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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해당되는 글 2건
2021. 8. 7. 12:07

Alvin Roth. 2015. Who gets What - and Why: the new economics of matchmaking and market design. Mariner Books. 231 pages.

저자는 게임 이론과 market design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이 책은 그의 연구 결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가 연구 혹은 설계한 시장의 사례를 예로 하여 효율적 시장의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효율적인 시장은 시장 참가자가 많아야 하며(thick), 참가자 다수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갈 수 있어야 하며, 거래의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시장 참가자가 많을수록 혼잡도가 높아지므로 효율성이 떨어지는데, 이를 해결할 장치가 있어야 한다. 참가자가 안전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밝히면서 사기당할 것을 염려하지 않는 (safe)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은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하면서 스스로 문제점을 개선해가지만, 근래에 지식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완전히 새로이 만들어진 시장도 적지 않다.

상품이 표준화되어 있어 개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시장(commodity market)에서는 다수의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에게 익명으로 가격에 의존해 거래를 한다. 반면 상품이 표준화되지 않고 개별적인 특성이 큰 시장에서는 판매자과 구매자가 서로 짝을 짓는(matching)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는 주요 매칭 시장의 사례, 즉 콩팥 이식을 둘러싼 콩팥 기부자와 수혜자의 짝을 교환하는 시장,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지망생과 그를 고용할 병원을 짝짓는 시장, 중고등 학생의 진학과 관련해 지원자와 학교를 짝짓는 시장, 법대 졸업생과 로펌 및 판사서기 자리를 짝짓는 시장, 주파수를 경매하는 시장,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콩팥 기부자와 수혜자를 짝짓는 시장은 2000년에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콩팥을 돈을 받고 거래하는 행위는 전세계적으로 이란을 제외하고는 법으로 금하고 있다. 콩팥 기부는 죽어가는 사람으로부터 적출하거나 순수한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콩팥을 원하는 사람에 비해 기부되는 콩팥은 현저히 적다. 따라서 일방적인 순수한 기부보다는 기부자를 상호 교환하는 방법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콩팥을 수혜받고자 하는 사람은 대체로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기부 받는 길을 택하는데, 문제는 기부자의 콩팥을 수혜자의 몸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콩팥 기부자를 확보한 수혜자들이 서로 기부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몸에 맞는 콩팥을 찾아서 이식하는 경우가 많다. 매사추세츠주에서 시작한 기부자와 수혜자의 쌍을 맞교환하는 네트워크는 점차 범위를 넓혀가면서 맞교환 콩팥 이식의 사례를 늘이고 있다. 수혜자를 동반하지 않은 순수한 기부자의 콩팥이 기부자와 수혜자의 쌍의 교환 네트워크에 투입되면, 연쇄적인 기부와 수혜의 사슬을 형성하면서 콩팥이식 사례를 획기적으로 늘린다. 기부자와 수혜자의 쌍을 동시에 시술하는 대신에 시차를 두고 시술함으로서 두쌍 간의 교환을 넘어서 세쌍, 네쌍 간의 교환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병원과 의사들이 이식의 사례 수를 늘리는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때문에, 콩팥 기부 네트워크는 지역을 넘어서 전국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네트워크의 범위가 넓을 수록 교환의 가능성은 커지며, 이식 사례 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의대를 졸업한 수련의 지망생과 이들을 고용하는 병원간에 짝을 맺어주는 시장은 저자의 도움으로 체계화되기 전에는 혼란 상태였다. 병원들은 타 병원보다 우수한 수련의를 먼저 차지하려고 하면서 채용 인터뷰를 제안하는 시점이 갈수록 앞당겨졌으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병원들이 합의하여 채용 시작 시점을 정하였을 때, 매우 짧은 유효 기간을 둔 채용 제안(exploding offer)을 남발함으로서 지망생이 제대로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결국 병원들 사이에 진흑탕 경쟁으로 합의는 무너지고, 무질서한 채용 경쟁으로 지원자와 병원 모두 불만족한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장을 새로 디자인 해달라는 의뢰를 저자에게 했다. 저자는 '채용 확정을 연기하는 알고리즘' (deferred acceptance algorithm)을 적용한 중앙집중의 결제 방식 (clearinghouse)를 도입함으로서 문제를 해결하였다. 채용 확정을 연기하는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1) 지망생이나 병원 모두 각각 상대에 대해 자신의 선호를 서열로 매긴 목록을 작성하여 제출한다. 2) 배정의 1차 라운드로, 선호 목록의 최상위에 있는 지망생과 병원을 짝짓는다. 3) 만일 병원의 허용 좌석에 비해 최상위로 이 병원을 지목한 지망생의 수가 많을 경우, 이 지망생 중 병원이 정한 상위의 순으로 지망생을 잠정적으로 배정한다. 4) 1차 라운드에서 탈락한 지망생은 선호 목록의 차상위에 있는 병원에 대해 2차 라운드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이때 이미 1차 라운드에서 이 병원에 잠정적으로 배정된 모든 지망생과, 1차 라운드에서 탈락하여 차상위 선호 병원으로 온 지망생은, 동일한 지위에서 병원의 선호 순위에 따라 모든 지원자를 평가한 후 상위 순으로 지망생을 잠정적으로 다시 배정한다. 매 라운드마다 배정은 계속 개정되게 된다. 5) 이렇게 모든 병원과 모든 지망생에 대해 상호 선택을 반복한 후, 배정되지 않은 지망생이 남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 배정된 병원과 지망생의 짝짓기를 최종적으로 확정한다. 

이 알고리즘은 중앙결제 방식을 통하지 않고 지원하거나 채용하는 선택이, 이 결제 시스템을 통해 하는 선택보다 항시 열등한, 즉 하위 순위의 상대와 짝짓기를 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최상의 짝짓기를 제공한다. 반면, 일순위를 우선적으로 배정하여 확정짓는 방식(immidiate decision method)은, 만일 1순위 대상에서 탈락할 경우, 자신이 원하는 2순위의 대상 또한 인기가 많은 곳이라면, 그가 2순위의 대상으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하위 순위의 대상으로 밀려 배정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1순위를 먼저 배정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실제 선호 순위를 밝히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자신이 채용될 가능성이 높은 자리를 고려하여 순위를 외곡하여 제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반면 채용 확정을 연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할 경우, 자신의 1순위 대상에서 탈락한다고 하여도, 자신의 2순위 대상에서 다른 모든 지원자와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으므로, 자신의 실제 원하는 선호순위를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중고등학생 입학과 관련해 지원자와 학교를 짝지워주는 시장은, 학교가 지원자의 순위를 제시하는 대신 선호 기준을 제시하는 것 이외에는, 수련의 지망자를 병원과 짝짓는 시장과 동일하다. 지원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학교를 10개까지 순위를 적어 내게 하며, 중앙결제 시스템은 지원자의 선호에 따라 각 학교에 대해 잠정적인 배정 라운드를 계속 돌리면서,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선호 목록의 최상의 학교에 배정되고, 학교도 자신의 선호 기준에 따라 가장 우수한 학생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알고리즘은 기존의 학교간의 서열과 학생들 사이의 우열을 인정한 채, 그러한 조건에서 가장 최상의 짝짓기를 만드는 것일뿐, 학교간의 서열의 문제나 학생들간의 서열의 문제 자체를 건드리고 있지는 않다.

최상의 짝짓기 알고리즘이 존재한다고 하여도, 기존의 비효율적인 시장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각 시장마다 이익을 보는 쪽이 있으며, 이들은 시장의 개혁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법률 시장의 경우 판사의 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법대 졸업생을 배정하는 중앙결제시스템의 도입을 어렵게 한다.

모든 물품을 돈으로 거래하는 것을 사회가 허용하지는 않는다. 인체의 장기를 거래하는데 돈이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사회가 규정하고 있으며, 마약과 섹스 또한 돈으로 거래되는 것을 금하는 사회가 많다. 그러나 어느 것이 돈으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가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변해왔다. 예컨대 중세 서구에서는 이자를 받고 돈을 대여해주는 것을 금했다. 효율적인 시장을 설계하는 작업은 경제학 이론을 실제에 적용하여 효과를 본 대표적 예이다.

저자는 이 분야에 대가이므로 자신의 연구와 활동을 자신의 말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 만으로 내용이 매우 풍부하다. 복잡한 이론을 흥미로운 사례를 동원해 알기 쉽게 쓴 솜씨가 대단하다. 지원자와 자리를 짝짓기 하는 것은 살면서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일이므로, 저자의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2020. 3. 4. 22:01

James Surowiecki. 2004. The Wisdom of Crowds. Anchor Books. 282 pages.

저자는 잡지 뉴욕커의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였다. 지역 축제에 말의 체중을 알아맞추는 게임에서 군중의 추측을 평균한 값이 참값에 놀랄만큼 근접했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군중의 지혜가 소수의 전문가의 판단보다 더 낫다는 주장을 편다.

군중의 지혜가 소수의 전문가의 판단보다 나으려면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군중의 지적 배경이 다양해야 한다(diversity).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소유한 사람들이 지혜를 합칠 때, 소수의 전문가보다 더 풍부한 정보 자원을 동원할 수있기에 더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둘째, 군중의 사고과정이 서로 독립적이어야 한다(independence). 소수의 사람이 다수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면 아무리 많은 사람을 모아도 소수의 자원밖에는 활용할 수없다. 집단 토론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편견은 증폭되므로, 사람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면 다수의 의견이 소수의 의견보다 더 극단에 치우칠 수있다. 권위적 위계 때문에, 집단토론에서 구성원들이 서로 원활하게 의견을 소통하지 않고, 상위자의 의견이 좌중을 압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집단 구성원의 사고 과정이 독립적이지 않다면 군중의 지혜는 작동하지 않은다.

셋째, 집단의 의견을 수렴할 수있는 유효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aggregation). 집단의 의견이 효과적으로 수렴되지 못한다면 집단의 지혜는 발현될 수없다. 산술적인 평균 이외에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는 다양한 사회 장치가 있다. 시장기구가 대표적이며, 민주주의의 투표 제도, 구글의 서치알고리즘, 스포츠나 경마의 베팅 사이트, 등이다. 저자는 의사결정시장(decision market)을 유용한 의견 수렴장치로 제시한다. 주요 선택지에 대해 참가자의 선택이 상대 가격으로 표시되는 제도이다. 참가자들의 결정을 반영하는 선택지의 가격은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관련 주제에 전문가나 혹은 회사의 구성원이 참가자로 등록하여 그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가격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개개 전문가나 조직 구성원의 다양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수렴할 수있다. 단적인 예로, 일반인이 참여하는 의사결정시장을 통해 선거 결과를 예측했을 때, 전문가가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군중의 의사결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 정보의 쏠림(information cascades)이 발생할 수있다. 최초 결정자의 의견을 뒤에 사람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타인을 모방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뒤에 사람들은 앞에 사람들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뒤로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따르게 된다. 극단적인 예가 주식시장의 거품현상이다. 

군중의 지혜를 모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때로는 군중이 서로의 행위를 조정하지 못하여 실패 혹은 비효율을 만들기도 한다. 교통 혼잡, 주식시장의 거품이 단적인 예이다. 

과학 활동은 다수의 협동으로 이루어진다. 즉 다수가 서로 경쟁하면서 지식을 얻는 일에 매진하는 가운데 과학이 발전한다. 근래로 올수록 단독으로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기 어려우며, 지금까지 쌓아 올려진 탑 위에 새로운 무엇을 추가하는 과정이 과학 발전이다.

현장에 가까운 사람들이 현실을 더 잘아는 반면, 위계의 상위로 올라갈 수록 현실에서 멀어진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밑으로부터 의견이 수렴되는 것이 위로부터 밑으로 지시를 하는 방식보다 낫다.  위로부터 밑으로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조직이 움직이는 것은 현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는 목적 이외에 다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CEO가 엄청난 보수를 받는 것은 그의 결정이 회사의 문제를 푸는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은 아니다.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가 전문가에 의한 지배보다 낫다. 전문가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혜가 소수의 전문가보다 낫다는 그의 주장은 서구 사회의 기본 가치에 반하는 주장이므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지도자와 영웅을 추켜세우는 역사관을 주입받으며, 전문가가 보통사람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보통사람 다수의 지혜가 소수의 전문가나 지도자보다 낫다는 그의 주장은 반지성적, 반권위적으로 들린다. 저자는 후기에서,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사람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수렴하는 것이 보다 용이해졌으므로, 군중의 지혜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그의 예언은 맞지 않았다. 두가지 이유때문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전문가와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을 훼손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좋아하지 않기때문이다. 군중의 지혜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현재와 같이 전문가와 지도자가 후한 보상을 받는 체제의 정당성은 뿌리에서부터 흔들릴 것이다. 둘째는 문제가 복잡해 질수록 일반 사람들은 내용을 전혀 모르기에 전문가를 동원해야 할 경우가 늘어난다. 전혀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의 의견을 아무리 잘 수렴해도 전문가를 당해낼 수 없다. 물론 많은 의사결정 사안은 일반사람들이 전혀 내용을 모르기때문에 전문가나 지도자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정부에서 국민 참여 토론회를 통해서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을 도출하려는 것이 반드시 옳은 방식인지 의심하게 되는 대목이다. 이 책은 뒤로 갈수록 서술이 장황해지는 결점이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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