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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9. 22:39

Bobby Duffy. 2018.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A theory of human misunderstanding. Basic Books. 241 pages.

저자는 Ipso라는 영국의 인터넷 여론조사 회사의 연구자이다. 이 책은 여론조사 회사의 자료를 이용하여, 삶의 주요 주제에 관하여 사람들의 여론과 실제의 통계가 어긋나는 현상을 서술하면서 사회심리학의 이론을 배경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 건강, 섹스, 돈문제, 이민 문제, 안전, 정치적 지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사람들의 여론이 실제 사실와 크게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들이 실제를 잘 몰라서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편견의 원천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에 휩쓸려 세상을 판단한다. 자신의 감정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사실을 외곡해 인식한다. 예컨대 이민자에 반대하는 감정은 인간의 부족주의 tribalism 본능인데, 이러한 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이민자의 비율을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실보다는 부정적인 사실에 더 민감히 반응하며 이를 중요시 한다. 이는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달한 진화의 결과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세상을 더 나쁘게 본다. 세상은 갈수록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보며 위험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이와 정 반대이다. 이는 사람들이 과거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과장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인지적 불일치 cognitive inconsistency 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나 지지하는 입장과 부합하는 사실에 더 귀를 기울이며 이를 선택적으로 찾아 듣고 본다. 이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알고리즘과 결합하면서, 사람들이 점점 자신의 입장과 부응하는 세계 속에 갖히게 되는 울림통 효과 echo chamber 를 낳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만 접하면서 세상을 외곡되게 인식한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쫒아가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군중에 속하려고 하는 본능 herd instinct 때문에 사람들은 진위 여부를 떠나서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려 한다. 그런데 자신이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역시 과장된 인식인 경우가 많다. 실제 그렇게 절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님에도,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잘 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의 의견에 문제가 있다 해도 다수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안심한다. 미국인의 다수가 비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비만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반면 통계에는 약하다. 소수의 특별한 이야기에는 강한 인상을 받고 잘 기억하지만 숫자로 표현된 다수에 관한 통계 사실은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모금단체가 특정 사례의 이야기를 앞세워 도움을 호소할 경우 설득력이 크지만, 다수가 처한 실상을 객관적 통계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서 도움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는 어렵다. 인간의 본능이 개별 사례에 반응하도록 진화한 결과이다.

사람들이 사실을 잘 못 알게 되는 책임의 일부는 언론과 정치인에게 있다. 언론은 시청자의 눈과 귀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를 선택적으로 보도하는데, 이는 일반적 사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사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균형있는 보도를 한다고 하면서, 압도적인 사실과 반대되는 극단적 소수의 사례를 동시에 보도함으로서 사람들의 인식을 외곡한다. 단적인 예가 백신에 대한 찬반 주장을 동시에 보도하는 것이다. 백신의 부작용은 매우 드문 반면, 백신을 맞지 않아서 질병에 걸릴 위험은 훨씬 높은데, 이렇게 비중이 다른 사실을 동시에 보도함으로서 백신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시청자를 오도한다.

정치인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과장하여 퍼뜨림으로서 지지를 획득하려 한다. 사실을 외곡하여 전파함으로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항시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장되거나 외곡된 사실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반면 평범한 일반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이권자의 의도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과장되고 외곡된 사실에 자주 노출됨으로서, 마치 이것이 대표적인 사실인 것으로 오해한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들이댄다고 하여 자신이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잘 못 알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실의 진위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점차 마음이 바뀌면서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을 수록, 허위사실을 체크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수록,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불확실한 사실에 대해서는 판단을 천천히 하면서 조심할수록 인식의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확신이 강할수록 오류의 폭이 크다. 북구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확신의 강도가 낮으며 오류의 정도 또한 낮은 반면, 인도 사람들은 확신의 강도가 크고 오류의 정도가 크다. 무식한 사람이 주장이 강한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고 국민이 깨어있는 나라가 잘살고 민주주의가 꽃피운다는 점을 확인한다.

이 책은 여론조사의 자료를 제시하여 서술하기에 논의가 구체적이기는 하나 산만하게 서술하여 읽기가 쉽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일관되게 이야기를 조직하는 기술이 떨어지는 책이다.

2021. 5. 17. 18:49

Robert Trivers. 2011. The Folly of Fools: The Logic of deceit and self-deception in human life. Basic Books. 340 pages.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타인만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체는 상대를 속여서 자신의 자손을 퍼트리는데 유리함(fitness benefit)을 얻으려 한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모두 상대에게 실재의 자신보다 더 좋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 한다. 상대를 속이려는 노력은 상대의 속임수를 탐지하려는 노력과 대응되기 때문에, 속이는 행위와 속임수를 탐지하는 행위 모두 진화의 과정이 전개될수록 복잡해진다. 동물의 지능은 바로 이러한 속임수와 탐지하려는 게임의 산물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

자기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타인을 더 잘 속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자신의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의식의 수준에서는 거짓을 아는데 머무르도록 함으로서, 상대에게 이 거짓 정보를 제시하여 속일 때 훨씬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다. 자신이 아는 것과 다른 거짓을 상대에게 제시하려고 하면, 우리는 비정상적인 행위를 하여 발각될 위험이 있다. 상대에게 나의 거짓을 발각시키지 않으려면, 자신 조차도 그 거짓 정보를 믿는 것이 이러한 비정상적 행위의 위험을 예방한다. 그러나 이렇게 의식의 수준에서는 거짓 정보를 믿고 자신의 무의식은 진실을 알고 있으면, 심리적 모순으로 인한 정신적 댓가를 치러야 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자기기만은 그렇게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상대를 속여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인간 삶의 모든 분야에서 관찰된다. 부모와 자식간에, 남자와 여자간에, 바이러스와 항체간에, 외래 정보를 해석하는 것에서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거의 모든 활동에서 상대와 자신을 속인다.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성향이 있다. 그 결과 주식 투자나 중요한 결정에서 실재보다 상황을 과대평가함으로서 불이익을 보는 것도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다. 비행기 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 내세움으로서 사고의 위험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자기 기만 성향은 역사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외곡하거나, 전쟁 능력을 과대평가하여 크게 낭패를 본 사례에도 반영된다. 미국의 인디언과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살육, 착취, 조작의 역사를 외곡한 것,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살육을 정당방위라고 외곡한 것, 미국이 거짓 구실을 들어 이라크를 침공한 것, 등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한다.

종교는 자기기만의 대표적 예이다. 거짓된 사실을 믿고, 이러한 믿음 공동체에 헌신하게 함으로서 종교는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준다. 신앙이 깊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

저자는 사회과학을 자기기만적 학문이라고 비판한다. 연구 대상이 사회적 현상에 근접할 수록 객관적인 방법론을 저버리며 검증할 수 없는 것을 지식이라고 생산한다. 사회과학에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 얻은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헛된 짓이다. 사람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화학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화학은 생물학에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사회과학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사회과학이 생물학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예컨대 경제학의 효용 utility 라는 개념을 버리고 진화적 이익, 즉 자손을 퍼트리는데에서 유리함을 인간 행동의 근본적 동기로 설정해야 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기만의 사례들이 나온다. 기존에 많은 연구를 종합한 성과는 있으나, 한 주제를 깊이 파면서 일관되게 논의를 전개하는 서술 방식에는 미치지 못한다. 서술이 축약적이라 읽으면서 이해가 불확실한 부분이 많으며, 마치 백과사전을 읽는 느낌이다.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삶 전체가 상대를 속이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다양한 사례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지능이 높을수록 더 많이 더 잘 속인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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