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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0. 18:02

구마겐고 (이정환 옮김). 2020.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나무생각. 291쪽.

저자는 일본의 건축가이며, 이 책은 자신이 어떻게 건축가로 성장했으며, 무슨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도꾜 외곽에 농촌과 도시의 변경 지역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이웃에 숲으로 둘러쌓인 전통적인 농가 주택에서 자주 놀았으며, 나무 블록을 쌓아서 만드는 놀이를 즐겼으며, 아버지와 함께 밭에 딸린 조그만 집을 조금씩 고쳐짓는 경험 속에서 자연과 인간에 친근한 거주 공간를 선호하는 성향이 만들어졌다. 그는 고등학교 때 오사카 만국 박람회에 가서 건축물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건축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서구에서는 19세기 중후반 고도의 산업 성장과 과학기술의 진보 속에서 모더니즘 Modernism이 지배하였다. 모더니즘은 근면과 계획, 효율, 기계화, 대규모, 진보를 숭앙하는 가치관이다. 그러나 19세기말 20세기초에 물질문명에 반발하는 반모더니즘의 세계관이 등장하였다. 일본은 1970년대에 전후 고도 성장이 끝나고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미래에 대한 낙관이 퇴조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시점에 성인기에 진입하면서 반모더니즘의 세계관을 내재화하였다. 저자는 대학교 학생 시절부터 기존 건축계의 주류였던 모더니즘 사조에 반대하는 태도를 취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그는 일본의 전통과 서구의 현대를 접목하는 새로운 양식의 건축을 지향해왔다.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현실에 두발을 딛고, 일상에서 수시로 닥치는 일들을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추어 살아간다. 그는 거창하고 화려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 작고 실질적인 것을 추구한다. 콘크리트와 강철로 지어진 집은 인간 친화적이지 않다. 나무를 많이 사용하며, 자연에 인접해 지어진 집을 선호한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선호하며,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를 선호한다.

본인은 그의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능숙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다. 자신의 성장과정, 자신이 만든 작품, 건축학의 역사, 서구 문화사, 자신의 평소 생각, 등을 잘 버무려서 흥미롭게 서술한다. 두세쪽의 짧은 에세이들을 모아놓아서 가볍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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