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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6. 09:58

Nicholar Christakis and James Fowler. 2009. Connected: How your friend's friends' friends affect everything you feel, think, and do. Little Brown. 305 pages.

의사와 정치학자인 저자들은 인간 관계망 연구의 전문가로서, 그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 관계망의 성격과 이것이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계망을 선택하고 만들어간다. 사람들은 관계망을 타고 영향을 주고 받는데, 친구의 친구의 친구, 즉 세 단계의 관계에게까지 영향이 미친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려면, 그사람의 개인적 속성보다 그사람이 맺고 있는 관계망을 파악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인간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위한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은 관계망을 타고 퍼져 나간다. 행복한 감정은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의 친구에게까지 행복하게 한다. 불안이나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간 사이에 감정의 전파는 진화의 산물이다. 주위 사람과 감정을 공유할 때 생존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속성의 사람들과 함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속성을 강화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지만, 친구 사이에도 행위양식, 규범, 가치관 등 인간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의 삶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 기준에 따르기 보다, 관계망 속에 위치한 상대와의 비교를 통해 이루어진다. 삶의 의미 역시 관계망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관계망에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남편은 아내에게 물질적인 안락을 제공하며, 부인은 남편에게 정서적 육체적 친밀을 제공한다. 남자는 결혼하면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고 아내가 죽으면 생존율이 크게 하락하지만, 여자는 결혼하거나 남편이 먼저 죽어도 생존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성병, 비만, 흡연, 자살은 관계망을 타고 퍼져간다. 사회적 감염(social contagion)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당사자에게 집중하는 치료 모델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당사자를 둘러싼 관계망 속의 사람들에게까지 치료 행위가 가해져야 한다.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개입할 때, 이들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있다. 이때 관계망의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망이 고리형 모형일 때는 선형 모형일 때와 관계망에 개입하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 여러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망의 중심에 있는 사람에게 개입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관계망을 통해 영향이 퍼져나가는 데에는 '소원한 관계'(weak ties)가 '밀접한 관계'(strong tie)보다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유사한 속성과 유사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폐쇄된 구조의 친밀한 관계망을 형성한다. 반면 서로 다른 속성과 경험의 사람들 사이에 소원한 관계를 형성하므로, 소원한 관계를 통해 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과 정보에 접근할 수있다. 일자리를 찾고 배우자를 찾는 등, 넒은 정보망을 동원하는 것이 효과적인 일에서는 약한 관계가 친밀한 관계보다 더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친구의 친구를 통해 배우자를 찾는다. 모르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는 방식으로 배우자를 찾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관계망은 자산이다. 인맥은 경제활동에 매우 유용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의 생산에도 인맥이 크게 작용한다. 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무하마드 유누수의 그라민 뱅크는 관계망을 담보로 하여 소액을 대출해주는 제도로 성공했다. 사람들은 관계망의 압력 때문에 대출금을 값는 것을 게을리 하지 못한다.

사람들이 왜 투표를 하는지는 정치학의 난제이다. 경제학의 합리적 행위자 모델로는 투표 행위를 설명할 수없다. 저자는 사람들이 투표하는 이유가 관계망의 작용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신과 관계를 맺는 사람이 투표를 하기 때문에 자신도 투표를 한다. 투표 행위의 영향은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게까지 미치므로 이러한 범위의 사람을 모두 합하면 천명이 넘는다. 따라서 투표 행위 자체나 어느 후보자를 지지하는가는 단순히 한 사람의 행위나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망에 포함된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한사람을 설득하여 투표를 하게 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한다면, 이는 한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천명이 넘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는 개입이다. 미국에서 자원봉사 선거 운동원이 해당 구역의 집을 일일이 방문하여 투표를 독려하고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실제로 효과가 크다. 오바마의 선거에서 SNS를 활용하여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주위의 사람들을 접촉하고 설득한 것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관계망이 넓고 다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영향력이 있다. 

각자 개인의 이익만을 취하는 사람이 모인 집단보다 이타적인 사람과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섞여 있는 집단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서로 협력하는 하는 성향은 인간의 유전자에 심어져 있는데, 집단의 이익을 배반하는 성향 또한 유전자에 심어져 있다. 쌍동이 연구에 따르면 협력하는 성향은 유전적인 속성이다. 개인이 홀로는 할 수없는 일을 인간은 협동을 통해서 해냈다. 이것이 문명 발전의 역사이다. 인간은 서로 관계를 맺고 이 관계망을 이용하여 개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이다. 언어는 인간의 관계망 형성에 핵심적인 도구이다. 저자는 인간을 초관계망 유기체로 설명한다. 

인터넷과 통신기기의 발달로 인간의 연결 효율은 크게 높아졌다. 정보의 전달과 영향의 확산이 통신과 인터넷을 타고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던 범위로 넓게 퍼져나간다. 그러나 정보통신기기를 통한 연결은 오프라인 연결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인간의 대면적 관계망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보기기를 통해서는 사람의 감정이 전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회과학이 지금까지 경제학이나 심리학에서 처럼 개인의 속성에 주목하는 '방법론적 개인주의'(methodological individualism)나, 아니면 맑시즘이나 사회학에서 처럼 개인이 속한 집단의 속성으로 개인을 규정하는 '방법론적 전체주의'(methodological holism)를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휴대전화나 전자 기기를 통해서 인간의 관계망을 파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해 졌다. 그가 속한 관계망을 파악한다면 그가 왜 그렇게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더 용이하다. 사람들의 행위를 개선하려고 할 때 관계망의 고리를 찾아서 개입한다면, 비용 대비 보다 더 효과적으로 변화를 이끌 수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과학의 패러다임과 방법론이 열릴 수 있다.

저자는 관계망을 연구한 전문 학자이기에 설명이 충실하며 조직적이다. 관계망 속에서 사람들이 영향을 주고받는다면,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하는 요인을 찾기 위해 그들의 관계망을 뒤져보아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저자는 실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러한 접근이 타당함을 실증한다. 문제는 저자도 거듭 언급하듯 사람들의 관계망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개인의 속성을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개인에게 아무리 물어보아도, 관계망의 전체적인 모습을 파악할 수 없다. 익명화를 통해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사람들이 서로 연결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있다면 사회과학의 설명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관계망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하는 방식은 사회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것이 될 수있다. 필요가 있는 곳에 행위가 있으므로, 미래에 이러한 데이터가 산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책은 관계망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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