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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에 해당되는 글 2건
2019. 6. 16. 22:17

Philip E. Tetlock and Dan Gardner. 2015. Superfor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Crown Publishers. 285 pages. 

심리학자인 저자가 수 년동안 진행한 연구 성과를 요약한 책이다. 그가 주도한 연구 프로젝트는 일 군의 일반 사람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구체적 확률치로 예측하도록 하여, 이 가능성 예측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있었는가를 분석한다. 미래 예측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사용한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출처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며, 자신이 예측이 실패하였을 때 그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여 자신의 분석 방법을 점진적으로 개량하며, 직관에 의지하기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의지하여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면밀히 비교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요인에 대해 복잡하게 계산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싫어한다. 반면 예측의 달인은 끈질기게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비교 분석하고,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여 개선해 나간다. 이는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사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려하지 않는 독단적 태도와 대조된다.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과 어긋나는 사실이 나타나도 자신의 견해를 애매한 표현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으며, 다양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노력을 거부하며,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고 오류로부터 배우는 것을 싫어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이 엉터리 예측을 반복하는 이유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에 대한 그의 지적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칸네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저자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훈련을 통해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학문적인 연구의 성과를 배경으로 쓴 책 답게 논의가 체계적이며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가 언급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지적하자면, 우연을 인정하는 태도에 관한 언급이다. 세상의 일들은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 하나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왜 그렇게 전개되었는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발생한 것은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연이 거듭되면서 여러 일이 여러 일을 낳은 것이므로, 미래란 기본적으로 불확실하다. 예측을 할 수있는 사안을 예측해야 하며, 예측을 할 수없는 사안을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허사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에서 먼 미래일수록 예측은 허사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5년 내의 예측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나, 10년 후의 예측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이 책에는 근래에 발생한 정치 경제 사례를 풍부하게 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19. 6. 16. 10:42

Kwame Anthony Appiah. 2018. The Lies Than Bind: Rethinking Identity, creed, country, color, class, culture. Liveright publishing co. 219 pages.

저자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로 미국의 뉴욕대 교수로 있다. 이 책은 그가 BBC 라디오 강좌를 위해 쓴 원고를 보완한 것이다. 일반 독자를 상대하므로 전문용어나 이론적 논의를 최소화 하면서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가나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의 전통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영국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의 정체성, 즉 '그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리 간단히 답할 수없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사람들은 정체성을 본질적 특성의 반영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성, 종교, 민족, 인종, 계급, 문화 등 이 모든 정체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사람들을 묶어주는 거짓말' 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정체성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일뿐 아니라 해악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는 그의 주장을 반영한다. 

첫번째 장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예로 하여 이것이 본질적(essential) 특성의 반영인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construct) 것인지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구분되는 범주에 대해 이름을 붙이며 이 이름은 본질적인 무엇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남성은 여성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이 남성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은 '성 역할'이라 지칭하는 사회적 성에 해당한다. 사회적 성 정체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지칭하기보다 사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인종 또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구분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피부색의 차이를 반영하지만, 그 핵심은 서구의 세계 지배의 산물이다.  흑인을 백인보다 열등한 종으로 인식하고 흑인을 노예로 지배한 역사를 통해 인종은 서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체성 항목이 되었다.  

종교적 정체성은 인종과 엮여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도라는 정체성은 백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하며 서구 문명의 핵심이다. 민족 구분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지만, 서구에서도 19세기에야 비로서 형성된 구분이다. 그 전에는 한 나라에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살았으며, 언어의 구분 또한 애매하다. 따라서 민족은 매우 자의적인 구분이다. 가족이나 소규모의 부족 혹은 마을을 넘어선 큰 집단, 즉 서로 대면할 일이 없는 큰 집단을 하나의 민족이라는 단일 정체성 집단으로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정치적 과정의 소산이다. 계급은 경제적 자산의 다과에 따라 만들어진 범주인데 과거에는 귀족, 지주, 평민 이라는 신분으로 구분되었으며, 근대로 오면서는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으로 구성되는 사회경제적 지위로 대표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지위 집단간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중시하는 경계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했는지, 몸을 쓰지 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구분된다.  아무리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업적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능력이나 업적 자체가 세대간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정 계급 집단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적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체성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게 된다. 대립되는 논쟁을 소개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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