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 Seligman. 1990.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292 pages.
저자는 긍정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 의 주창자로 유명하다. 이책은 긍정 심리학의 대표적인 저작으로서, 생각하는 바가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삶에서 성공과 실패, 궁극적으로는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낙관적 사고방식 optimism 을 가진 사람은 역경에 처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반면, 비관적 사고방식 pessimism 을 가진 사람은 역경에 처할 때 크게 좌절하고 우울에 빠져 오래도록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동물 실험 결과 반복 학습을 통해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learned helplessness) 확인했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인식하면, 역경에 처할 때 대응하려는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반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역경에 부딪쳤을 때 이를 극복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결국 역경에서 벗어난다.
누구나 살다보면 크고 작은 역경을 경험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닥쳐온 역경을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비관적일수록 무기력 상태를 낳는다. 역경을 자신에게 설명하는 방식에서 세가지 차원을 구분한다. 역경의 원인이 얼마나 영속적인지 permenance, 역경의 범위가 얼마나 포괄적인지 pervasiveness, 역경의 책임을 얼마나 자신에게 귀속시키는지 personal 가 그것이다. 역경의 원인이 특정 시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속적이라고 생각할 때, 역경의 원인과 결과가 특정 사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안에 광범위하게 해당된다고 생각할 때, 역경을 더 힘들게 느끼며 역경을 극복하는 데에 무력해진다. 역경을 초래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책임이 타인과 환경에 있다고 생각할 때보다 역경을 더 힘들게 받아들인다. 역경을 이렇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면, 감정적으로 좌절하고 주저앉게 되어, 역경을 극복하려는 행동으로 나서기 힘들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낙관주의자는 자신에게 닥쳐온 역경이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역경이 특정한 상황에 한정된 것이므로 다른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역경을 발생시킨 원인이 환경과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기에 상대적으로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낙관주의자는 역경에 부딛쳐 오래동안 좌절하거나 침체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툭툭 털고 역경을 극복하려고 대응 방안을 찾으며, 쉽게 일상으로 복귀하므로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낙관적 사고방식이 비관적 사고방식보다 더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증거는 많다. 일과 직장, 어린이의 성장, 학교, 스포츠, 건강, 정치의 영역에서 긍정적 심리학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실제로 이 명제가 타당함을 증명하였다. 닥쳐온 역경을 낙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비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보다 일에서 더 성공하며, 학업에서 더 높이 성취하며, 운동경기에서 더 많이 승리하며, 더 건강하며, 선거에서 더 많이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긍정적 심리학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비관주의적 사고방식이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유용한 측면도 있다고 인정한다. 인간의 삶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항시 효율적이지는 않다. 비관적 사고방식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도록 한다. 따라서 위험을 실제보다 가볍게 평가할 경우 희생이 큰 상황에서는 낙관적 사고방식보다 비관적 사고방식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된다.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과학자에게도 긍정적 측면을 과대평가하는 낙관적 사고방식보다는 심하지 않은 정도의 비관적 사고방식이 더 도움이 된다.
저자는 비관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낙관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훈련을 통해 개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ABCDE 모델이라고 명명하였다. Adversity - Beliefs - Consequences - Dispute - Energize 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역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반박함으로서, 무기력해지려는 감정을 막을 수 있고, 이는 극복을 위한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사고 훈련을 거듭하게 되면, 사고의 습관이 바뀌게 되어, 결국 역경을 설명하는 방식이 낙관적으로 변한다. 닥쳐온 역경에 대해 자신의 믿음을 반박하는 방식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자신의 생각의 근거가 박약함을 객관적 증거 evidence 를 대면서 반박한다. 둘째는, 그 역경이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대안적인 설명 alternatives 을 제시하면서 반박한다. 세째는, 설사 자신이 생각한 원인이 맞다고 해도 큰 맥락에서 보았을 때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고 역경의 함의 implications 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반박한다.
역경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문화와 종교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동독 사람은 서독 사람보다 훨씬 더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역경을 비관적으로 해석함으로서 무기력한 감정을 낳는 것이 서구의 개인주의 가치관의 소산일 수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문화에서는 역경을 해석하는데에서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이 부정적 감정을 낳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매우 간단히 언급한다.
근래에 미국인은 과거보다 우울증의 정도가 두 배 이상 심하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근래로 올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된 반면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모든 성취와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때, 개인은 역경에 취약해지게 된다. 의미있는 삶 meaningful life 이란 자신보다 더 큰 것, 즉 가족, 공동체, 조직, 국가에 자신의 삶의 근거를 둘 때에 찾아온다. 단독의 개인이 삶을 모두 책임져야 하지는 현재 미국인의 삶은 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며 결국 우울과 삶의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자는 긍정 심리학의 전도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의 주장, 즉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감정이 바뀌고, 그에따라 행동 방식이 바뀐다는 명제는 논란 거리이다. 사람의 감정은 자신의 생각과 의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근래 심리학에 핫 이슈이다. 반복 훈련을 통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할까? 생각을 바꾸는 훈련을 거듭하면 비관적 성향이 낙관적 성향으로 바뀔까? 이 책은 그의 연구가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서술하므로, 외관상으로 볼 때 그의 주장은 객관적 연구의 성과로 뒷받침된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의 연구가 그렇듯이, 일부 사례를 통한 검증이 보편적 타당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닥친 역경이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면, 아무리 나의 역경을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드는 예 중에는 보험을 판매하기 위하여 매일 낯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고 수없이 거절 당해야 하는 보험회사 판매원이 있다. 반복적으로 거절을 당하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어 스무번 전화를 걸어 한 번의 대면 약속을 받아내고, 대면 약속을 한 예비 고객을 만나서도 최종적으로 보험을 팔기까지 또 숫한 거절을 경험해야 한다. 만일 구조적으로 보험 판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여 스무 번 중 한번이 아니라 백번 중 한번의 대면 약속을 받아내는 확율이라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좌절하지 않고 계속 전화로 보험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한 구조적 상황이라면 전화로 보험 영업하는 것은 노력 낭비라고 비관적이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긍정 심리학이 개인의 주체성 initiative 를 강조하는 반면 구조적인 문제에 소홀하게 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과대평가하도록 한다는 점은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적 사고습관이 역경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무기력을 낳고 극복을 어렵게 한다는 그의 발견은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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