인도 경제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1960년대 중반 네루가 힌두교 극단주의자의 총에 쓰러지고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받아 수상과  정치 실력자로서 15년 이상 인도의 정치 경제를 이끌었다. 그녀는 네루와 같은 국민의 절대적 존경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중영합적인 정책과 권위주의적 통제를 휘두르면서 권력 유지에 집착하였다. 그녀는 대자본가와 영합하여 권력을 유지하면서, 경제가 정체되고, 인도 사회와 정치 전반에 부패와 폭력이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녀가 집권하는 동안 정치인들의 부패가 매우 심했다. 정치인들은 엄청난 정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과 검은 돈으로 충당하는 인도의 선거비용은 미국의 선거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엄청난 규모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이나 서민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정책은 전혀 구사하지 않고, 대신 가난한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하였다. 삶이 매우 고단한 서민들은 고질적인 인도 사회의 병폐인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갈등과 카스트 간의 대립 구조에서 쉽게 선동되었다. 정치인들은 종교적 대립을 선거에 악용하였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힌두교 민족주의자의 선동에 휩쓸려 이슬람교도를 대규모로 살해하고 이것이 다시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결국 1970년대 석유파동이 촉발시킨 경제위기 때문에 인디라 간디는 실각하였으며, 독립 이래 인도의 정치를 독점한Congress Party 는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대신 힌두교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정당이 부상하여 현재 모디 Mody 정부에 이르기까지 집권하고 있다. 간디와 이후 네루가 이끈 Congress Party는 정교 분리를 원칙으로 하였으며, 인도의 힌두교 세력의 압력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이후 들어선 힌두교 민족주의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는 힌두교를 편파적으로 옹호하였으며, 이슬람 교도를 박해하는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현재의 모디 수상은 그가 주정부의 수반으로 재직할 당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를 대규모로 살해하는 것을 방조한 장본인이며, 현재도 극단주의 힌두교도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메시지와 행동을 종종 보인다.

인도는 1980년대 초반 대외적으로 경제를 개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독립부터 이어오던 폐쇄주의 경제 정책을 마침내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와는 달리 제조업을 육성하는 대신, 금융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 정책을 운용하였다. 그 결과 많은 가난한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대신, 소수의 권력과 영합한 산업가들과 부패한 관료들이 부를 축적하여,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1990년대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 콜센타, 제약 산업 등에서 서구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대외적으로 신인도가 높아지고 인도가 신흥경제 국가 emerging economy 의 총아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뿐 가난한, 대중 전반에게는 충분한 일자리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저자는 인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교육과 보건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일이다. 인도의 교육은 양과 질 모두에서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여성의 교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이 교육을 받으면 출산율이 줄고,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지고, 자식들의 교육과 건강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앙정부의 통제 체제가 부패와 외곡을 낳았기 때문에, 지방 정부에 과감하게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여, 시민사회의 참여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효율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도 정치와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에 촛점을 맞추고 일관되게 비판한다. 이는 아마도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선진국과 비교해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낳은 한계인듯 싶다.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를 외부에서 보면 그런 모습만 우선 보인다. 인도가 낙후된 상태로부터 어떻게 지금의 단계까지 발전하여 왔는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인도의 정치와 경제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는데 주력한다. 이 책만 읽으면 인도의 정치경제가 어떻게 현재의 발전 단계에 이르게 되었는지, 왜 외국의 투자가들이 인도를 신흥경제 국가의 총아로 지목하면서 투자를 집중하는지 알길이 없다. 그는 이러한 외부의 평가가 과장되며 인도의 허상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외국의 투자가들이 그렇게 쉽게 속아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디라 간디는 도덕적으로 타락하였으며, 이후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부패를 더 심화시켰다고 하는데, 저자의 말이 맞다면, 인도의 정치 경제는 1960년대 이후 과거보다 더 추락하였어야 하지만 경제 지표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 그는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계속 인용하면서 서술하는데, 이는 전체 그림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독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음을 신문 기사를 연이어 읽듯이 계속 나열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서술을 따라가기 힘겹다. 유사한 사건의 반복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인도가 가난하고, 부패했으며, 종교적 갈등이 난무하기 때문에 정치경제나 도덕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거듭 말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상황이 어떻게 왜 변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그의 말을 정말 믿는다면 인도는 미래가 없는 나라인데, 과연 그럴까? 그는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희망" hope 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의 책 어디에서도 희망의 징표를 읽을 수 없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가 매우 꼬장꼬장한 "꼰대"일거라는 이미지이다.

'배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과 인간에 친근한 건축  (0) 2024.03.20
미국의 정치는 왜 심하게 양극화되어 있을까  (0) 2024.03.19
서구를 중심에 두지 않은 세계사  (0) 2024.03.11
자연의 패턴  (0) 2024.02.19
죽음에 대한 두려움  (0) 2024.02.14
2024. 1. 30. 15:16

체리나무 목록 (50) 2023.4.21 ~2024.1.30.

1. DK 과학원리 편집위원회. (김홍표 번역). 2018. 과학원리. 사이언스 북스. 247

2. Gregory Mankew. 2021. Principles of Economics. 9th ed. Centgage. 789 page.

3. DK 인체원리 편집위원회 (김호정, 박경한 옮김). 2017. 인체원리 (How the Body Works). 사이언스북스. 247 pages.

4. DK 음식원리 편집위원회 (변용란 옮김). 2018. 음식원리 (How Food Works). 사이언스북스. 247.

5. W.Phillips Shively. 2011. Power and Choice: An Introduction to Political Science. 12th ed. McGraw Hill. 443 pages.

6. Leonard Mlodinow. 2022. Emotional: How Feelings Shape Our Thinking. Vintage Books. 207 pages.

7. 김주환. 2023. 내면소통: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인플루엔셜. 713.

8. Henry Gleitman, James Gross, and Daniel Reisberg. 2011. Psychology. 8th ed. W.W.Norton. 715 pages.

9. 앨리스 로버츠. (박경한, 권기호, 김명남 옮김).  2017. 인체 완전판 2,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The Complete Human Body by Alice Roberts). 사이언스 북스. 497.

10. Bobbi S. Low. 2015. Why Sex Matters: A Darwinian look at human behavior.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2 pages.

11. 송길영. 2023.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교보문고. 334.

12. 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2010. Sex at Dawn: How We mate, Why we stray, and What it means for modern relationships. Harper Collins. 312 pages.

13. John Lewis Gaddis. 2018. On Grand Strategy. Penguin Books. 313 pages.

14. Jacalyn Duffin. 2021. History of  Medicine: A Scandalously Short Introduction. 3rd ed. University of Toronto Press. 495 pages.

15. John Cartwright. 2016.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Darwinian Perspectives on the Human Condition. 3rd ed. Palgrave. 434 pages.

16. Tasheng Huang. 2023. The Rise and Fall of the EAST: How Exam, Autocracy, Stability, and Technology brought China success, and why they might lead to its decline. Yale University Press. 353 pages.

17. Richard Wrangham and Dale Peterson. 1996. Demonic Males: Apes and the Origins of Human Violence. Houghton Mifflin Company. 258 pages.

18. Spyros Makridakis, Robin Hogarth, and Anil Gaba. 2009. Dance with Chance: Making Luck Work for You. Oneworld Publications. 333 pages.

19. Robin Dunbar. 2021. Friends: Understanding the Power of Our Most Important Relationships. Little, Brown. 359 pages. 

20. Paul Ormerod. 2005. Why Most Things Fail: Evolution, Extinction and Economics. Pantheon Books. 245 pages.

21. Steven Pinker. 2018. Enlightment Now: The Case for Reason, Science, Humanism, and Progress. Viking. 453 pages.

22. Avi Tuschman. 2019(2013). Our Political Nature: The Evolutionary Origins of What Divides US. Prometheus Books. 413 pages.

23. Diego Olstein. 2021. A Brief History of Now: The Past and Present of Global Power. Palgrave Mcmillan. 354 pages.

24. John Mearsheimer. 2018. The Great Delusion: Liberal Dreams and International Real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4 pages.

25. Brian Greene. 2020. Until The End of Time: Mind, Matter, and Our Search for Meaning in an Evoluving Universe. Vintage. 326 pages.

26. Carles Boix. 2015. Political Order and Inequality: Their Foundations and Their Consequences for Human Welfar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68 pages.

27. David Buss. 2016(1994). The Evolution of Desire: Strategies of Human Mating. Basic Books. 350 pages.

28. Erez Aiden and Jean-Baptiste Michel. 2013. Uncharted: Big data as a lens on human culture. Riverhead Books. 212 pages.

29. Joshua Cole and Carol Symes. 2020. Western Civilizations: their history and their culture. vol1. 20th ed. W.W. Norton. 549 pages.

30. Daron Acemoglu and Simon Johnson. 2023. Power and Progress: Our thousand-year struggle over technology and prosperity. Public Affairs. 422 pages.

31. Daniel Lieberman. 2013. The Story of the Human Body: Evolution, Health, and Disease. Vintage Books. 367 pages.

32. Robert Cialdini. 2007(1984).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Harper Collins. 280 pages.

33. Robin Dunbar. 1996. Grooming, Gossip, and the Evolution of Language. Harvard Univ. Press. 207 pages.

34. 박지향. 1997. 영국사: 보수와 개혁의 드라마. 까치글방. 496.

35. Giovanni Federico. 2005. Feeding the World: An Economic History of Agriculture, 1800~2000. Princeton Univ. Press. 232 pages.

36. Eric Hoffer. 2002(1951). The True Believer: Thoughts on the Nature of Mass Movement. Harper Perennial. 168pages.

37. Carol Tavris and Elliot Anderson. 2020(2007). 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 Why we justify foolish beliefs, bad decisions, and hurtful acts. Mariner books. 377 pages.

38. Nassim Nicholas Taleb. 2010(2007).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2nd ed. Penguin books. 397 pages.

39. Renee Engeln. 2017. Beauty Sick: How the cultural obsession with appearance hurts girls and women. Harper. 356 pages.

40. David Stasavage. 2020. The Decline and Rise of Democracy: A Global History from Antiquity to Today. Princeton Univ. Press. 310 Pages.

41. Yuval Noah Harari. 2018. 21 Lessons for the 21st Century. Speigel & Grau. 323 pages.

42. Malcom Gladwell. 2019. Talking to Strangers: What we should know about the people we don't know. Little, Brown and Co.

43. Yuval Noah Harari. 2015.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Harper. 416 pages.

44. Heather Heying and Bred Weinstein. 2021. A Hunter-Gatherer's Guide to the 21th Century: Evolution and the Challenges of Modern Life. Swift. 243 pages.

45. Yuval Noah Harari. 201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Harper. 402 pages.

46. Richard Easterlin. 1996. Growth Triumph: The twenty-first Century in Historical Perspective. Univ. of Michigan Press. 154 pages.

47. Eric Jones. 2003(1981). The European Miracle: Environments, Economics and Geopolitics in the History of Europe and Asia. 3rd ed. Cambridge. 257 pages.

48. Edward Conze. 1959(1951). Buddhism: its essence and development. Harper Torchbooks. 212 pages.

49. William McNeill. 1991(1963). The Rise of the West: A History of the Human community. University of Chicago Press. 807 pages.

50. William McNeill. 1995. Keeping Together in Time: Dance and Drill in Human History. Harvard. 157 pages.

'과일나무 > 체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원리  (0) 2024.01.30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오랜만에 읽다  (0) 2024.01.26
인체는 정밀한 화학기계다.  (0) 2024.01.15
음식은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0) 2024.01.08
정치학 개론  (0) 2024.01.04
2024. 1. 30. 14:26

DK 과학원리 편집위원회. (김홍표 번역). 2018. 과학원리. 사이언스 북스. 247쪽. 

이 책은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 지구 순으로 장을 달리하면서 자연의 원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는 도감이다.  화학, 물리학, 생물학, 천체 및 지구과학의 기초 지식을 전달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현상이 왜 그러한지를 설명하는 데 촛점을 맞춘다. 교육과정을 통해 습득한 과학 지식을 복습하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약간이나마 깊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림을 보고 해설을 읽으면서 과학은 흥미로운 영역임을 확인한다.

2024. 1. 26. 18:17

Gregory Mankew. 2021. Principles of Economics. 9th ed. Centgage. 789 page.

이 책은 세계에서 아마 가장 많이 팔리는 교과서일 것이다. 오랜만에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읽으니 대학 시절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잘 쓴 책이란 것을 실감하다. 이론에 대한 설명이 쉽고 친절하며, 근래에 벌어지는 현상을 풍부한 사례로 제시하여, 추상화된 이론을 공부하면서도 현실감각을 익히게 된다. 거의 모든 이론의 설명을 구체적인 예로 설명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은 경제 현상에 대한 기초 지식을 제공하는데 충실하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이론과 사례는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갖추어야 필수 지식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 첫째는, 전반부에 미시 경제학 분야는 친절하고 사례도 풍부해서 읽는 것이 즐거웠으나, 후반에 거시 경제학 분야는 이론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많으며 사례가 풍부하지 않아, 이것만을 읽어서는 한계가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는 거시 경제 분야가 미시 이론보다 어렵고, 이론적으로도 덜 정치하고 논란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거시경제 부분의 뒤로 갈수록 경제학자들 사이에 논쟁을 소개하는 데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아마 현재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둘째는, 신고전 경제학의 교과서 답게 경제의 기본 현상이나 기본 변수를 설명하는 데에는 능하지만, 일반 사람들의 경제 경험과는 약간 유리되어 있다는 느낌이 어딘지 모르게 들었다. 신고전 경제학 이론의 성격상 분배에 대한 논의는 거의 빠져 있는데, 이는 경제 활동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만 설명하는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맑스의 갈등론이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추상적인 이론이 사람들의 실제 경제 활동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느낀다. 이것은 주로 단순화한 이론 모델로 경제 현상을 접근하는 것의 한계이고, 인간의 심리적 비합리성을 반영하는 행동 경제학이 나타난 이유이다. 셋째는,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이해하는데에는, 이 교과서에서 가정하는 폐쇄 경제 closed economy 모델의 지식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다. 거시경제 부분에서 개방 경제 분야를 설명하지만, 간략히 설명하여 부족한 느낌이다. 경제학 기본 이론을 소개하는 개론서이고, 미국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개방 경제에 대해는 많은 설명과 사례를 추가하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한계를 느꼈지만, 그럼에도 정말 잘 쓴 교과서라는 감탄을 거듭하였다.

'과일나무 > 체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체리나무 목록 (50권). 2023.4.21 ~2024.1.30.  (0) 2024.01.30
과학원리  (0) 2024.01.30
인체는 정밀한 화학기계다.  (0) 2024.01.15
음식은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0) 2024.01.08
정치학 개론  (0) 2024.01.04
2024. 1. 15. 13:56

DK 인체원리 편집위원회 (김호정, 박경한 옮김). 2017. 인체원리 (How the Body Works). 사이언스북스. 247 pages.

이 책은 인체에 대한 생리의학적 지식을 그림과 함께 설명한 도감책이다. 우리 몸의 기능에 따라 장을 구분한다. 세포와 유전자, 외곽 방어와 지지, 운동, 감각, 호흡과 혈액순환(생존의 핵심), 소화와 배설(들어오고 나가고), 면역과 미생물(알맞게 건강하게), 내분비(화학적 균형), 삶의 주기(생명의 연결고리), 정신 기능,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책은 이전에 읽은 해부학을 주로한 책의 역자가 추천한 것으로, 두 책을 읽음으로서 우리의 몸에 대해 이해가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두 책 모두 설명이 체계적이며 깊이가 있다. 두 책 모두 의사가 번역을 담당해서인지 평범한 일상 용어와 전문 용어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여 이해하기 쉽다. 두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몸이 정밀한 "화학 기계" chemical machine 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막연하게 알았던 것에 대해 그 작동 원리를 분명하게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했다. 책을 다 읽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과일나무 > 체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원리  (0) 2024.01.30
"경제학 원론" 교과서를 오랜만에 읽다  (0) 2024.01.26
음식은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0) 2024.01.08
정치학 개론  (0) 2024.01.04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0) 2023.12.20
2024. 1. 8. 14:14

DK 음식원리 편집위원회 (변용란 옮김). 2018. 음식원리 (How Food Works). 사이언스북스. 247쪽.

이 책은 도감 책이며, 음식이 어떻게 인체에 작용하는지 그림과 글을 통해 설명한다. 영양소, 요리의 과학, 다양한 식재료, 음료, 식습관, 음식관련 변화, 등의 주제를 장을 바꾸어 설명한다. 생리학과 화학의 지식을 배경으로, 음식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제법 깊이 있게 설명하며, 그림과 곁들여서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매일 조금씩 읽으면서 인체와 음식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상에서 접하는 식품과 이것이 인체에 작용하는 기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책의 끝으로 다가가면서 아쉬움을 느낄 정도로 흥미로웠다.

2024. 1. 4. 16:50

W.Phillips Shively. 2011. Power and Choice: An Introduction to Political Science. 12th ed. McGraw Hill. 443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대학교에서 사용할 정치학 개론 교과서로 집필되었다. 정치 사상과 이론, 국가와 정책, 민주주의와 독재, 정부기구와 정치과정, 의회중심제와 대통령 중심제, 관료와 사법기구, 국제정치 등 정치학의 전분야를 섭렵한다.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치 현상을 설명한다. 비교정치학적 접근을 하며, 서구 국가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개발도상국의 사례들도 폭넓게 다룬다.

정치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들 사이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인데, 이를 행위자들 사이에 갈등과 타협의 과정으로 볼지, 혹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볼지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있다. 저자는 전자를 power 의 관점으로, 후자를 choice 의 관점으로 명명한다. 사회과학의 이론틀에서 볼 때, 전자가 갈등론, 후자가 기능론에 해당한다. 근대 국가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대규모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넓은 영토에 걸쳐 규칙과 질서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이는 기능론적 관점이다. 반면 유럽에서 이웃 나라들 사이에 빈번히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조달하는 가운데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찰스 틸리의 설명은 갈등론적 관점이다. 

정치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이론적 깊이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각 장의 주제와 연관되어 특정 국가의 정치에 관해 심층적인 사례 탐구를 제공하는데, 이는 각 장의 주제에 대해 이해를 깊이하면서 특정 나라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정치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2023. 12. 20. 20:44

Leonard Mlodinow. 2022. Emotional: How Feelings Shape Our Thinking. Vintage Books. 207 pages.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이면서 과학 분야의 저술가이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감정(feelings)은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 도구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간의 감정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한 유용한 정보처리 기제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었다. 하등 동물은 주어진 조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고등 동물은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대면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포함하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고도 상황을 신속히 평가하고 대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대응 간의 관계는 자동 반사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을 하나의 중요한 인풋 요소로 하여 사고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 감정(feeling)과 사고 작용(thinking)은 서로 밀접히 엮여 있다.

감정이 없다면 무엇을 해야할 이유가 어렵다. 감정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 즐거운 감정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계속 추구하게 만든다. 감정은 물리적으로 두뇌의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이루어진다. 두뇌의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심적인 영역이다. 인간의 굳건한 의지 (determination) 역시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이를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극으로 두뇌의 어떤 부분에 자극을 가하면 결심의 대상이 불확실함에도 결의의 감정이 높아진다.

사람은 각자 다양한 감정 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을 더 자주 느끼며, 각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저자는 이를 감정의 프로필 (emotional profile) 이라 칭하는데, 수치심과 죄의식 (shame and guilt), 조바심 (anxiety), 분노와 공격성 (anger and aggression), 행복도(happiness), 사랑과 애착(love and attachmen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척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감정 프로필을 직접 구성해 보게 한다. 제시된 척도를 이용해 본인의 감정을 측정해본 결과, 수치심과 죄의식은 평균에 가까웠으며, 조바심과 분노는 평균보다 크게 낮았으며, 공격성과 행복도는 평균보다 약간 낮았고, 사랑과 애착은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 명상과 운동, 인정하기, 상황의 재해석,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각각에 대해 서술하자면, 명상과 운동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게 된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어떤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리게 되면 감정이 안정된다. 격렬한 감정이 일 때 이를 글로 쓰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성공한 학자일 뿐 아니라, 전공 밖에까지 호기심을 뻗쳐서 대중 작가로서 성공한 특이한 사례이다. 스타트랙의 극본을 쓰고, TV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심리학 분야에 여러권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했다.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글을 쓸 때 무척 많이 다듬는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책과 같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흥미를 꾸준히 제공하는 글을 만들어 냈다. 메시지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큰 통찰력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과일나무 > 체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식은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0) 2024.01.08
정치학 개론  (0) 2024.01.04
명상을 통한 자기통제력의 함양  (0) 2023.12.12
심리학 개론  (0) 2023.12.07
인체의 구조와 원리  (0) 2023.12.06
2023. 12. 12. 20:06

김주환. 2023. 내면소통: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인플루엔셜. 713쪽.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학자이며, 이 책은 크게 두부분을 나누어진다. 첫째는 뇌과학의 연구결과 소개이며, 둘째는 명상의 효용과 실천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명상의 효용이 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의 능력을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으로 구분할 때,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건 인지적 능력 못지 않게 비인지적 능력이 중요하다. 비인지적 능력은 자기 통제력, 대인관계 통제력, 동기부여의 세개로 구성된다. 학습을 통해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듯이, 비인지적 능력 역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저자는 명상이 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인간의 자아는 외부로부터의 감각 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감각을 처리한다. 이러한 감각이 쌓여서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아라고 지칭하는 '기억자아'이다. 한편 순간순간 발생하는 내외부로부터의 감각과 정보를 처리하는 자아는 '실천자아'이다.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려면 이러한 작업의 준거를 제공하는 배경이 필요한데, 이를 '배경자아'라 한다. 배경 자아는 의식 수준에 떠오르지 않지만, 항시 그때그때의 정보와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은 이 배경자아를 살피는 작업이다.

자신의 내부 감각을 스스로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훈련, 즉 자세를 바로하고 앉아, 호흡을 통제하면서, 의식의 집착을 멈추고 자신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명상을 하면, 앞에 언급한 비인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불교의 명상, 인도의 요가, 태극권 등은 방법만 약간씩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의 감정을 관조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과 외부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며, 자신의 감정의 굴곡이나 외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명상 실천에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는 유튜브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여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유튜브를 보면, 저자는 확신에 차있으며, 이렇게 좋은 것, 이렇게 분명한 것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힘쓰는 사명감에 불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 자체는 산만하고 반복이 많아 읽기 매우 어렵다. 여러 유명한 사람들이 그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책을 읽고 추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나는 그의 설법에 별반 감동되지 않았다. 자기 확신에 찬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삐딱한 성향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어떻든 저자가 많은 연구와 실천을 축적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의 뇌과학 지식은 꽤 깊이가 있다.

'과일나무 > 체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치학 개론  (0) 2024.01.04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0) 2023.12.20
심리학 개론  (0) 2023.12.07
인체의 구조와 원리  (0) 2023.12.06
인간 남녀는 왜 다르게 행동하는가  (0) 2023.11.22
2023. 12. 7. 09:20

Henry Gleitman, James Gross, and Daniel Reisberg. 2011. Psychology. 8th ed. W.W.Norton. 715 pages.

저자는 심리학자들이며, 이 책은 대학의 심리학 개론 교과서이다. 인지, 감정, 언어, 발달, 사회, 성격, 병리 등 심리학의 전영역을 포괄한다. 하위 분야에 따라 깊이에 차이가 있다. 심리학의 중심인 인지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서술한 반면, 사회나 병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인간 심리관련 교양서를 읽다가 대학의 심리학 개론을 통해 심리학을 체계적으로 섭렵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은 미국에서 사회과학 분야 중 규모가 매우 크며 많은 인재들이 몰리는 분야이다. 이 책은 다양한 하위분야를 잘 설명한 좋은 개론서이다. 오래전 대학시절에 심리학 개론을 들은 일이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여 학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읽은 다양한 교양서에서 언급한 잡다한 논의들을 이 책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