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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8. 17. 22:36

Joseph Stiglitz. 2019.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247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미국은 극심한 불평등과 금권정치로 국민의 다수가 소외되어 있다. 1980년대 이래 세계화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계층의 삶이 어려워진 반면, 정치경제 엘리뜨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무관심하여,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 선동 정치인의 출현을 맞이했다. 저자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보통 사람들의 집단적 사회운동으로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자고 제안한다.

1980년대 이래 중류층의 소득은 정체된 반면, 상위 1%부자의 소득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서비스와 지식 중심의 경제가 도래하면서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들은 절망과 좌절 속에 마약과 진통제를 탐닉하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수명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상위층으로의 소득 집중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대기업들이 경쟁 기업을 합병하면서 산업집중이 높아져 독과점 자본주의가 출현하였다. 자본가와 대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매수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독과점이 심해지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하여, 경제는 활력을 잃고, 경제성장은 둔화된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이래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세금을 축소하고,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켰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정부가 쪼그라들었기에 독과점이 심해진 것이다. 세금과 복지지출을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무력화되었기에 불평등은 악화일로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의 책임이 금융기관에 있는데, 이들의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 행태의 실패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고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금융기관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돈을 흐르게 하는 원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비생산적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rent)을 거두는 행위에 몰두함으로서 경제의 불안정을 높이고 악순환을 부추긴다. 공화당이 주도한 대법원에서 무제한하게 정치헌금 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폐기되고 대신 1달러 1표의 금권주의 정치가 판치고 있다. 금권주의 정치는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의 영향을 확대시켜 게임의 규칙을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치에서 보통사람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이들의 좌절은 깊어졌다. 이러한 절망적 환경에서 트럼프라는 대중영합주의 선동 정치인이 등장한 것이다.

첫번째 과제는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해야 한다.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거 비용과 정치 헌금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정치인과 고위관료가 퇴직후 유관기관으로 취업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현재 미국인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데, 이러한 감정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를 개혁하는 사회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기회를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게된 사람들이 새로운 좋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고용보험을 강화하고, 기술훈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양육지원을 하고, 노후한 사회기간시설을 재건해야 한다.  현재의 역진적 조세 체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부자와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헛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번째 과제는 모든 사람에게 고상한 수준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공영 의료보험을 강화하고, 은퇴후 연금을 정부가 맡아서 관리하며, 정부가 보유한 개인 소득에 대한 자료를 활용해 모기지 제도을 저비용에 안정적으로 운용하여 자신이 사는 집을 소유하려는 보통사람들의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여 세대간 계층이 세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립학교 교사의 보수를 높이고, 학생 1인당 재정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공립학교 지원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모든 개혁을 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은 19세기 말과 1920년대에 두차례나 기업의 독과점이 심하고 불평등이 매우 높아 위기를 맞이했으나, 시민들이 주도한 진보주의 운동(Progressive movement)과 뉴딜정책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저자는 또다시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문제 분석은 그동안 많이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저자는 현재의 제도권 정치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으므로, 각성한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을 통해 차근차근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점진적 무혈 혁명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 현실적 제안은 아니다.

미국인이 아닌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미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은 예외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혼란이 자주 찾아오고, 경쟁국에 추월당하면서 삶이 어려워지고, 풍부한 자원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는 이류국가로 전락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미래 예측이다. 부자는 삼대는 간다 했으니, 앞으로도 한동안 미국은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 것이나, 안으로 썩어가는 방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외국에 추월당하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면서,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복국가에서 출발한 미국은 현재도 매우 호전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혹은 저자의 진단이나 나의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다른 선진산업국에 뒤져야 하는데, 미국은 여러 지표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보인다. 미국은 기술, 비즈니스, 문화에서 혁신을 가장 많이 만들어 내며,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며, 거의 완전고용을 실현하고 있으며, 부를 가장 많이 창출하며, 선진국 중에서도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으며, 인구 노령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며, 전세계로부터 똑똑한 사람을 많이 받아들인다. 소득 불평등이 두드러지고, 아동 빈곤율이 높고, 범죄와 살인율이 높고, 형무소에 갖힌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고, 금권정치가 심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요컨대 미국은 좋은 점 뿐만 아니라 나쁜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이런 나라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니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미성숙의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건지 헷깔린다. 인간도 미성숙 단계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화려하지만, 반면 지나친 실수가 많고 결함도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에 미성숙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앞으로 100년쯤 후에야 어느 해석이 옳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2020. 3. 7. 12:22

Wayne Leighton and Edward Lopez. 2013. Madmen, intellectuals, and academic scribblers. Stanford University Press. 190 pages.

저자는 경제학자로서 새로운 정치경제 이론이 세상을 바꾼다고 역설한다. 1980년대에 농구 경기에서 30초내에 슛을 해야 하는 규칙을 도입하여 프로농구 산업이 살아나게 된 사례를 예를 들어, 새로운 제도가 새로운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새로운 제도는 아이디어에 뿌리를 두는데, 아이디어는 학자의 머리에서 나오거나, 혹은 일반인의 생활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다.

저자는 책전체를 통해 세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첫째, 민주주의는 왜 낭비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정책을 만들어 내는가? 둘째, 왜 실패한 정책은 사회적으로 낭비적이고 더 좋은 대안이 존재함에도 폐지되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가? 셋째, 왜 어떤 낭비적인 정책은 폐지되는가? 이 세가지 질문에 답하려면 정치경제학적 지식을 총동원해야 하기에 이 책의 전반부는 서구의 정치 사상과 경제 이론의 역사를 훑는데 할애한다.

민주주의가 낭비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정책을 만들고 이를 오랫 동안 유지하는 이유를 경제학의 공공선택 이론(public choice theory)에서 찾는다. 정부의 정책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 참여자들간에 거래로 형성된다. 공공의 자원은 이익 집단 간에 거래에 의해 배분된다. 정치인과 정부 정책은 결집된 이익(focused interest)을 가진 소수 집단의 요구에 부응하는 반면, 분산된 다수의 소비자의 이익은 무시한다. 이것이 민주주의 정부가 다수의 시민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만들고 오랫동안 유지하는 이유이다. 

어떤 낭비적 정책이 폐지되려면 대안적인 정책을 뒷받침할 새로운 아이디어가 먼저 형성되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지식인들의 활동을 통해 점차 확산되고 사회적 환경이 뒷받침되면, 대안적인 정책으로 구체화되며 낭비적 정책을 대체한다. 그 단적인 예로 로크의 천부인권론과 몽테스퀴에의 견제와 균형 이론이 미국의 민주주의 헌법을 낳았으며,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이 대공황 시기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낳았으며, 맑스의 유물론적 계급투쟁이론이 러시아와 중국의 공산주의 체제를 낳았으며, 하이에크의 개인의 자유와 시장을 최고로 두는 이론이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정책의 밑바탕을 제공하였다.

근래에 미국에서 아이디어가 제도를 바꾼 구체적 사례를 네가지 제시한다. 첫번째 사례는 1990년대 중반에 도입된 주파수 경매제도이다. 이전까지 통신 주파수는 정부 위원회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소수의 업체에게 할당되었다. 경제학자 로날드 코스는 1950년대 이래 줄기차게 주파수는 토지와 마찬가지로 시장원리에 의해 배분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이론적으로 설명했으나, 1990년대까지 정치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신 제도가 이익집단에 의해 포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이동통신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결국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업자에게 주파수를 경매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두번째 사례는 1980년대 초반에 전개된 항공산업 자유화이다. 그때까지 항공 요금이나 취항 노선은 정부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었으며 신규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러한 지나친 규제는 항공 안전을 보장한다는 구실로 지속되었다. 경제학계는 1960년대 이래 항공 산업을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였으나, 기존 항공업계의 이익에 가로막혀 변화가 어려웠다. 1970년대에 오일쇼크로 경제 전반에 인플레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시험을 할 기회가 열렸다. 소수의 노선에 대해 제한적으로 가격할인 경쟁이 붙었으며, 경제위기의 와중에 와싱턴 정치계에서 완전히 국외자였던 카터 대통령이 취임하고 항공규제를 담당하는 기관장에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가 임명되었다. 개혁의 바람을 몰고 온 젊은 정치인인 에드워드 케네디가 의회에서 개혁 논의를 주도하면서 마침내 1982년에 항공산업은 완전 자유화되었다.

세번째 사례는 1996년 빌클린턴 대통령 시기에 이루어진 복지 개혁이다. 빈곤자를 구제하는 정부의 복지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1930년대 대공황시대에 사회보장 시스템을 낳았고, 1960년대 존슨 정부 시절에 빈곤과의 전쟁이라는 구호하에 다양한 복지 제도를 도입하였다.  1990년대 들어 미혼모의 문제가 커지고, 기존의 복지제도가 복지에 의존성을 높인다는 주장이 높아지면서, 결국 복지 수혜자의 복지 혜택 수급년한을 제한하고 구직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복지제도가 개혁되었다. 이는 정부의 복지제도가 '사회가 도와줄 가치가 있는 빈곤자' (deserving poor)를 선별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관철된 경우이다. 

네번째 사례는 2008년의 금융위기이다. 자신 소유의 집에서 산다는 것은 '미국인의 꿈'(American Dream)으로 오래전부터 미국 문화에 이상화되었다. 정부가 사람들의 자가 소유를 권장하는 정책에 착수한 것은 1930년대부터 이며, 이차대전 이후에 더욱 강화되었다. 1990년대에 들어 정부의 자가소유 권장 정책은 보다 구체화되어, 정부가 모기지(장기 주택저당 대부)를 지원하는 기관을 설립하였고, 금융기관이 사회약자와 소수자에 대해 모기지를 제공한 실적을 금융기관 평가의 기준으로 삼게까지 됬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응하여 금융기관은 신용이 부실한 가구에 모기지를 남발하였으며, 신용평가회사는 부실한 모기지에 근거한 채권을 우량등급으로 평가하였다. 결국 소득이 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너도 나도 집을 사는 붐이 일면서 주택가격의 거품이 형성되었다. 2008년 갑자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은 엄청난 부실채권으로 파산의 위기에 처하여 정부가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금융기관을 구제하기에 이르렀다. 자가소유라는 아이디어가 낭비적인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이에따라 사람들이 비효율적으로 움직여 엄청난 사회적 낭비를 만들어 낸 대표적 사례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좋은 제도를 낳고, 이것이 좋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면서 사회가 선순환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조건이 맞을 때에만 좋은 아이디어는 좋은 제도로 구체화된다. 이때 적절한 조건이란, 집단간의 이익 구조에 균열이 생길 때이다. 아이디어와 사회 조건 중 어느 쪽이 변화를 위해 더 중요할까? 어느 쪽이 항시 옳다고 일괄적으로 주장할 수없다. 사안에 따라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 경우가 있고, 혹은 사회조건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사실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보다는, 좋은 아이디어가 기득권자가 버티고 있는 사회조건에 가로막혀 제도변화로 이끌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예컨대 우버가 대표하는 공유경제의 도입과 기존 택시업자간 갈등은 좋은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사회조건 때문에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기존의 정치사상과 경제이론을 모두 검토하겠다는데, 황당한 발상이다. 수많은 사상가와 이론가의 주장을 피상적으로 나열하면서 요약해 놓아서, 별로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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