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cur Olson. 2000. Power and Prosperity: Outgrowing communist and capitalist dictatorships. Basic Books. 199pages.
저자는 저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집단행동론을 적용하여 한 나라가 부강하거나 가난한 이유를 설명한다. 국가가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하고, 소수 이익집단에 의해 전체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시장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여 자원 활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부강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먼저 권력의 논리 (the logic of power)를 제시한다. 인간 사회는 여러 작은 규모의 폭력 집단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사람들을 강탈하는 무정부 상태로 시작하였다. 이들은 그들이 강탈하는 사람들의 복리나 생산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강탈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탈하며,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강탈할게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또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강탈을 계속한다. 이러한 여러 폭력 집단 중에서 세력을 키워, 이들이 보호 내지 착취하는 대상이 커지고 한 곳에 정주하는 지배 세력이 되면, 이제 그들의 강탈 행태는 과거 작은 폭력 집단이었을 때와 달라진다. 그들은 피착취민의 생산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강탈을 조절하며, 나아가 사람들의 생산력을 높여서 그들이 강탈할 근거를 두텁게 하는 데로 관심이 이전한다. 폭력집단의 세력이 매우 커지면 그들이 착취하는 사람들과 함께 국가를 형성하며, 폭력집단이 피지배집단으로부터 강탈하는 보호비는 다름아닌 국가의 세금이 된다. 국가는 영토내에서 폭력을 독점하는 조직이며, 근본적으로 지배집단의 이익에 기여한다.
지배집단은 피착취민으로부터 거둔 세금의 일부를 피착취민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한다. 국가가 생산하는 공공재가 바로 그것이다. 대외적인 안보, 국내의 치안, 도로 등의 바로 그것이다. 피착취민은 지배집단이 제공하는 공공재 덕분에 안정적으로 생산활동에 종사할 수있기 때문에 그들의 지배/착취를 지지하기까지 한다. 피착취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것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지배집단은 피착취민의 대표와 타협하고 그들의 복종을 이끌어내도록 회유한다. 피착취민들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낼지 그들의 대표를 통해 지배집단과 밀고당기는 과정에서 의회가 탄생하였으며, 영국의 명예혁명이 일어났다. 경제발전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적절히 조달하는데,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정부보다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다.
집단적인 노력을 투입하여 수행해야 하는 일에는 항시 무임승차자 Free rider 의 문제가 발생한다.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집단 전체의 이익에 배치되게 행위하는 문제는 무임승차자 문제의 일부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행위이지만 집단 전체로볼 때는 비합리적으로 일이 돌아간다. 모든 사람들에게 법이 균일하게 집행되도록 강제하는 장치를 통해,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 전체의 이익에 배치되게 행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 소련의 계획경제는 자원의 배분이 효율적으로 될 수 없었다. 지배집단이 생산수단의 집단화를 통해 생산자들로부터 과도하게 뽑아낸 이익을, 자신들의 권력을 보호할 목적으로 국민에 대한 권위주의적 감시와 군비경쟁의 비용으로 과도하게 지출하였다. 시장기구를 통한 자원의 배분이 아니라 위로부터 명령에 의하여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다. 생산자들은 자신의 노동의 결과물 중 생존의 수준을 넘어서는 부분은 전부 수탈당하므로,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도 거의 모두 수탈당할 것이 확실하다면 아무도 최소한의 선을 넘어 추가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항시 존재하는 내부로부터 및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대응하여 변화해야 한다. 이때 생산성이 낮은 분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자원이 이동해야 경제 전체의 부가 증가한다. 소련의 계획경제는 상황 변화에 대한 적응이 매우 더디었다. 상황이 변화하여 어떤 기업이나 생산 방식이 비효율적이 되더라도, 위로부터의 명령에 따라 자원이 계속 그 비효율적인 부문으로 할당되는 반면, 새로이 생겨난 효율적인 부문에는 자원이 제대로 배분되지 못했다. 투입보다도 더 낮은 산출을 하는 비효율적인 부문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연명을 하면서 전체의 생산력을 갉아먹었다. 비효율적인 부문에 종사하는 경영자와 노동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의 이익에 배치되게 행한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소련의 생산성은 서방세계에 뒤쳐졌으며, 서방 세계와 경제 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면서 국민들이 정부에 이반하였다.
모든 사회에는 사람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거래가 생겨나며 이를 통해 경제 전체로 큰 이익을 거둔다. 그러나 물건의 단순한 교환을 넘어선 복잡한 거래는 사회적으로 복잡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여유 돈을 가진 사람이 기업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투자하는 것은 금융제도가 갖추어질 때에만 가능하다. 장기적 안목에서 생산에 필요한 기계를 구입하고, 불확실하지만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사람들 사이에 위험을 공동으로 묶어 보험을 만드는 등, 생산성 높은 복잡한 경제행위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다.
세상 일의 성패에는 운이 많이 작용한다. 어떤 사업, 어떤 방법이 성공할지 미리 알 수 없다. 운이 따라서 성공한 사업이나 방법으로 거둔 수익을 그 사람이 모두 누리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반면, 실패한 사업이나 방법은 불운 때문에 그리되었을 수 있으므로,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혼자 짊어지라는 것 역시 불공평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실패한 사업이나 방법에 국가가 보조금을 투입하여 계속 지속되도록 한다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실패한 사업/방법으로부터 성공한 사업/방법으로 자원이 이동하도록 해야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 된다. 시장은 바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 시장의 효율성이 발휘된다면, 사람과 자원의 잠재력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휘될 것이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계약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는 생산성이 높은 복잡한 경제행위를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선진국에는 구비되어 있으나 개발도상국에는 결여되어 있다. 한편, 소수의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 하면서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선진국에도 만연해 있다. 사유재산을 보호하는 제도와 소수의 집단의 이기적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면,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혁신이 계속되면서 부강해질 것이다. 반대로 사유재산의 보호가 미흡하고, 일부 집단이 자신의 이익을 전체에 우선하는 행위가 제지 없이 마구 자행된다면, 그 경제에서 생산성 높은 경제활동은 이루어지지 않고 국민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일생 동안의 연구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문장이 길고 복잡하여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현학적인 이론을 구사하지 않아 일반인도 논의를 따라갈 수있다. 정치경제학적 접근으로 드물게 탁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고 바로 젊은 나이에 죽었는데, 그가 오래 활동을 했다면 통찰력있는 많은 작품을 남겼을텐데 안타깝다. 다시 읽어볼만한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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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저자는 생태학자이며, 이책은 세계가 물질문명의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포괄적으로 서술한다.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의 다섯 분야에서 변화를 서술한다.
서구사회는 인구 감소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인구가 주로 증가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부자 나라로의 인구 이동은 앞으로 필연적이다. 부자 나라는 노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노령 인구를 돌볼 사람이 필요한데, 자체로는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은 1960년대의 그린 혁명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늘어, 이제 식량의 절대량에서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선진 산업국에서 육식 소비가 많고 폐기되는 식량이 절반에 달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구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생활 수준과 생활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식량의 고기 전환 효율이 낮은 소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전환 효율이 높은 닭고기의 소비와 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조고기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류의 주요 에너지 원은 유기체의 근육의 힘에서 벗어나, 나무, 석탄, 석유, 가스, 전기로 이전해 왔다. 한때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의 주종이 되리라는 예견은 어긋났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석탄과 석유에 대한 의존은 앞으로도 오랫 동안 지속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 에너지의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체 에너지원이 주가 되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특정 에너지를 이념적으로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핵에너지, 태양광과 풍력, 뿐만 아니라 석탄, 석유, 가스, 전기에서 기술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율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뒤이어 인도의 경제성장은 꾸준히 지속되면서 선진국과 격차를 좁힐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인류의 발전은 환경 악화와 함께 했다. 인간 때문에 많은 종이 사라졌으며,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 성장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에게는 성장이 최우선과제이며 환경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적응력을 신뢰한다. 환경 문제가 악화하면, 인류는 그에 맞추어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와 탄소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파국을 막으려 할 것이다. 어느 선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기에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자연과 생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궤적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와 자연이 합일하는 "단일체(Singularity)"의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는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적 제약 속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도 물질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극단적인 낭비를 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서술하여 읽어 나가기 힘들다. 통계 책자를 읽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을 쓰기도 힘들텐데. 저자의 인내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계속되는 숫자와 밋밋한 서술은 독자의 호기심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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