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nard Mlodinow. 2022. Emotional: How Feelings Shape Our Thinking. Vintage Books. 207 pages.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이면서 과학 분야의 저술가이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감정(feelings)은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 도구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간의 감정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한 유용한 정보처리 기제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었다. 하등 동물은 주어진 조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고등 동물은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대면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포함하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고도 상황을 신속히 평가하고 대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대응 간의 관계는 자동 반사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을 하나의 중요한 인풋 요소로 하여 사고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 감정(feeling)과 사고 작용(thinking)은 서로 밀접히 엮여 있다.
감정이 없다면 무엇을 해야할 이유가 어렵다. 감정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 즐거운 감정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계속 추구하게 만든다. 감정은 물리적으로 두뇌의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이루어진다. 두뇌의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심적인 영역이다. 인간의 굳건한 의지 (determination) 역시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이를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극으로 두뇌의 어떤 부분에 자극을 가하면 결심의 대상이 불확실함에도 결의의 감정이 높아진다.
사람은 각자 다양한 감정 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을 더 자주 느끼며, 각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저자는 이를 감정의 프로필 (emotional profile) 이라 칭하는데, 수치심과 죄의식 (shame and guilt), 조바심 (anxiety), 분노와 공격성 (anger and aggression), 행복도(happiness), 사랑과 애착(love and attachmen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척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감정 프로필을 직접 구성해 보게 한다. 제시된 척도를 이용해 본인의 감정을 측정해본 결과, 수치심과 죄의식은 평균에 가까웠으며, 조바심과 분노는 평균보다 크게 낮았으며, 공격성과 행복도는 평균보다 약간 낮았고, 사랑과 애착은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 명상과 운동, 인정하기, 상황의 재해석,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각각에 대해 서술하자면, 명상과 운동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게 된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어떤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리게 되면 감정이 안정된다. 격렬한 감정이 일 때 이를 글로 쓰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성공한 학자일 뿐 아니라, 전공 밖에까지 호기심을 뻗쳐서 대중 작가로서 성공한 특이한 사례이다. 스타트랙의 극본을 쓰고, TV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심리학 분야에 여러권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했다.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글을 쓸 때 무척 많이 다듬는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책과 같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흥미를 꾸준히 제공하는 글을 만들어 냈다. 메시지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큰 통찰력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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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2023. 내면소통: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인플루엔셜. 713쪽.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학자이며, 이 책은 크게 두부분을 나누어진다. 첫째는 뇌과학의 연구결과 소개이며, 둘째는 명상의 효용과 실천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명상의 효용이 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의 능력을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으로 구분할 때,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건 인지적 능력 못지 않게 비인지적 능력이 중요하다. 비인지적 능력은 자기 통제력, 대인관계 통제력, 동기부여의 세개로 구성된다. 학습을 통해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듯이, 비인지적 능력 역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저자는 명상이 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인간의 자아는 외부로부터의 감각 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감각을 처리한다. 이러한 감각이 쌓여서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아라고 지칭하는 '기억자아'이다. 한편 순간순간 발생하는 내외부로부터의 감각과 정보를 처리하는 자아는 '실천자아'이다.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려면 이러한 작업의 준거를 제공하는 배경이 필요한데, 이를 '배경자아'라 한다. 배경 자아는 의식 수준에 떠오르지 않지만, 항시 그때그때의 정보와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은 이 배경자아를 살피는 작업이다.
자신의 내부 감각을 스스로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훈련, 즉 자세를 바로하고 앉아, 호흡을 통제하면서, 의식의 집착을 멈추고 자신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명상을 하면, 앞에 언급한 비인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불교의 명상, 인도의 요가, 태극권 등은 방법만 약간씩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의 감정을 관조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과 외부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며, 자신의 감정의 굴곡이나 외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명상 실천에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는 유튜브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여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유튜브를 보면, 저자는 확신에 차있으며, 이렇게 좋은 것, 이렇게 분명한 것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힘쓰는 사명감에 불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 자체는 산만하고 반복이 많아 읽기 매우 어렵다. 여러 유명한 사람들이 그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책을 읽고 추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나는 그의 설법에 별반 감동되지 않았다. 자기 확신에 찬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삐딱한 성향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어떻든 저자가 많은 연구와 실천을 축적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의 뇌과학 지식은 꽤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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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Gleitman, James Gross, and Daniel Reisberg. 2011. Psychology. 8th ed. W.W.Norton. 715 pages.
저자는 심리학자들이며, 이 책은 대학의 심리학 개론 교과서이다. 인지, 감정, 언어, 발달, 사회, 성격, 병리 등 심리학의 전영역을 포괄한다. 하위 분야에 따라 깊이에 차이가 있다. 심리학의 중심인 인지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서술한 반면, 사회나 병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인간 심리관련 교양서를 읽다가 대학의 심리학 개론을 통해 심리학을 체계적으로 섭렵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은 미국에서 사회과학 분야 중 규모가 매우 크며 많은 인재들이 몰리는 분야이다. 이 책은 다양한 하위분야를 잘 설명한 좋은 개론서이다. 오래전 대학시절에 심리학 개론을 들은 일이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여 학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읽은 다양한 교양서에서 언급한 잡다한 논의들을 이 책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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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로버츠. (박경한, 권기호, 김명남 옮김). 2017. 인체 완전판 2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The Complete Human Body by Alice Roberts). 사이언스 북스. 497쪽.
저자는 의사이자 체질인류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인체와 관련된 모든 주요 사항을 그림과 함께 담은 백과사전이다. 책의 절반 가까운 분량을 인체 해부 도감과 설명이 차지하며, 나머지 절만은 인체의 작동원리, 인생 주기, 질병과 장애로 구성되어 있다. 해부학의 그림이 전문가가 참고할 정도로 상세하며 부가된 설명이 매우 친절하다. 인체의 원리를 서술하는 부분이나 인생 주기에 따른 인간의 변화에 대한 설명 역시 수준이 높다.
전문적인 해부학과 생리학 지식을 다루면서 일반인도 이해할 수준으로 친절하게 서술한 대단한 책이다. 저자가 BBC에서 인간관련 여러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한 솜씨가 이 책에서도 느껴진다. 번역도 무척 잘 되어서,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번역해 놓았다. 지난 몇달 동안 책을 잡을 때마다 조금씩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꼈으며, 인체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보너스로 얻었다. 마지막 쪽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크게 느낀, 드물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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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bbi S. Low. 2015. Why Sex Matters: A Darwinian look at human behavior.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2 pages.
저자는 행동 생태학자(Behavioral Biologist)이며,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남녀차이와 짝짓기 행위에 대해 설명한다. 동물이 처한 생태적 환경에 따라 각 동물은 진화의 최적의 전략, 즉 후손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데 fitness 에 최적의 전략을 선택한다. '모든 생물체는 후손에게 유전자를 퍼트리는 이익 fitness 을 높이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라는 진화론의 프레임을 가지고 인간 남녀의 행위를 관찰하면, 과거는 물론 현대 사회의 인간의 행위에 대해서도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는 일부일처제 social monogamy 를 유지하지만, 유전적이 면에서 보면 일부다처 genetic polygyny 동물이다. 남성이 만드는 후손의 수의 변이 variation는 여성의 후손의 수의 변이보다 더 크다. 이는 혼외의 자식을 갖는 것, 이혼후 재혼 비율 등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빈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경쟁적이고 모험적으로 행동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더 많은 자식을 얻을 가능성이 큰 반면, 여성은 모험적으로 행동해도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낳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과거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가치는 '아이를 생산하는 가치' reproductive value 가 중심이었는데, 근래에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늘면서 '자원을 늘리는 가치' resource value 의 비중이 커졌다. 근래에 선진 산업국에서 남성은 여성 배우자을 구할 때 미모와 같은 육체적 가치 만이 아니라 경제적 가득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성향이 뚜렷해졌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자식을 많이 낳는 전략보다는 소수의 자식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소득이 높을수록 자식을 많이 가지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소득이 높으려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하고, 이는 부모의 높은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의 수를 줄이는 대신 각각의 자식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선택한다.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능력이 낮으면 자신의 자손을 만들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므로, 부모는 소수의 자녀에 더 많이 투자하려 한다.
인간 사회의 도덕률은 협동을 통해 구성원의 진화적 이익 fitness 을 높이는 것을 목적한다. 모두가 협동한다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집단 전체에 돌아가는 이익이 훨씬 크다. 문제는 이탈자가 있으면 협동이 붕괴되기 때문에, 모든 사회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엄격하게 감시하고 규제한다. 과거 소규모의 지역 사회에서는 모두가 모두의 행위를 감시할 수 있으므로 협동을 해치는 이탈자를 막기 위해 추상적인 도덕율을 크게 필요치 않았다. 현대 도시의 대규모 익명 사회에서는 서로간 직접적인 감시가 불가능하므로 공식적인 법 제도를 필요로 한다.
남성들 사이에 연대 coalition 는 경쟁 사회에서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하고 지위를 높이는 목적에 맞추어져 있다. 남성들에게 더 많은 자원과 높은 지위는 자신의 자식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한다. 남성들은 혈연 관계를 넘어 외래인까지 포함하는 큰 규모의 연대를 구축한다. 반면 진화적 이익 fitness 의 측면에서 여성들간 연대의 이익은 남성들간 연대의 이익만큼 크지 않다. 여성들간 연대는 주로 혈연관계에 치중하며, 외래인을 포함한다고 해도 규모가 작다.여성들 사이의 연대는 자식을 양육하는 것과 관련된 편익과 정보를 얻는 데 한정된다. 따라서 치열한 갈등이나 전쟁은 주로 남성들 사이에 벌어지며, 여성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진화적 이익 fitness 를 높이는 것인데, 이러한 이익과 어긋나게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성공하기 힘들다.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구호는, 자신의 이익 self-interest 를 최우선 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개인에게 어떤 이익과 해를 가져오는지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자신의 지위에 만족하라는 조언은,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지위를 높이려 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여를 경쟁적으로 하도록 하고, 기여를 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여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정책이 효과적이다. 미래 세대의 이익을 현재 살고있는 사람의 이익만큼 소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래의 가치를 현재의 가치보다 훨씬 깍아서 평가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위가 미래 세대가 아닌 현재 세대에게 어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강조해야 한다. 추상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하면서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면 무시하는 인간의 본성과 어긋난다. 그보다는 어떤 행위가 그가 사는 지역의 구체적인 환경과 어떻게 연관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적해야 한다.
이 책은 엄청나게 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인간의 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린다. 본문이 250쪽인데 주석과 참고문헌만 150쪽이 넘는다. 포괄적이라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지만, 워낙 많은 연구를 구체적으로 인용하며 요약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성에 대한 특별한 의미나 감정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생물계의 일원으로 인간의 성에 대해 큰 그림을 보게 해준다는 점에서 얻는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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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2023.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교보문고. 334쪽.
저자는 작가이며,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근래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진단한다. 그는 지극히 개인주의적 인간인 핵개인이 늘어나고 앞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집단과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세계의 중심인 세상이 출현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사회는 집단주의 문화가 지배했다. 국가, 회사, 친족, 가족 등의 집단이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개인의 삶의 기회를 좌우했다. 피라미드식 권위주의적 위계관계가 지배하는 사회였다. 집단내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설정되었다. 장유유서, 연공서열, 선후배, 남존여비, 등으로 지칭되는 상하관계만 존재할 뿐, 수평적인 관계는 드물었다. 능력보다는 나이와 경력이 우선시되며, 효율과 창의성보다는 전통과 기득권이 지배하였다.
근래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과거의 틀은 도전받으며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효율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능력에 따른 보상을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가 세계화되고 서구사회의 기준을 수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며, 집단의 권위와 전통을 따르기보다 창의와 효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과거의 질서를 고수하려는 구세대 사람들과 곳곳에서 부딛친다.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기술 변화가 빨라지면서, 오랜 경험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이제 개인은 집단의 도움없이도 컴퓨터, 인터넷,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조직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 경쟁에 노출된 회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조직의 위계 체계를 축소하여 팀제로 전환하고, 경험보다는 능력을 우대하고, 회사내에서 인재를 양성하기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영입하여 그에 합당한 보상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평가체계를 다면화하고 투명하게 하여, 기존의 집단적 권위가 들어설 자리를 없애버리고 있다. 조직 내에서 개인은 자신의 역량만큼 보상받으며, 조직은 그 개인을 필요로하는 동안 필요로 하는 만큼만 우대하는 유연한 고용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개인주의 포트폴리오 사회 individualistic portfolio society에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잘 살아갈려면, 개인은 자신의 가치를 항시 의식하고 행동하며,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을 계속 업데이트하여 자신의 시장 가치를 유지하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은 전통적 집단주의 가치에 익숙하고 이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이든 사람과 조직의 상사들이 버티고 있지만, 이들은 조만간 새로운 개인주의 가치로 무장한 젊은 사람과 조직의 신입 세대들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개인의 사회는 그리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서구는 이미 그가 주장하는 핵개인 즉 개인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로 이전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근래에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컴퓨터 사이언스의 전문지식과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이라는 그의 경력도 그의 인기에 한목하는 것일테고. 경직된 개념과 문장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는 것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개인이 중심인 서구 사회에서도, 각 개인의 삶에서 국가와 조직의 중요성은 여전히 대단하다는 사실에서, 개인 중심의 사회를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 국가와 조직이 개인의 삶을 제약함은 물론, 개인이 단독으로 할 수없는 많은 일을 사람들은 국가와 조직을 통해 해낸다. 많은 남녀의 친밀한 관계가 기존의 가족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만, 부모 모두의 협동적 투자를 받은 자녀는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더 많이 성취한다는 사실이 당분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 기술적 능력이 한창때인 젊은 시절에는 유동적인 지위를 선호하지만, 인생의 사이클에서 그렇지 않은 때에는 안정을 선호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개인중심의 포트폴리오 사회에 모든 사람이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개인 중심의 사회에 전개되는 치열한 경쟁의 폐해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 공동 부양 장치를 보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장치를 유지하는 데에 누가 돈을 댈 것인가는, 개인 중심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서구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개인의 중요성이 확대될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 중심의 사회가 수반하는 문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서 개인중심주의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확대될지를 구체적으로 예견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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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2010. Sex at Dawn: How We mate, Why we stray, and What it means for modern relationships. Harper Collins. 312 pages.
저자는 과학 저술가와 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은 수렵채취시대에 인간은 일부일처제가 아니라 집단의 남녀 구성원 모두 서로 섹스를 하는 promiscuous 관계를 맺었는데, 농업이 시작되면서 남녀 사이에 배타적인 성적 소유관계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실시된 일부일처제는, 훨씬 오랜 기간을 차지하는 수렵채취 시기 동안 행해진 남녀간 비배타적인 성적 관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일부일처제의 혼인 관계 속에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과 재혼을 빈번히 하는 것, 등은 모두 과거 남녀간 비배타적 성적 관행의 흔적이다.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같은 집단에 속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 모두, 집단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수시로 섹스를 한다. 특히 보노보는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수단으로 섹스를 활용한다. 보노보는 암컷과 수컷간은 물론, 동성 간에도 수시로 섹스를 통해 관계의 긴장을 푼다. 침팬지의 경우, 집단내에서 권력이 큰 수컷이 여러 암컷들과 섹스를 많이 하지만, 암컷들은 수시로 권력자 이외 다양한 지위의 수컷과 몰래 섹스를 한다. 과거 수렵채취시절에 인간은 침팬지 및 보노보와 마찬가지로, 집단내의 남녀가 서로 섹스를 하면서 인간 관계를 관리하고 결속을 다졌다.
과거 인간 집단의 남녀 구성원들이 배타적이지 않고 서로에게 관용적인 성생활을 했다는 증거로, 생리적 사실과 인류학적 사례를 제시한다. 생리적인 증거로는, 남녀간 체구의 차이, 남자의 성기의 크기와 정자의 수, 여자의 감추어진 배란기, 여자의 과대한 유방, 여자의 다발적 오르가즘, 등을 제시한다. 인류학적 사례로는 전세계에 여러 원시부족들 사이에서 집단내 관용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점, 서구 사회에서도 과거에 축제와 같은 특정 시기에 남녀간 관용적인 섹스의 향연을 벌였다는 사실을 증거로 제시한다.
수렵채취시대에 여성들은 집단 내에 여러 남성들과 섹스를 함으로서, 섹스를 통해 집단내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하였다. 수렵채취 시대에 소집단의 구성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사냥물을 포함하여 집단내의 모든 가용 자원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생계를 공동으로 해결하였다. 여성들은 여러 남성과 섹스를 하여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아이의 아버지는 특정되지 않았으며, 아이의 엄마가 여러 남성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안전한 방책이었다. 아이들은 집단내에서 여러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여성에 대한 섹스의 독점권을 놓고 남성들이 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여성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남성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졌다. 여성이 여러 남성과 섹스한다고 하여도, 그중에서도 생명력이 강하고, 그 여성과 면역 계통에서 궁합이 맞는 정자가 최종적으로 그 여자의 난자와 수정하는 데 성공을 하게 된다. 암컷의 성기관 내에서 여러 수컷의 정자들 사이에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동물의 세계에서 보편적인 현상인데, 인간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남자들은 자신과 섹스를 한 여자에게서 낳은 아이가 자신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믿기 때문에, 아버지의 지위 또한 여러 남성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수렵채취시대에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모든 것을 공유하는 평등의 관행은 농업이 시작되면서 깨졌다. 개인 소유물이 출현하면서 대상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성향이 남녀 관계에도 적용되었다. 농토와 부를 소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힘이 센 남성이 하나 내지 여러 명의 여성과의 섹스를 독점하는 경향이 굳어졌다. 그러나 인간의 성적 본성은 과거 수렵채취시대에 형성된 것을 농업 시대에도 그대로 물려받았다. 다양한 성적 상대를 찾는 남자와 여자의 욕구는, 농업시대에 접어들어 일부일처제의 규범에 의해 억압되었기 때문에 긴장과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남녀간 일부일처제의 엄격한 규율을 사회적으로 느슨하게 만들 것을 제안한다. 자녀를 낳고 키우는 부분에서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되, 섹스 활동에서는 일부일처제 밖의 것도 어느정도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투'라는 관계 파괴적인 감정을 어떻게 제어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질투의 감정은 어느 정도는 일부일처제가 만들어낸 사회적 산물이다. 여러 남녀 사이에 관용적 섹스를 허용하는 원시부족 사람들에게는 질투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으며, 일부다처제의 사회에서도 여러 부인 사이에 질투가 심각하게 파괴적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수컷은 후손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는 확신이 없으면 그를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자기의 자손이 아닐 위험이 있는 자식을 돌보는데 노력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다른 암컷과 섹스하여 하나라도 더 후손을 늘리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는데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오랜 기간동안 부모 양쪽의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만일 아버지가 후손을 돌보는 데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일부일처제나 여성의 섹스에 대한 남성의 극심한 질투는 바로, 남성이 자신의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사회적 및 생리학적 장치이다. 수렵채취 시대에 집단내에 여러 아버지가 공동으로 자식에 대한 유전적 연계를 믿으면서 함께 양육을 돕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동물세계의 일반적 패턴과 어긋난다.
저자는 남녀관계에 관한 진화심리학의 정통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남자는 여성의 성을 독점하는 대신 빵을 벌어다 주는 것이 일부일처제의 근간이다. 이것이 원래부터 인류의 삶의 방식이라는 기존의 주장과는 반대로, 인류는 원래 남녀가 집단적으로 성관계를 맺고, 함께 아이를 키우고, 먹을 것을 함께 나누면서 화목하게 살았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객관적 증거로 검증해야 하는데, 문제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물리적 증거는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생리학적 물증이나 인류학적 자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선택적으로 인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는 하지만, 그럴듯한 면이 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엄청나게 호응이 좋았는데, 전문가들은 그가 제시하는 증거나 그의 주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였지만, 아마도 사람들은 그의 주장이 맞았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속으로 바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wishful thinking). 수렵채취 시대의 생활에 대한 그의 서술은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여하간 읽는 내내 흥미롭고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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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wis Gaddis. 2018. On Grand Strategy. Penguin Books. 313 pages.
저자는 냉전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이책은 그의 방대한 역사 지식과 독서를 배경으로 하여 지도자와 정치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예일대에서 같은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강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로마시대에 옥타비안이 황제가 되는 과정, 영국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통치 방식 비교, 히틀러와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벌,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헌법 개정, 러시아의 일차대전 참전과 공산주의 혁명, 등 서구의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된다.
지도자는 여우와 고슴도치 fox and hedgehog 라는 두 유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여우는 디테일에 강하며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움직이는 유형인 반면, 고슴도치는 한가지의 큰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복잡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가지의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면 낭패하기 쉽다. 그렇다고 예상되는 모든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하여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이 두가지 성향을 동시에 품고서,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두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가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패턴을 암기하고 따를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검토하는 훈련을 통해 양성할 수 있다. 마치 운동선수가 코치의 지도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이러한 능력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페르시아의 황제는 그리스 침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그의 참모의 조언을 무시하였다. 그는 예상되는 어려움을 모두 고려한다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침공을 결행하였다. 예상대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여 결국 패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고슴도치 유형의 지도자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이다.
로마시대에 시저 황제의 양자였던 옥타비안은 시저가 죽은 다음, 그가 왕위를 물려받도록 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바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당시 강자였던 앤토니 및 시세로와 권력을 나누는 선택을 하였다. 이후 서서히 힘을 키워서 하나씩 강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며, 오랜 재임 기간 동안 훌륭한 통치를 한 황제로 기억되었다.
영국과 스페인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통치 방식이 달랐다. 영국은 식민지의 지역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통치 방식을 택한 반면, 스페인은 식민지 모국의 정책을 식민지 전체에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통치 방식을 택하였다. 영국의 식민지는 종교의 다양성을 허용한 반면, 스페인은 카톨릭의 엄격한 원칙을 식민지 사람들 모두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식민지와 모국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영국의 식민지는 공화정이라는 유연한 정치체제로 통일되고 안정된 독립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반면, 스페인의 식민지는 지역의 독립된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서로 분열하였으며 각자 독립한 이후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었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은 전쟁 초기에 승리가 계속되면서 오만해져서, 자신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로 무리한 정벌을 감행한 결과 크게 실패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지도자가 국가의 권력을 자기의 개인적 야망을 만족시키는데 사용하면 결국 몰락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지도자는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선언을 하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헌법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원들을 매수하고 위협하는 수단도 불사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라는 장기적이고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고슴도치 형의 추진력과 여우 형의 교활함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제일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은 러시아를 전쟁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독일의 침공을 억제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결국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출현한 공산주의 러시아는 서방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였다. 영국의 러시아 참전 독려는 근시안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집필되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인용되며, 곳곳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사례와 인물을 인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서술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서술이 산만하고, 때로는 견강부회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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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alyn Duffin. 2021. History of Medicine: A Scandalously Short Introduction. 3rd ed. University of Toronto Press. 495 pages.
저자는 의사이자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서양 의학의 역사를 의학의 분과별로 구분하여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의과대학에서 의학사 교과서로 사용할 목적으로 집필해서인지, 인간의 병과 의료적 개입 간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구체적인 병에 대한 의술과 의료 조직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학, 의료의 전문화, 전염병, 혈액, 기술과 병원, 외과학, 여성 의학, 정신분석학, 아동학, 가정의학, 공중보건학, 환자 중심의 의료, 등으로 장을 나누어 각 분야에 대한 역사를 기술한다. 의학 전문 용어, 이름, 조직명이 많이 등장한다. 의사라는 직업의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서양 의학은 병이 난 뒤 이를 고치는 데 촛점을 맞춘다. 전염병 퇴치를 제외한다면, 의학의 이러한 접근은 인류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인류의 건강과 수명은 위생, 영양, 교육, 빈곤, 나쁜 습관과 그릇된 지식, 등을 바로잡는 노력에 의해 크게 개선되었다. 현재의 서양 의료 체계는 개인과 집단의 질병 위험을 줄이고 예방하는 쪽보다는, 병이난 환자 개개인의 치료에 집중해 있다. 이러한 접근이 사람들의 건강과 수명을 얼마나 늘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의사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편향되 발전한 결과이다. 저자 본인이 의사이지만 의학계의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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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artwright. 2016. Evolution and Human Behavior: Darwinian Perspectives on the Human Condition. 3rd ed. Palgrave. 434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진화심리학의 개론 교과서이다. 자연 선택과 성적 선택, 적응과 인간의 생애, 인지와 감정, 협동과 갈등, 짝짓기, 건강과 질병, 문화, 윤리에 이르기까지 진화심리학의 전분야를 커버한다. 이 책은 이론적 쟁점을 중심으로 서술하며, 수많은 관련 연구들을 요약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진화적 접근은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에 근거하여 인간의 행동, 생각, 감정을 설명하는데 근래에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근래에 급속히 발전하는 분야이다.
인간에 대한 진화적 접근의 모든 논의를 맛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3판까지 나온 것 치고는 덜 다듬어진 부분이 많다. 후반으로 갈수록 문장이 덜 다듬어지고, 허술하게 정리된 부분이 많아 읽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대학 개론 교과서이므로 한 주제를 깊이 논의하지는 않지만, 대신 이슈가 되는 논의를 거의 모두 섭렵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보기 드문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은 많은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논의의 좌표를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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