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에미코 (박정임 역). 2022.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알에이치코리아. 227쪽.
저자는 에세이 작가이며, 이 책은 저자가 50대 중반에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음악에 빠지게 된 과정을 서술한다. 어렸을 때 배우다 만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과 시련의 과정을,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인생 경험과 교차하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지만, 우연히 음악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실현하지 못했다. 음악잡지에 글을 쓰는 조건으로 전문 피아니스트를 선생으로 소개 받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기초를 배우기는 했지만 40년간 피아노를 만진 일이 없는데, 피아노 선생의 권유로 연습곡이 아닌 본격적인 작품을 처음부터 치기 시작한다. 모짜르트의 "반짝반짝 작은별" 변주곡을 맨처음으로 치고, 이어 쇼팽, 베토벤, 드비시, 바흐 등의 곡을 어렵게 어렵게 쳐나가면서, 음악의 세계에 빠져든다. 과거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 때와는 달리, 본인이 피아노를 치면서 피아노 작품을 훨씬 깊게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수확으로 꼽는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나 이 책을 쓰는 시점에서, 피아노 없이는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피아노가 작가의 인생에 중요한 동반자가 되었다.
저자는 무척 성실한 사람이다. 노력을 투입하면 그에 따른 성과가 고지곧대로 나온다는 점을 피아노를 배우는 묘미로 지적한다. 지난 삼년 동안 거의 매일 두시간 이상 꼬박꼬박 피아노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은 지난하여, 엄청난 노력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서는 진척이 매우 느리다. 이렇게 계속 연습하면 늘기는 느는 것인가, 곡의 어려운 부분을 내가 과연 쳐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서 피아노 연습을 하지만, 결국 끈질기게 연습하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진척이 있음을 확인하고 보람을 느낀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도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불확실함을 인정하면서 연습을 한다.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 몸과 두뇌가 후퇴함을 체감하면서,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체념을 고백한다.
피아노란 젊을 때와 달리 단순히 열심히만 한다고 하여 되는 것이 아님을 절감한다. 의욕과 초조함이 앞서 매우 열심히 연습한 결과 손가락 통증에 고생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치는 단계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자신의 피아노 실력이 느는 것과 함께, 자신의 피아노 연주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절감한다. 왜 내가 피아노를 치는가 하는 질문을 수시로 자신에게 던진다. 저자는 피아노를 칠 때가 즐겁다고 말한다. 노년에 피아노를 치는 것은 전문 연주자의 실력을 넘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치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그 자체로, 즉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하며 글을 맺는다.
저자는 전업 작가 답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다. 글 전체에 유머가 깔려 있으며, 자신의 새로운 인생에 대한 자긍심이 넘쳐 흐른다. 이 글의 필자 또한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늦깍이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그의 고민과 시련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단숨에 읽었다. 필자 역시 이러한 길이 어디까지 갈지 의문을 품고 피아노를 친다. 물론 이 책이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와 유사한 길을 가는 동시대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낀다. 번역도 자연스럽게 잘 해서 읽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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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경. 2022. 기꺼이 오십, 나를 배워야 할 시간: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 297쪽.
저자는 사회복지를 교수를 하다 은퇴하여 노년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진행한 '자기 역사 쓰기' 강좌에 참여한 사람들의 수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어떤 것이며, 어떤 효과를 낳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사람들에게 50세는 성취와 실패, 기쁨과 실망의 경험이 축적되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 웬만큼 알게 되는 나이이다. 수명이 늘어 이제 30년 이상을 더 살아야 하기에, 은퇴를 앞두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지나온 과거를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숨어 있던 외곡과 자신을 힘들게 만든 요인을 발견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처가 일생동안 자신을 따라다녔음을 깨닫는다. 이러한 아픈 기억을 자신에게 드러내는 자각의 과정을 통해, 더 이상 이것에 지배되지 않는 마음의 힘을 얻는다.
자신의 과거를 정리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하는 과정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자신을 부정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삶의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찾으려고 하게 된다. 지금까지 바쁘게 살던 관성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더 이상 늦기 전에 해보려고 시도하게 된다. 회사 일에 매몰된 인간에서 벗어나, 직업이나 직장과는 별도로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저자의 사회복지와 심리학에 대한 전문지식을 배경으로 사람들의 삶과 나이듦에 대해 잘 해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생의 고개를 넘어 내리막을 바라보면서, 지나온 삶에 대한 회의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의문을 품게 되는데,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처럼 자신의 지나온 삶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면 좋겠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엮어낸 저자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 글을 읽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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