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an Norberg. 2020. Open: The Story of Human Progress. Atlantic Books. 382 pages.
저자는 작가이며 케이토 연구소 연구원이다. 이 책은 그가 수년전에 크게 성공한 Progress 라는 제목의 책과 유사한데,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통찰력을 제시한다. 사람들과 사회가 개방적일 때 발전했던 반면, 폐쇄적일 때 후퇴했다는 점을 역사적 사실과 사회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상업활동, 인구이동, 아이디어의 교류에서 개방이 미친 효과를 검토하며, 서구, 특히 영국과 중국을 비교한다. 책의 후반부는 인간의 폐쇄적 속성을, 종족주의 성향, 제로섬 사고방식, 불확실을 기피하는 성향, 위험 편향적인 인지 성향이라는 네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인간의 자유로운 상업활동은 발전의 동력이었다. 각자가 잘하는 것에 특화함으로서 전문화가 가져오는 효율은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인간의 이동은 인적 자본의 활용을 높이고, 다양성을 높임으로서 창의를 자극한다. 과학은 사람들의 생각의 자유를 보장할 때만 발전했다. 전통을 고집하고, 정통을 추구하며, 다른 생각을 억압할 때, 사람들의 생각하는 능력은 쇠퇴한다. 유럽에서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억압을 피해 이웃 나라로 피신하여 새로운 생각을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기에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다. 유럽의 통치자들은 역사상 모든 권력체가 그러하듯이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려 했다. 그러나 유럽은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하나의 체제로 통일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지 못했고, 역설적이게도 결국 다른 지역보다 앞서나가게 된 것이다.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에 충성하고 자신과 집단을 동일시하는 반면, 집단 밖의 사람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성향, 즉 인간의 부족주의tribalism 은 진화의 산물이다. 이와 동시에 인간은 항시 새로운 것, 바깥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가 늘면 그들에 대한 경계와 적대감이 사라지며,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게 된다. 접촉이 늘면 부족주의의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다.
과거 수렵채집 생활 환경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이웃과 제로섬의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근래로 올수록 사람들의 삶은 이웃과 플러스 섬의 관계로 이전하였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과거의 제로섬 단계에 고정되어 있다. 각자 전문분야에 특화하면서 서로에게 의존하는 현대의 삶은 플러스 섬이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웃을 제로섬의 경쟁 관계로 인식하여 상대를 의심하고 장벽을 높이므로서 모두가 피해를 본다. 남에게 인정받고 존경받으려는 욕구는 사회적 지위 위계 status hierarchy 에서 제로섬의 관계이다. 그러나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에 따라 다르다면 하나의 지위 위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로섬이 아닐 수있다. 즉 사회가 다양화되면 지위의 기준이 다양화되기때문에 제로섬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불확실을 싫어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불안해 한다. 그래서 계획을 좋아하고, 질서와 통제된 상황을 선호한다. 그러나 불확실함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가운데 발전이 이루어진다.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때 다양한 길을 탐색해보면서 최선의 것을 찾아나가는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어디로 갈지를 미리 알지 못하면서 길을 가는 것이 인간의 발전 과정이었다. 기술 발전은 처음에 기술을 창안한 사람이 생각한 방향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질서와 통제를 원하기에,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과거를 '좋았던 시절' good old days 로 기억하고 그리워하지만, 실은 그런 좋았던 시절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진보는 불확실을 감내하면서 살아간 결과이다.
사람들은 위기, 손실, 어려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항시 위기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은 위기, 어려움에 부닥뜨릴 때, 폐쇄적 성향을 드러내며 움츠려든다. 반면 일이 잘될 때는 개방적 성향을 보여서 새로운 것, 다양함을 용인하고, 실험적 시도도 해본다. 삶이 힘들 때에는 새로운 것, 시행착오를 허용할 여유가 없다.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선호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물으려는 욕구에 휩싸여 희생양을 찾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질서와 통제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희생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쉬운 해결책을 약속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등장하여 가짜의 약속을 할 때 사람들은 쉽게 속아넘어간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하기에 단순한 쉬운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돕고, 그들이 일자리가 생기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새로운 직업으로 이동할 수있도록 직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다양한 의견,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데에서 권위주의 정치체제보다 더 효율적이므로, 결국 변화에 대응하는 데에서도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앞선다. 권위주의 체제가 질서와 통제를 회복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거짓이다. 개방적 접근이 폐쇄적 접근보다 삶을 살아나가는 데,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저자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사상가라고나 할까. 많은 독서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추출해내는 작업을 한다. 이 책은 그의 엄청난 독서와 생각이 밑거름이 되어 만들어졌다. 그의 설명은 쉬운 말로 풀어내고, 뻔히 알고 있는 것을 말하며, 일견 당연한 듯 하지만, 통찰력을 제시한다. 나의 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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