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403)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44)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생명의 근원'에 해당되는 글 2건
2022. 11. 13. 03:27

Antonio Damasio. 2018.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Pantheon Books. 244 pages.

저자는 신경과학자이며, 이 책은 기분 혹은 느낌(feeling)이 생명 현상의 핵심이라는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 한다. 여기서 항상성이란 열역학 제2법칙의 힘에 맞서서 주위 환경보다 높은 잉여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는 병에 걸리고 궁극적으로 죽는 것이다. 즉 주위 환경과 에너지 수준이 같아지는 것, 이는 죽음, 즉 생명의 반대 상태이다.

느끼는 것(feeling)은 생명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이다. 안좋은 느낌은 생명체의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던가, 컨디션이 안좋다던가, 힘이 없다던가, 막연하게 기분이 안좋다던가 하는 것은 무언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기분이 좋고, 즐겁고, 힘이 솓구치는 느낌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더 높은 에너지 수준에 올라 있음을 의미한다. 기분이란 생명체의 현재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중립적인 느낌이란 것은 없다.

우리의 몸의 내부로부터 항시 느낌이 나온다. 생명체는 이러한 몸의 내부 기관에서 포착하는 느낌에 무관심할 수 없다. 생명체는 나쁜 느낌의 원인을 찾아내어 해소하려 하며,  좋은 느낌의 원인이 지속되도록 노력한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느낌을 통해 관리된다. 기분은 우리를 움직이고 노력하게 만든다.  기분은 우리에게 행동의 동기(motivation)를 제공하며, 행동을 관리(monitor)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내는 느낌을 따라 행동한다. 느낌이 없다면 행동을 해야 할  욕구 혹은 힘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이성의 힘으로만 행동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생물체의 삶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은 느낌에 보조적인 존재이며, 느낌 만큼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두뇌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 환경에 대한 느낌을 종합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우리 몸에게 적절한 행동을 지시한다. 두뇌와 몸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몸에서 나오는 느낌은 두뇌를 움직이고, 두뇌는 몸에게 행동을 계속 지시하면서, 느낌의 변화를 통해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조절한다. 두뇌와 몸의 관계에는 의지로 통제할 수있는 수의기관과 의지로 통제 불가능한 불수의 기관 양쪽 모두 포함한다. 느끼지 못한다면 몸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방향을 가름할 수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죽을 것이다. 

몸이 내는 느낌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은 단순한 생물체나 고등 생물체나 비슷하게 작용한다.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라 행동한다. 빛의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위험한 포식자를 피하는 행위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른 행동이다. 우리의 척추와 두뇌의 뿌리(brain stem)에 있는 신경들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 따른 반응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의식하지 않고 직접 몸에 행동하도록 지시한다. 우리의 몸의 내부 기관은 신경망을 통해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두뇌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혈관이나 림프관으로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두뇌가 이를 직접 감지하는 경로를 통해서도 느낌을 수신한다. 화학물질을 통해 몸의 내부 기관이 내는 느낌을 수신하는 것은 단순한 생물체가 가진 메커니즘인데, 고등동물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포착하는 주체이다. 느낌이 없다면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느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몸이 내는 막연한 느낌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급의 사고 작용을 담당하는 두뇌 피질은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에 대해 받는 느낌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직접적인 반면, 외부의 환경에 대한 느낌은 간접적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몸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서 인간의 문화 활동과 문화적 성과도 유래한다. 언어, 법률, 예술, 과학 등 모든 인간의 아이디어, 즉 지적 산물은 궁극적으로 인간 각자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이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고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이 모든 행동, 즉 삶의 궁극적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은 독창적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인간의 느낌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인간이 느끼는 느낌을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서 뿌리를 찾는 그의 연구는 참신하다. 인간은 결국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좋은 느낌을 갖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는 주장이나, 나의 몸이 내는 느낌에 인간은 한 순간도 무관심할  수 없으며, 그 느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몸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느낌이 인류의 모든 문화 산물의 근원이라는 그의 주장은 좀 지나치게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그의 글은 장황하게 쓰여져 읽기 어려웠다. 꾹참고 읽기는 하지만 대체 저자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하는지 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 듣고 나서야 그의 주장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연에서도 젠체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래서 과학적인 사실을 서술함에도 글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솔직 단백하게 쓰지 못한 것이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구감소 사회의 미래  (0) 2022.12.02
왜 생명체는 늙고 죽는가  (0) 2022.11.16
플랫폼 경영  (0) 2022.11.11
생명체란 무엇인가?  (0) 2022.10.29
바이러스의 세계  (0) 2022.10.19
2019. 11. 9. 22:28

Richard Dawkins. 1995. River out of Eden: A Darwinian vies of life. Basic Books. 161 pages.

'이기적인 유전자'로 유명한 저자가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진화론을 보다 흥미있게 해설한 책이다. 생명의 진화란 유전자의 증식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육체는 유전자를 담는 그릇에 불과하며, 유전자의 생존과 후대에 증식이 생명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물체가 고통을 느끼는지, 도덕적으로 올바른지, 공정한지, 건강하고 오래사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생물체의 어떤 기관의 목적이 무엇일까를 탐구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한가지, 그 생물체가 담고 있는 유전자의 생존과 증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유전자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과 증식의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만 진화의 방향을 몰고간다. 생명이란 정보의 덩어리 즉, 유전자 혹은 알고리즘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 육체는 이 정보를 담는 수단에 불과하다.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복제 되며, 지리적인 격리 등 환경적 요인으로 유전자가 서로 다른 종으로 갈리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와 유전자가 근접할수록 보다 최근에 이 갈리는 과정에서 나누어졌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성염색체와 달리 어머니의 계통을 통해서만 다음 세대로 복제되는 특성을 가진다. 인간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거슬러 추적한 결과 소위 African Eve 라고 부르는 아프리카에 살던 한 여성이 현대인 모두의 여자쪽 조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와 동시대에 살았던 여성들의 후손은 현재 살고 있는 사람에게까지 유전자가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현생 인류의 최초의 조상은 아니다. 최초의 조상은 아마도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 동물의 세계에서 보면 수컷이 암컷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은 후손 속으로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의 유전자는 오랜 세월 동안 진화적 선택에서 가장 생존가능성이 높은 것이 살아남은 결과이다. 우리의 유전자보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것은 그간의 생존 경쟁에서 패배하여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

생물체가 놀랍도록 정교하게 짜여진 것을 보고, 이렇게 정교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신뿐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오류이다. 진화의 과정은 유전자의 증식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생물체의 시스템을 정교화시키는데, 현재 관찰되는 어떤 생물체의 정교함에 못미치는 전 단계를 다양한 생물체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벌꿀이 자신의 동료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리는 특징적인 춤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되어 만들어진 듯이 보이지만,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신호 체계의 복잡성을 더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특정 생물체의 유전자 증식의 목적에만 부합하도록 정교화된 경우를 흔히 본다. 특정 곤충의 감각 능력은 그들의 생존 욕구에 맞도록 진화되면서, 인간의 감각과 지능으로 볼 때에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전자의 효용함수, utility function 이라는 개념을 제안한다. 개별 생물체의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존과 증식의 가능성을 가장 높이는 선택을 말한다. 개별 생물체의 유전자에게 이익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그 종 전체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개는 소수의 수컷이 많은 암컷을 거느리기 때문에, 많은 수컷은 교미할 기회가 없이 죽는다. 종 전체의 유전자의 증식으로 볼 때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수컷대 암컷의 비율을 1:9로 하여 낭비되는 수컷이 없도록 하는 것이 다. 그러나 개별 생물체의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수컷대 암컷의 비율이 5:5로 될 때에만 진화적 평형상태를 유지한다. 만일 성비가 1:9라면 모든 부모는 자식이 수컷이되도록 할 때 자신의 유전자의 증식이 최대화되므로, 암컷대비 수컷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화가 전개될 것이다. 5:5가 되면 자식이 수컷이건 암컷이건 유전자의 후대 증식 가능성이 동일하므로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이 경우 만일 수컷을 낳으면 다수의 수컷은 교미를 하지 못하여 유전자의 증식이 제로이지만, 소수의 수컷은 많은 암컷을 거느리므로 유전자의 증식 비율이 크다. 따라서 수컷을 낳을 때 유전자 증식의 기대값은 암컷을 나을 때와 동일하게 된다. 

태평양의 연어는 강 상류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성장하여 원래 태어난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생식을 하고 나서는 바로 죽는 것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반면 대서양의 언어는 이러한 생식 과정을 한 생애 동안 여러번 반복한다. 왜 이렇게 다르게 진화하였을까? 태평양 연어의 서식지인 강은 험하여 이를 거슬러 오르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지막 에너지를 다하여 강을 거슬러 오르고 생식을 한 다음 바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에너지를 아끼면서 강을 오르고 생식 이후에도 다시 살아가도록 하는 선택보다 유전자의 후대 증식의 관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면 대서양의 연어가 서식하는 유럽의 강은 그리 험하지 않으므로 한 생애 동안 여러차례 강을 오르고 생식을 하도록 하는 것이 유전자의 증식에 합리적이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물체가 어떻게 고통을 받고 얼마나 살고 어떻게 죽는가 하는 것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고통없이 오래 사는 것보다 고통을 받으면서 짧게 살다 다음 세대를 낳고 죽는 것이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면서 유전자의 증식에 더효율적이라면 당연히 후자 쪽으로 진화한다.

우주에서 신성 supernova 은 몇 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하고 재로 변하는 별을 이른다. 에너지의 폭발과 유사하게 우주에서 정보의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한 정보의 폭발은 지구에서만 발견된다. 지구에서 일어난 정보의 폭발의 시작은 미미하다. 정보를 자기복제하는 기제, 즉 생명체가 시작되면서부터이다. 정보의 자기 복제는 광물질의 결정이 만들어지는 것과 유사하게, 화학적 결합체인 분자가 자신을 복제틀로 하여 자신과 대칭적인 동일한 존재를 생성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것을 저자는 복제 폭탄 replicator bomb라고 부른다. 우리의 DNA를 구성하는 네가지 종류의 분자 A,T,C,G는 A가 T에 대칭적인 존재이며, C가 G에 대칭적인 존재이다. 이 네 종류의 분자가 무수히 엮어지면서 정보의 복잡성을 높여갔다. 이 분자들은 복제를 기하급수적으로, 즉 2, 4, 8, 16, 이런 식으로 하면서 수를 늘렸으며 분자들이 덩어리를 구성하여 세포가 되고, 세포가 덩어리를 구성하여 개별 생물체가 된다. 이 분자들은 복제를 하면서 ATCG의 조합을 조금씩 달리하게 되는 데, 이것이 종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기제이다. 다양한 종들은 서로 경쟁을 하면서 복제의 효율성을 높여간다.

정보의 복제 속도가 높아지고 복잡성이 증가하는 과정은 인간에 이르러, 지난 이삼백년간에 걸쳐 가속화되며 마침내 지구 행성 밖으로 정보를 보내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정보의 절대 규모가 커지고 복잡성이 증가하는 끝은 어딘지 알지 못한다. 슈퍼노바의 경우처럼 지수적인 팽창을 하다가 결국 가용 자원의 극에 도달하여 폭발로 끝날 수있다. 혹은 정보가 행성 밖으로 이동하면서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복제의 사이클을 만들 수도 있다. 우주로 나간 정보가 지구의 인간과 교신이 끊어진다면, 환경이 바뀌면서 생물체가 다른 종으로 정보의 강이 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주의 다른 곳에서 새로운 종으로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이 책을 두번째 읽었다. 과거에 이해되지 않던 부분이 조금더 이해되는 듯하다. 리차드 도킨스는 엄청난 사람이다. 냉정한 학자이면서 천재적인 명석함이 번득인다. 그의 책을 읽으면 경외감이 슬금슬금 올라온다. 그가 서술하는 것의 요지는 일견 단순한 듯 하면서 우주의 진리를 관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도킨스는 진화론에서도 특히 삶의 중심을 유전자에 두는 정말로 냉혹한 골수 진화론자이다. 그의 확신이 존경스럽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