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ffry A. Frieden. 2006. Global Capitalism: Its fall and rise in the twentieth century. W.W. Norton. 476 pages.
저자는 하버드의 정치경제학 교수로, 이 책은 지난 백년간 전세계적으로 자본주의가 팽창과 수축을 거듭한 과정을 기술한 경제사 책이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왜 지난 백년간 세계적으로 팽창과 수축을 겪었는지 경제적, 정치적 원인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변화에 내재된 문제를 진단한다.
이야기는 19세기말 20세기 초반 서구에서 무역과 금융의 자유 이동을 허용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상당한 정도에 도달했다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국가간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은 각 나라들이 자신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부문에 전문화함으로서 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높이며 부의 빠른 증가를 가능케 했다. 금본위제 덕분에 환율이 안정되고 국제간 자본이동이 활발해졌으며, 운송수단의 발달로 국제간 교역이 크게 증가하였다. 가장 먼저 산업화되었고 금융이 발달한 영국의 주도로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이루어졌다. 제1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 시장의 통합이 상당히 진전되었으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통합은 각 나라에서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반발을 유발했다. 또한 뒤늦게 산업화를 시작한 미국과 독일은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 쳐서 자국의 유치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시행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은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을 추구하는 영국과 보호무역 주의를 추구하는 독일간에 세력 싸움이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각 나라들은 보호무역 정책을 추진했으며, 미국이 특히 그러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유럽의 금융 위기를 불러왔고,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전세계로 퍼졌다. 대공황 이후 서구는 전쟁 전의 시장 통합을 버리고 각자 도생을 추구하며 각국이 고립된 경제 체제로 후퇴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주도로 IMF와 IBRD(World Bank)를 설립하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서구 세계에 점차 확대되었다. 미국은 시장 개방을 주도하면서 GATT를 통해 국제적으로 무역 장벽을 낮추는 노력이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국제 무역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2차 대전 이후의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 노력은 미국은 물론 서구 세계 전반에 큰 번영을 가져왔다. 자본의 효율성을 쫒아 국제 자본 이동이 활발해 졌으며, 국제 무역이 활발해 지면서 세계 시장에 참여한 모든 나라들에게 전문화의 이익이 높아졌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서구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서 미국 시장에서 미국 산업을 위협하였으며, 미국 정부는 확대된 복지지출과 베트남 전쟁의 전비 때문에 적자 재정에 빠져들었다. 이에 더하여 1973년 중동 산유국의 자원민족주의가 폭발하고 원유 가격이 폭등했을 때, 전세계 자본주의 전체에 불황의 골이 깊어 졌다.
미국은 1980년대의 구조조정으로 비효율적인 부분을 도려내고 경제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1990년대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 덕분에 생산성이 꾸준히 향상되었다. 유럽 역시 미국보다는 정도는 덜하지만 구조조정을 겪었으며 이후 생산성의 향상을 기록하였다. 미국은 노동자의 세력이 약하여 사회보장 수준이 낮은 덕분에 경제 구조조정 이후 열악한 질의 일자리나마 높은 고용율로 복귀할 수 있었다. 반면 유럽은 노동자의 세력이 강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와중에도 높은 사회보장 수준을 유지해야 했으며 고용을 줄이는 선택을 하였다. 그 결과 유럽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실업율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댓가를 치뤘다.
1980년대의 구조조정에 이어 1990년대의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과 운송기술의 발달 덕분에 이전에 볼수 없었던 정도로 세계경제가 통합되는 결과를 낳았다. 국제 자본투자는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전세계적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라 불리는 국제 분업 생산 체계는 생산성을 엄청나게 증가시켰다. 국제적 분업 생산체계의 규모와 심도는 20세기 초의 국제화 시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러한 국제적 분업 생산체계의 혜택은 선진 산업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게도 넓게 미쳤다.
1970년대까지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 남미의 국가들과 인도는 국제 경제 체계에 연결되지 않고 각국이 자립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추구했었다. 국제 경제에 종속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크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수입과 수출을 최소화하는 대신 수입대체 산업화를 통해 국제경제에 의존하지 않는 발전 전략을 택하였다. 한국에서도 한때 '민족주의 경제론'이라 하여 이러한 발전 전략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국제경제에 연결되지 않는 고립적 산업화 노력은 자본부족, 기술부족으로 벽에 부딛쳤으며, 경제 불황에 정치적 불안이 중첩되면서 실패로 끝났다. 소련을 필두로 공산주의 국가들 역시 중앙집중 계획 경제의 비효율이 누적된 결과 결국 1990년에 붕괴되고, 이후 모두 국제 자본주의 경제에 연결된 경제 발전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세계는 선진 산업국은 물론이고 개발도상국도 모두 국제 자본주의 경제에 연결된, 즉 국제적 자본과 국제 무역에 크게 의존하여 경제를 운용하는 모델로 수렴하였다.
국제 경제에 연결되어 발전하는 전략은 국제 자본과 선진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효율을 제거하고 경쟁력을 가진 부문에 특화하게 함으로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순기능을 갖는다. 반면 국제 경제에 연결되어 발전하는 전략은 국제적 기준에 미달하는 부문, 국제 경쟁력을 갖지 못한 부문을 도태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연결된 댓가는 냉혹하다. 세계 자본주의 시장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은 국내의 경제 참여자의 복지를 위하는 것과 상충될 수있다. 국내 경제가 침체되면 정부는 이자율을 낮추고 돈을 풀고 적자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 하는데, 이렇게 하면 해외 자본이 이탈할 위험이 커진다. 정부가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을 인위적으로 지원한다면, 국제 자본은 이 나라를 버리고 해외에 더 효율적인 곳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선진 산업국에서 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노동자들은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게 되었다. 이들은 선진국의 공장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자본가에 대항하는 협상력이 떨어지고, 임금이 하락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반면 국제적 분업 생산 전략을 고도로 구사하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높은 기술의 노동자들은 생산성 향상과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수익을 독차지 하면서 높은 임금을 구가했다. 자본의 국제 이동이 자유화되면서 자본을 가진 사람이나 금융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익은 크게 높아졌다. 그 결과 선진국의 소득 불평등은 크게 높아졌다. 누진적 세금과 사회보장 제도를 통한 완충 기능이 약한 미국은 불평등 정도가 유럽보다 훨씬 심하다.
국제경제에 연결되어 발전하는 개발도상국에서 역시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국제 경제와 연결된 부문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중 중산층이 늘어난는 반면, 농촌이나 전근대적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산업화의 희생을 강요당하고 근대화의 과정에서 낙후되었다. 도시와 농촌간, 근대적 산업 노동자와 전근대적 부문의 노동자간의 격차는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21세기에 들어 다시 국제 자본주의 시장의 통합이 후퇴하는 징후를 보인다. 선진국에서 세계화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서구의 각국은 비관세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본 이동을 제한하고, 이민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질 수록 선진 산업국에서 기술 수준이 낮아 세계화에 낙오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며, 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21세기에 들어 중국의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인 중 중국의 부상을 반대하고 세계화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선진 산업국에서 세계화가 경제의 규모를 키우고 경제 효율성 증대의 혜택이 구성원 다수에게 돌아가는 한 세계화는 지속될 것이다. 반면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세계화의 혜택을 다수가 배제된 채 소수가 독점하고, 소득 수준이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세계화를 거부하는 목소리는 크게 힘을 받을 것이다. 자본의 이동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쏠림 현상의 부작용으로 불황에 빠질 위험은 과거보다 더 커졌다. 지금까지 세계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저자는 20세기 경제사를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잘 정리하였다. 저자는 특히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아, 국제 자본주의 시장의 변화에서 금융의 측면에 많은 논의를 할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서 금본위제가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와 벌어진 일이 많지만, 이책은 20세기 말까지만 커버하고 있어 아쉽다. 다시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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