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th Payne. 2017. The Broken Ladder: How inequality affects the way we think, live and die. Penguin Books. 219 pages.
사람들은 불평등을 각자 어떻게 체험할까. 이러한 개인적 체험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자신이 어릴 때 마음 속에 각인된 불평등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심리학 연구 결과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불평등에 대한 기존 논의가 대부분 객관적인 불평등 수준에 집중해 있음에 반해, 이 책은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감정, 행동, 사고에 촛점을 맞추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질을 타고난다. 극단적 결핍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항시 자신과 남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대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비교는 의식의 수준에서는 물론 무의식 수준에서 항시 작동되는 심리적 기제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광고는 이러한 사람들의 성질을 교묘히 이용한다. 자신의 비교 대상은 지리적으로 및 지위 면에서 자신과 근접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자신 간에 격차가 클 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삶의 상황이 열악할 때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감행하면서 진하게 살다가 일찍 죽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종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생존 전략이다. 반면 삶의 상황이 양호할 때에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며 긴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며 오래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 또한 불평등이 높은 사회일수록 최상위를 제외한 모두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해야 함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충동적인 삶을 선택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 지역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던 혹은 미국과 북유럽 사회를 비교하건 유사한 결과를 얻는다. 불평등이 높은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삶이 긴장되고,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으며, 단기적 시간 계획으로 살아간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폭력적이며, 범죄율이 높으며, 건강 수준과 평균 수명이 낮으며, 갈등이 심하다. 또한 불평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몰입하며, 음모론과 같은 비합리적인 주장에 동조한다. 반면, 불평등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이며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불평등한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지만,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이러한 긍정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불평등한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남과 비교하려 하기 보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훈련을 하면, 상대적 비교가 낳는 비참한 느낌을 완화할 수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건조한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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