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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7. 06:43

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저자는 물리학자로 통섭학문 연구로 유명한 산타페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이 책은 생물체와 사회현상을 관통하는 근본 원리를 찾는 노력의 결과물로, 그는 생물체와 사회현상이 규모에 비례한다는 원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생물체의 성장, 도시의 성장, 회사의 성장 등은 지수적 분포 곡선 exponential curve 를 따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증가하며, 소수의 것은 규모가 매우 큰 반면 이와는 큰 격차를 보이면서 작은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는 일반적인 정규 분포 곡선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다. 지수적 분포를 보이는 이유는 생물체, 도시, 회사가 자기 복제적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프랙탈 fractal 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

생물체의 지수적 속도의 성장은 무한히 지속될 수없다. 왜냐하면 생물체를 구성하는 최소단위, 즉 세포 하나 하나에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신진대사 기능은 규모보다 성장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다. 결국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르면 유기체의 모든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하게 되며, 추가적인 성장을 위한 여력이 더이상 남지 않게 된다. 세포의 수가 증가하면 신진대사를 위한 세포간의 네트워크의 복잡성도 지수적인 속도로 증가하며, 더이상 복잡성이 발달하기 어려운 극치점에 도달한다. 이러한 극치점에서는 규모와 신진대사 기능간에 균형을 보이며, 외부로부터의 작은 충격으로도 이 균형이 깨어져 쇠퇴의 길로 접어 들며 마침내 사멸한다. 이것이 바로 생물체의 성장이 멈추고 수명이 제한된 이유이다. 

생물체의 규모가 크면 신진대사율은 낮은 대신 오래 산다. 반면 생물체의 규모가 작으면 신진대사율은 높은 대신 빨리 죽는다. 규모에 따라서 가용한 힘도 결정된다. 규모가 크면 그것을 지탱하기 위해 많은 힘을 필요로 하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신진대사의 비효율이 압도하여 생존할 수없다. 생물체는 온도가 높아지면 신진대사의 속도가 높아진다. 빨리 성장하고, 빨리 후손을 낳고, 빨리 죽는다. 지구 온난화는 생물체의 삶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간들이 모여 사는 도시 또한 생물체와 유사하게 지수적 성장의 속도와 분포를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의 속도가 빨라지며, 소수의 매우 큰 도시와 다수의 작은 도시들로 구분된다. 한편, 생물체의 신진대사와 달리 도시는 세포, 즉 주민 각각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신진대사의 효율이 규모가 클수록 커지는 규모의 경제 economy of scale 를 보인다. 클수록 더 효율적이 되는 것이다. 도시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들 사이에 연결이 높아지고, 아이디어의 생산 효율이 커지고, 삶이 풍요로와진다. 도시가 성장할수록 사람들의 특성이나 기능의 전문화가 높아지며 다양성이 커진다.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아이디어와 부의 생산이 증가한다. 도시가 커질수록 사람들의 움직임도 빨라진다. 도시가 커지면 긍정적인 면만 아니라 부정적인 면도 가속적으로 증가한다. 범죄가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자원소비가 높아지고, 오염과 질병이 증가한다. 문제는 이러한 삶의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지수적 성장은 무한히 계속될 수없으며, 결국 성장이 중단되고 쇠퇴로 접어드는 극치점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인류는 지금까지 지수적 성장의 파국 지점에 도달하기 전에 혁신을 통해 성장 곡선을 매번 새로이 그려왔다. 그러나 지수적 성장의 극치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추어 혁신의 속도를 빨리하여 파국을 면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속적 페이스의 끝이 무엇일지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책은 단일 원리로서 세상을 설명하려는 물리학자의 야심찬 시도이다. 생물체에 대한 설명은 설득력이 있는데, 사회현상으로 넘어오면서는 비약이 심하다. 인구 규모에 따라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설명된다는 주장은 한계가 있다. 곳곳에 주제의 진행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 개인적 에피소드를 많이 깔아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기에 번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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