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lan Gasser. 2019. Why you like it: the science and culture of musical taste. Flatiron books. 645 pages.
저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하는 음악가이며,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에서 Musical Genome Project 를 수행한 경험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의 결정 요인을 음악 내적인 요인과 음악 외적인 요인의 양쪽에서 분석한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음악 이론을 멜로디, 화음, 리듬, 형식, 소리 라는 다섯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음악 외적 요인으로는 진화론적 배경, 소리의 물리적 성질, 생물학적 배경, 문화적 배경, 사회적 성격, 심리적 배경, 음악의 효과를 검토한다.
음악은 언어와 함께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의사소통, 집단화합 등에서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었기에, 음악은 인류와 역사를 같이한다.
멜로디와 화음이 우리 귀에 좋게 들리는 것은 소리 파장의 규칙적인 중첩 현상 때문이다. 소리 파장이 중첩되지 않는 음을 들으면 귀에 거슬린다. 따라서 음악이란 궁극적으로는 소리의 물리적 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양에서는 7음계, 장조, 단조 음계가 발달한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이와는 다른 음계가 발달하였다.
음악에 대한 인식은 매우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12세 무렵이면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통용되는 음악에 두뇌가 굳어지며, 이후 다른 문화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이 친숙한 음악과는 다르다는 차이를 느낀다. 따라서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취향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사람들이 나고 자란 문화이다. 자신의 문화에서 규정하는 음악 규칙과 다른 음악을 들으면, 생소한 느낌이 들고, 긴장하게 되고, 기억하기 어려우며,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음악은 자신의 집단 정체성의 일부이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음악적 취향은 계급 배경을 반영한다고 지적하였다.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음악은 사람들이 어울리고 동일시하는 집단, 즉 하위문화를 형성한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구분이 대표적 예이다.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내면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며 세련된 음악, 예컨대 재즈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반면, 외부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격정적이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음악, 예컨대 록, 컨트리 등을 좋아한다. 자신이 특정 음악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친숙함이 좋아함을 낳는다. 개인적 성격 이외에 맥락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아침에 운동할 때, 저녁 식사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 등 맥락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이 있다. 동일한 성격의 사람들도 맥락에 따라 다른 음악을 찾는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일곱개의 음악 '취향 모델'(genotype)을 설정하고, 각 취향 모델에 속하는 네 개의 곡을 예로 하여 개별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팝(Pop), 록(Rock), 재즈(Jazz), 힙합(Hip Hop), 엘렉트로닉 춤곡(Electronica, EDM), 비서구음악(World Music), 클래식(Classical)이 그것이다. 각 취향 모델의 역사와 음악적 속성을 전반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은 비전공자도 읽을만 하나, 개별 음악을 분석하는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라서 비전공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사실상 두개의 책이 합쳐진 것이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전문적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반면, 음악 외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도 무리없이 읽어내릴 수 있다. 음악에 대해 사실상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커버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빽빽하게 집어넣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대강이라도 읽고 나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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