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sim Nicholas Taleb. 2010(2007). The Black Swan: The Impact of the Highly Improbable. 2nd ed. Penguin books. 397 pages.
저자는 증권딜러를 거쳐 통계학자로 변신한 사람이며, 이 책은 미리 예상할 수 없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위험에 관해 논의한다.
검은 백조란 매우 드물게 일어나지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는 사건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세상사는 예상할 수 있는 위험보다는 예상하지 못하며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위험에 의해 좌우된다. 근래로 올수록 이러한 경향이 과거보다 더 심하다. 사람들은 이러한 위험이 발생한 뒤에 사후적으로,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narrative fallacy), 사전적으로 이러한 일이 발생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남겨두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아무런 사전적 이유 없이 랜덤하게 발생하거나, 원인이 있다 해도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전에 일어났지만 우리가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그러한 사건을 원인으로 하여 검은 백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problem of silent evidence). 검은 백조는 이전에 발생한 사건을 원인으로 하여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매우 특이한 사건이다.
실재의 현상은 이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학문적 접근은 모두 이론에 따른 가정을 바탕에 깔고 현실을 설명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접근하면 랜덤하게 발생하는 사건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론적 접근을 버리고 데이타에 충실하여, 현실로부터 잠정적으로 패턴을 추정하는 귀납적 방식을 택해야 한다. 검은 백조 현상은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칠면조는 주인으로부터 1000일동안 먹이를 받아먹으면, 앞으로도 계속하여 먹이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1000개의 사건에 대한 가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1001번째 날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러나 1001번째 날이 크리스마스라 주인은 칠면조를 잡아먹는다. 칠면조의 입장에서 볼 때 1001번째의 죽음은 검은 백조이다. 검은백조가 나타나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은 없다.
통계학, 경제학 등 인간사를 연구하는 학문은 근본적으로 세상사는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하나, 사회의 현상 중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 것이 많다.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 간에 비례적 선형적 관계를 가정하나, 비선형적인 관계를 보이는 것이 많다. 물질적 속성의 것, 예컨대 키, 체중, 수명, 등은 선형적 관계이나, 비물질적인 속성의 것, 예컨대 소득, 매출, 정보, 손해, 기술, 등 많은 사회현상은 정규분포나 선형적 관계를 따르지 않는다. 지수적 법칙 power law 은 이러한 비선형적 관계의 한 예이다.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함수의 경우, 초기 값에 조그만 차이로도 시간이 지나면 결과가 크게 벌어진다. 정규분포에 따른다면 평균에서 벗어나면 급속하게 가능성이 줄기 때문에 예외적인 현상의 비중이 매우 작지만, 지수적 법칙으로 증가하는 함수의 경우 평균에서 벗어난 예외적 현상의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체의 평균이 이 예외적 현상에 의해 좌우되게 된다.
검은 백조는 이러한 비선형적 사건의 일종이다. 비선형적인 극단적인 사건이 전체를 좌우하는 상황을 기본으로 하고 (Extremistan), 정규분포를 따르는 상황을 예외적인 것으로 상정하는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학문적 접근은 정규분포의 상황을 기본으로 하고(Mediocristan), 비선형적 분포의 상황을 예외적인 것을 취급하는 데,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처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적 접근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다. 경제예측이나 재무분야의 포트폴리오 관리 이론은 모두 사기이다. 그들의 예측을 현실과 비교해 보면 전혀 맞지 않음에도, 사람들은 이들의 전문적인 설명에 혹해서 그릇된 세계관을 가지게 되고 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생활을 한다.
검은 백조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대비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위험에 튼튼하게 대비하여 (robust) 미리 미리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자연은 이러한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해 대비하게끔 진화하였다.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중복을 두는 것 (redundancy) 이 그것이다. 자연의 유기체들은 비상상황에서 하나가 망가지더라도 나머지 하나로 버텨나가게끔 설계되어 있다. 예상치 못한 드문 위험에 대비하지 못한 생물은, 드물지만 엄청난 충격을 주는 위험에 노출되어 멸종되어 버렸다. 최대의 효율을 추구한다고 여유를 두지 않고 최적화하는 것 (optimization) 은 자신을 예기치 못한 드문 위험에 취약하게 노출시키는 어리석은 행위이다. 취약함을 줄이는 방식으로(anti-fragile)으로 살아야 한다.
빚을 지는 것은 취약한(fragile) 생활방식이다. 예기치 못한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위이다. 개인이건 국가이건 최대한 자신의 소득 이내에서 살아야 한다. 빚을 동원하여 사업을 하면(leveraged), 예상치 못한 드문 위험이 닥쳤을때, 그동안 벌어놓았던 모든 이익 이상의 것을 까먹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융계나 대기업의 보상 방식은, 이익에 대해서는 비례 이상으로 많이 보상을 하면서, 손해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되어 있다. 따라서 금융계는 무모한 정도로 많은 위험을 안고 사업을 하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상태에 빠져 있다. 2007년의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러한 무모한 영업이 초래한 위험을 당사자들이 지지 않고 세금으로 손해를 메웠다. 위험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위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현재의 보상 구조가 지속되는 한, 과도한 위험을 안은 취약한 사업 방식은 미래에 예기치 않은 드물게 발생하는 위험에 노출되어 또다른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위험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위험에 따른 손해를 짊어지는 보상 구조(skin in the game) 로 바꾸어야만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저자는 금융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 답게 학술적 접근의 비현실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검은 백조, 랜덤한, 비선형적인, 등 매우 매력적인 주제를 다루어서 스타가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세상이 랜덤한 사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살면서 모두 경험하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은 드물다. 세상사가 랜덤하게 발생한다고 하는 것은 "왜 그런일이 발생하는지 모르겠다" 는 말을 하는 것이므로, 아무도 자신이 모른다고 드러내서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도 검은 백조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전혀 설명할 수 없다고, 예측이나 설명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솔직히 이책은 그렇게 잘 쓴 책은 아니다. 주제와 무관한 잡다한 사설을 곳곳에서 쉼없이 냉소적으로 퍼부어 대기 때문에, 정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정신 똑똑히 차리고 가려서 읽어야 해서 필요 없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장황하게 반복하는 것도 흠이다. 주제와 무관한 개인적인 에피소드와 진지하고 복잡한 사안을 수시로 섞어가며 서술하는 것 역시, 그의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주의를 분산시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서술이다. 그럼에도 통계학이나 경제학에서 기존에 하던 말과는 다른 신선한 주장을 제시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어디까지 그의 주장이 옳은지를 살펴야 하는 피곤함이 따르기는 하지만. 그의 주장은 부분적으로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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