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hel Sherman. 2017. Uneasy Street: The Anxieties of Afflue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8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 뉴욕에 사는 부자들 50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계급과 불평등에 대한 그들의 자의식을 분석한다. 부자들은 자신의 부와 풍족한 삶에 대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감정(anxiety)을 지니고 살아간다. 자신의 부와 자신의 풍요로운 삶 affluent life 이 도덕적으로 정당(deserving, legitimate)하다고 스스로에게 설득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 때문에 항시 염려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자신들만이 엄청난 부를 누리며 풍요롭게 산다는 것은 편안한 느낌일 수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중산층의 나라라는 이념이 지배하며, 근래 미국 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의 부자들은 더욱 더 자신들의 예외적인 삶을 정당화할 필요가 커졌다.
부자들은 세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을 정당화한다. 첫째,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working hard 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므로 그만한 부를 누릴 자격 deserving 이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에는 업적주의 meritocracy 가 지배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여 번 돈과 그 결과 누리는 풍요로운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둘째, 지나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disciplined consumption 고 생각한다. 자신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합리적으로 절제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사회의 편견과 달리 지나치게 사치하며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삶에 꼭 필요한 것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며 사는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셋째,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giving back 고 생각한다. 기부, 자원봉사, 자신의 직업 생활을 열심히 함, 등의 수단을 통해, 자신의 부와 재능을 사회에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 '합리적인 소비', '사회에 돌려줌'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며, 사회 일반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여하간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자신의 풍족한 삶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자기합리화한다.
부자들이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들이 실제 행위에서 풍요를 희생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그들의 자녀가 풍요한 삶에 대해 '당연시하는 특권의식 'entitled' 을 가질 것을 경계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일년에 두차례 이상 장기 휴가 여행을 가고, 비싼 비즈니스 석이나 전세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며, 교외에 별장을 가지고 사는 생활은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그러한 삶이 가져다주는 안락과 행복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요컨대 그들은 돈이 가져오는 안락함을 누리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들은 비용에 대한 염려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하려고만 하면 더 많은 돈을 쓰며 생활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섬처럼 자신들만 돈을 풍족하게 쓰며 풍요롭게 살려면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피한다. 다른 사람들, 심지어 자신의 형제들에게 조차 그들이 풍요롭게 사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자신과 같은 계급의 사람이 아니면,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는다.
이책은 부자들의 삶과 사고 방식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채집한 드문 책이다. 심층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 것이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생생함은은 크지만, 내용의 중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터뷰 표본의 대부분이 가정주부이며,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읽어야 한다. 표본이 남성 가장이며, 보수주의자들이었다면,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에 대해 이 책에 나온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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