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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에 해당되는 글 4건
2023. 10. 26. 20:22

Jacalyn Duffin. 2021. History of  Medicine: A Scandalously Short Introduction. 3rd ed. University of Toronto Press. 495 pages.

저자는 의사이자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서양 의학의 역사를 의학의 분과별로 구분하여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의과대학에서 의학사 교과서로 사용할 목적으로 집필해서인지, 인간의 병과 의료적 개입 간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구체적인 병에 대한 의술과 의료 조직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학, 의료의 전문화, 전염병, 혈액, 기술과 병원, 외과학, 여성 의학, 정신분석학, 아동학, 가정의학, 공중보건학, 환자 중심의 의료, 등으로 장을 나누어 각 분야에 대한 역사를 기술한다.  의학 전문 용어, 이름, 조직명이 많이 등장한다. 의사라는 직업의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서양 의학은 병이 난 뒤 이를 고치는 데 촛점을 맞춘다. 전염병 퇴치를 제외한다면, 의학의 이러한 접근은 인류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인류의 건강과 수명은 위생, 영양, 교육, 빈곤, 나쁜 습관과 그릇된 지식, 등을 바로잡는 노력에 의해 크게 개선되었다. 현재의 서양 의료 체계는 개인과 집단의 질병 위험을 줄이고 예방하는 쪽보다는, 병이난 환자 개개인의 치료에 집중해 있다. 이러한 접근이 사람들의 건강과 수명을 얼마나 늘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의사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편향되 발전한 결과이다. 저자 본인이 의사이지만 의학계의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2023. 7. 25. 11:31

Daniel Lieberman. 2013. The Story of the Human Body: Evolution, Health, and Disease. Vintage Books. 367 pages.

저자는 진화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신체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하고, 현대 사회가 인간의 신체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으며,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논의한다.

유인원의 진화과정에서 현대 인류의 가지가 갈라진 두가지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두발로 일어서서 다니는 직립보행이며, 두번째는 신체의 다른 내장기관에 비해 두뇌가 지나치게 커진 것이다. 기후 환경의 변화가 이러한 진화를 촉발시켰다. 지구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아프리카의 숲이 줄어들자, 일부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내려와 숲을 벗어나 초원 지대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직립보행이 발달하였다. 수렵 채취를 하여 다양한 먹거리 자원을 확보하고, 불을 이용해 음식을 소화하기 쉽게 익혀먹게 되면서, 인류의 내장 기관은 줄어든 대신, 집단적 활동을 위해 요구되는 두뇌 활동이 발달하게 되었다.

농업과 뒤이은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농업으로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농업 사회에서는, 음식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홍수나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해졌으며, 밀집 거주로 인해 질병이 빈발하고, 장시간의 고된 노동 등으로, 삶의 질은 이전 수렵채취 시대보다 열악해졌다. 19세기 산업화로 인구 증가는 지속되었지만, 도시의 삶은 매우 비위생적이고 열악했다. 20세기 중반 이후에야 비로서 선진 산업국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이 수렵채취 시대 사람의 수준을 넘어서게 되었다. 이는 사람들의 키의 변화를 통해 확인된다.

인간의 몸은 오랜 기간 동안 수렵채취 단계를 거치면서 그러한 삶의 방식에 맞추어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인간의 몸은 현대 선진 산업사회의 삶의 방식과 맞지 않는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현대인은 과거에는 보기 어렵던 다양한 새로운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병을 "부정합 질병" mismatch disease 라고 통칭한다. 당뇨병, 순환기 질환, 암, 허리 통증, 골다공증, 평발, 근시, 치통, 등등. 인간의 내장 기관은 나이가 들면 고장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수렵채취인들에게는 볼 수 없었던 현대인의 새로운 질환은 단순히 노화 때문은 아니다.

수렵채취 시대의 사람과 비교할 때 현대인이 새로이 고생하는 질병의 원인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째는, 너무 많이 사용하여 문제가 발생한 경우 too much, 둘째는,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disuse, 셋째는,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삶의 방식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novelty 이다. 각각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첫째로 너무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과도한 영양 섭취이다. 수렵채취 시대에 만들어진 우리의 몸은 당분과 지방에 대한 갈망이 크다. 현대 선진 사회의 사람들은 당분과 지방을 제한없이 쉽게 획득할 수 있으므로, 그결과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비만 상태이다. 이는 인간의 대사작용에 무리를 초래하여,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을 유발한다. 둘째로, 사용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예는 사람들의 빈약한 운동양이다. 땀을 흘릴 기회가 적고, 하루종일 앉아서 생활하고, 거의 걷거나 뛰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먹고 살기위해 항시 걷고 뛰어야 했던 수렵채취 시대 사람들의 몸에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리 몸이 섭취하는 에너지가 기초대사와 운동을 통해 소모하는 에너지보다 항시 많기 때문에 다양한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며, 근육과 골밀도가 적어 고통을 겪는다. 우리의 몸은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기 때문에 적정한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적게 사용하는 또다른 예는 현대인들이 애를 적게 낳는 것이다. 그 결과 여성들의 일생동안 월경횟수가 크게 증가하여 유방암의 위험이 높아졌다. 세번째 새로운 삶의 방식의 예는 다양한 문명의 이기가 제공하는 지나치게 편안한 생활이다. 실내의 조명에서 문자를 읽는 생활은 근시를 초래했으며, 부드럽게 가공된 음식을 탐닉하는 식생활은 턱과 치아구조를 변화시켜 사랑니 통증을 초래했고, 당분이 많은 음식은 충치를 유발했으며, 의자 생활은 허리 통증을 가져왔으며, 푹신한 신발은 평발의 위험을 높였다.

섬유질이 많고 당분과 지방이 적은 음식을 먹으며, 운동을 많이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아는 상식이다. 문제는 현대 산업사회의 생활환경은 이러한 방식의 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현대인의 생활방식이 가져온 대사증후군 등에 대해, 현대 의학은 대체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치료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이러한 질병은 수렵채취시절에 만들어진 인간의 유전자와 현대의 생활환경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므로, 생활환경을 바꾸는 길밖에는 없다. 과학 연구를 통해 치료 기술을 높이거나 교육을 통해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의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해결책은 어떻게 생활환경과 생활방식을 바꾸도록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저자는 정부의 개입에 의해 간접적으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너지' nudge 방식을 광범위하게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성인들이 어린이에게 건전한 삶의 방식을 유도하듯이, 성인에 대해서도 그러한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며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세금이나 규제를 통해서 생활환경을 바꾸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바뀌고 부정합 질병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다. 선진 사회의 인구 고령화가 되면서 부정합 질병의 빈도가 높아지고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여 질병의 원인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에 기반을 두고 어떻게 건강하게 살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의 주 연구분야인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농업사회 이후 인간의 부정합 질병에 대한 이야기로 크게 나누어진다. 두가지 이야기의 내용이나 서술 방식이 매우 달라서 두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다. 후반을 별도의 책으로 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2021. 9. 26. 22:04

Barbara Natterson-Horowitz and Kathryn Bowers. 2013. Zoobiquity: The Astonishing connection between human and animal health. Vintage books. 314 pages.

저자들은 심장병 전문의와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이 질병에서 서로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고, 그 이유를 진화론으로 설명한다. 인간과 동물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신체적 및 정신적 측면에서 동일한 병리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과 다양한 동물 종들의 질병을 비교하면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있다. 

인간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졸도하는 현상은, 동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신진대사가 극도로 낮아지면서 얼어버리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는 포식자에 대한 방어의 기제로 진화하였다. 

암은 동물 세계에서 일반적이다. 세포가 복제하면서 유전자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암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다.  다만, 몸집이 큰, 즉 세포의 수가 많은 동물이 몸집이 작은 동물보다 암의 발생 빈도가 반드시 높지는 않으며, 일부 동물에서 암이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것으로 보아, 단순히 유전자 복제의 오류만으로 암의 발생 기전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복제의 오류를 바로잡아주는 기제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된 동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그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양성번식하는 모든 동물은 성행위를 하며 오르가즘을 느낀다. 오르가즘은 동물이 성행위를 하도록 자극하는 촉매제이다.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생활에 문제를 가진 사례가 흔하다. 동물의 삶에서 생식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인간은 성을 감추지만 인간 역시 동물의 일부이므로 인간의 삶에서 성은 핵심적이다. 

인간이 정신적 충격으로 심장이 멎어 죽듯이, 동물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 특히 포식자 앞에 공포의 상황에서 심장이 멎어 사망한다. 자연 세계의 동물은 계절의 변화나 먹이의 증감에 따라 살이 찌고 빠진다. 그러나 우리에 갖힌 동물은 스트레스로 인하여 과도하게 먹어 살이 찌거나 반대로 먹이를 먹지 않아 병적으로 마른다. 섭식장애를 보이는 인간 환자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동물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됬을 때 자해 행위를 한다. 

동물이나 인간 모두 청소년기는 부모의 보호로부터 독립된 성인의 단계로 이전하는 과도기이다. 이 시기에 동물이나 인간은 모험적 행동을 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이 시기에 이러한 행동은 직접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중요한 성장 과정이다. 청소년기는 모험적, 충동적 행동 때문에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존에 필수적인 지혜를 획득하지 않으면 독립적 성인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많은 병원균은 동물로부터 온 것이다. 많은 병원균은 다양한 동물 종을 옮겨 다니면서 변이를 거듭하다가 인간에게 온다. 동물 세계에 퍼지는 질병을 면밀히 모니터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인간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인간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근래까지 동물을 치료하는 수의사와 거의 소통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수의사를 깔보았기 때문이다. 인간과 동물의 질병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의사와 수의사의 협업은  의학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근래에 진화의학 evolutionary medicine 이 의료계의 인정을 받으면서, 동물과 인간의 공통 기전을 연구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책은 의사와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서인지, 읽기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선진국 사람들에게 주요한 질병 - 심장병, 비만, 성적인 문제, 마약, 병적 집착, 자해 행위, 성병- 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인간과 동물이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무수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사례들이 지나치게 많이 망라되어 있어 조금 산만한 느낌이 든다.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19. 11. 30. 22:36

Randolf M. Nesse and George C. Williams. 1996. Why We Get Sick? Vintage Press. 249 pages.

의학에 진화생물학을 결합한 진화의학 (Evolutionary Medicine) 분야를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책으로 의학자와 생물학자가 공동으로 저술하였다. 책의 첫 두 장은 진화와 진화의학 이론을 소개하며, 이후에는 구체적 질병이나 인간의 몸과 기능을 예로 들며 이 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진화 의학이 자칫 현재의 질병과 대응 상태를 정당화 하는, 즉 진화의 결과 선택된 것으로 합리화될 것을 우려하여, 저자는 진화의학의 가설의 검증 가능성에 관해 먼저 논의하면서 진화 의학의 과학성을 역설한다. 

인간이 겪는 질병과 이에 대한 대응은 진화적 선택 과정을 통해 전개된다. 감염성 질환, 부상, 독성 물질, 유전적 질환, 노화, 알러지, 암, 성인병, 정신병 등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설명을 제시한다. 건강한 상태에 대해서도 왜 그러한지를 설명한다. 성과 출산 양육, 장기의 구조와 기능 등이 그것이다.

인간과 병원균의 진화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확산시키는 것이다. 병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진화론은 유용하다. 예컨대 병원균과 숙주의 관계는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병원균의 전략에 따라 다양하다. 모기와 같은 매개체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와 같은 전염병은 숙주의 생명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증세를 유발하나, 사람들간에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병원균은 숙주가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만 공격하는 전략을 취한다. 숙주가 죽어도 병원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지장이 없는 전파 경로를 갖는 병원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숙주에 훨씬 심한 해를 가한다. 병원균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숙주를 조정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 병이 날 때 열이 높아지는 이유는 높은 온도가 병원균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감염성 병원균과 우리 몸의 방어 체계는 서로 간에 창과 방패와 같은 경쟁을 한다. 방어 체계가 높아지면 그것을 뛰어넘는 병원균 돌연변이가 나타나고, 우리 몸은 다시 이것을 뛰어넘는 변화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의 방어 체계는 다중으로 복잡하게 되었다.

어떤 유전 형질은 우리가 젊을 때에는 생존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나 나이가 들면 생존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요산 과다가 그것으로 젊은 나이에는 과다한 요산 분비가 방어력을 높이는 작용을 하나, 나이가 들면 통풍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다. 구석기 시대에는 인간의 수명이 30~40이었으므로 요산의 부작용이 발현될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이러한 유전적 형질이 진화적으로 선택된 것이다. 기타 유전 병들 또한 과거 수명이 짧을 때에는 해를 끼치지 않고 이익을 주던 형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생식이 종료되기 이전 젊은 나이에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이 진화적으로 선택된 반면, 종료된 이후에 해를 끼치건 말건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자원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으므로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기능은 후에 댓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작용 기제가 복잡할 수록 시간이 지나면 오류가 발생하고 오류가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도모한 일이 잘 안되었을 때나 사회 위계에서 억압된 위치에 있을 때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우울증은 그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데, 이는 주위 환경에 대해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이다. 일이 잘 안되는 상황이고 무조건 수그려야 하는 상황에서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넘쳐서 날뛰는 것은 헛되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길일 것이다. 일이 잘 풀리고 지위가 높아질 경우 우울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자연 세계의 생물체는 다양한 종류의 독성물질을 분비하여 자신을 방어한다. 식물은 동물과 달리 포식자로부터 도망 칠 수없으므로 먹히지 않는 수단으로 독성 물질을 분비하는 경우가 많다. 임산부가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는 이유는 독성물질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되었을 수 있다. 배아 발달의 초기에 독성 물질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에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우리 몸의 기관이 오래 사용하면 망가지는 경향이 모든 기관에 고르게 전개되며 이를 노화 현상이라 한다. 즉 노화 현상은 특정한 질병이 아니며, 어느 특정 기관을 고친다고 하여 수명이 획기적으로 연장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식활동이 지난 몸체는 버리고 다음 세대의 몸에서 유전자를 이어가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이익이다. 우리 개체의 이익과 유전자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다. 오래 살면서 생식 기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과 짧게 살면서 생식 하는 두가지의 전략이 있다. 전자의 경우 자손을 많이 낳지 않는 반면, 후자의 경우 자손을 많이 낳는 전략을 취한다. 어느전략을 취하건 유전자의 생존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암이란 우리 몸 세포의 자가 복제 기능이 통제를 벗어나 무자비하게 전개되는 현상이다. 우리 몸의 다양한 기관의 수많은 세포를 각 기능에 맞게 계속 자가 복제하여 갱신해야 일이 매우 복잡하기에 나타난 부작용이다. 나이가 먹을 수록 유전자의 복제 기능에 오류가 나타난 것이 쌓이기 때문에 암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몸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의 생식 기관, 즉 자궁, 유방, 난소에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구석기 시대와 달리 오늘날의 여성은 아이를 자주 낳지 않고 수유 기간도 짧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월경을 훨씬 더 많이 하는 결과 발생한 문제이다. 즉 과거의 환경에 적합하도록 진화한 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정 물질에 대해 알러지가 왜 일어나는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면역활동이 왜 전개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특정 물질이 우리 몸에서 독성으로 잘못 인식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그 물질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몸에 해로운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지 모른다.  그 물질에 대해 거부 반응을 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성인병은 과거 구석기 시대에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한 우리 몸이 주위의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욕구에 따라 마구 먹고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 나타난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나게 다양한 질병과 임상 사례를 들어 진화론에 바탕을 둔 이론적 설명을 제시한다. 진화 의학이 최근에 나타난 의학 분야로서 연구가 미흡하지만 이론적 설명력은 높다고 주장한다. 이론보다는 치료에 치중하는 의학의 경향 때문에 진화 의학은 발전이 더디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하도록 유도하면서 진화 의학의 발전을 촉구한다. 흥미로우면서 내용이 풍부하다. 두번 읽을만한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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