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Packward. 1995. The HP Way: How Bill Hewlett and I Built Our Company. HarperCollins. 193 pages.
저자는 휴렛패커드 회사의 설립자 중 한 명이며, 이 책은 휴렛패커드 회사의 경영과 성장 과정에 촛점을 맞춘 자서전이다. 휴렛과 패커드는 1930년대에 스탠포드 대학의 학생으로 만나 이 회사를 설립한다. 두사람 모두 공학도이며, 이 회사의 정체성 역시 기술적 수월성에 두고 있다. 그는 책 전체에서 여러번 휴렛패커드는 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패커드는 생산을 맡았으며, 휴렛은 기술 개발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였다. 그들은 학창시절부터 서로 자주 교류하였고,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여가활동을 함께 하면서 일체감을 다졌다.
스탠포드 공대의 Fred Turmen 교수는 두사람의 진로과 회사의 설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에게 이끌려 공학을 전공했으며, 신기술에 바탕을 둔 회사 설립과 운영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 정밀 전자계측기, 레이더기기, 마이크로웨이브 기기, 정밀 의료기기, 과학 실험기기, 등의 개발과 제조를 주로 하여, 이차세계대전과 한국 전쟁 동안 폭발적인 방위산업 수요에 힘입어 회사가 크게 성장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중 소비재인 컴퓨터와 프린터 산업에서 큰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휴렛패커드는 회사의 경영 목표를 주주 뿐만 아니라 종업원, 지역사회, 등 회사 관계자(stakeholder) 모두에게 기여하는 (contribution) 데 두었다. 주주 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종업원의 삶에 기여하는 것에서 회사의 존재의의를 찾았다. 종업원에게 이익을 분배하고,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하였으며, 경영진과 구성원의 소통을 중시하고, 현장에 가까운 구성원의 적극적 의사 개진을 장려하는 비권위적 기업 문화를 뿌리내렸다. 회사 구성원들은 회사의 일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을 넘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며 성취의 기쁨을 누릴 수있도록 회사 구성원의 창의력(initiative)를 장려하는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휴렛패커드는 의사결정을 분권화한 조직으로 유명하다. 각 부문 장에게 의사결정의 권한을 위임하여, 회사 운영에 관료적 절차를 최소화하였다. 경영자가 회사의 목표에 동조하는 한, 위로부터 세세하게 간섭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MBO(management by objective) 경영 원칙을 실현하였다. 중간 경영자는 의사결정의 간섭을 받지 않는 대신 성과에 따라 평가받는 문화를 만들었다. 회사가 관련 기술 분야에서 항시 최선두에 있는 것을 경영의 원칙으로 하여, 회사 매출의 6~1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으며,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을 쫒아 다른 회사가 개발한 제품을 따라하는 것을 피했다. 회사의 기술 영역과 연관이 크지 않은 분야로 무작정 확장하여 재벌화(conglomerate)하는 것을 피했으며, 과도한 차입 확장을 피하는 대신, 경영자 보수를 포함한 비용을 절약하고 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능력에 맞게 성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가 이 책을 쓸 때까지 휴렛패커드의 고위 경영자는 모두 공학도 출신이며,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는 문화를 고수하였다.
저자인 패커드는 회사 경영을 넘어서, 스탠포드 대학의 이사장으로 오랫 동안 재임하였으며, 1970년대에는 국방차관을 하면서 국방부의 무기조달 관련 일에도 깊숙이 관여하였다. 휴렛패커드는 초기 실리콘 밸리의 발판을 닦은 기업으로서, 스탠포드 대학과 산학협동 사업을 시작하여 활성화시켰다. 회사의 기술진들이 회사에 재직하면서 회사의 지원으로 스탠포드 대학원의 강좌를 들으며 석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산학협동을 통해 회사의 기술진이 최신 기술을 습득하고 대학 연구진과 공동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수행했으며, 유능한 신진 공학도를 회사로 끌어들이는데 크게 기여 하였다.
이 책은 미국의 경영대에서 한동안 필독서로 추천되었다. 저자가 서술하는 휴렛패커드의 성장과정과 기업 문화는 매우 이상적이다. 자서전이라는 한계를 감안한다고 하여도, 기술적 수월성을 기업의 정체성으로 하는 경우 최선의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그러나 휴렛패커드는 이 책이 쓰여진 1990년대 중반 이후에 컴퓨터와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어 이전만큼 기념비적 업적을 거두지는 못하였다. 기업환경이 변하였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거대기업이 스타트업만큼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성실하게 열심히 노력하고 운도 따라서 큰 성취를 하면서 화려한 인생을 살다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과일나무 > 호두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쟁 없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0) | 2021.11.06 |
---|---|
혼자 사는 것도 살만하다. (0) | 2021.10.18 |
인간의 도덕률은 생물학적 본능에 바탕을 두고 있다 (0) | 2021.10.14 |
음악 산업의 경제적 분석 (0) | 2021.10.08 |
인생의 마지막 역시 불평등하다 (0) | 2021.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