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y Lyman. 2021. The Painful Truth: the new science of why we hurt and how we can heal. Bantam Press. 218 pages.
저자는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통증(persistent or chronic pain)을 느끼는 원인을 설명하며, 이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어떻게 통증을 치유해야 할지 제시한다.
통증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장치이다. 이는 통증이 우리 몸 조직의 손상이 보내는 신호라는 전통적인 생의학적(biomedical) 개념과 대조되는 새로운 시각이다. 즉 "pain is our body's protector, not detactor"라는 명제는 통증에 대한 혁명적인 인식의 변화이다. 통증이란 원래 우리 몸의 손상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두뇌가 발하는 경고이다. 우리 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통증을 통해 우리의 의식과 행동을 조정한다. 통증은 이를 유발한 물질, 환경, 상황으로부터 우리가 앞으로 멀리하고 조심하도록 유도한다.
단기적으로 느끼는 통증은 손상된 조직이 보내는 신호이며, 손상이 치유되면 통증이 사라진다. 그러나 조직의 손상이 치유되었음에도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통증은 마음의 문제이다. 우리의 두뇌가 우리의 몸을 과보호하는 상태로 굳어져서 (wired),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없음에도 우리의 두뇌가 환경에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통증이 물리적 손상에 대한 수동적 반응이기보다, 두뇌의 적극적 작용의 결과라는 증거는 흔하다. 병사들이 전장에서 크게 부상당했음에도 그 당시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다가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 우리의 두뇌는 전장에서 살아남는데 집중하는 반면 통증은 생존에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손상된 조직에서 올라오는 통증 감각 신호를 무시한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 집중해 있을 때, 그당시 다친 것을 깨닫지 못하다가, 나중에 일이 끝나고 나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증은 사회적 원인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정당하지 못하게 취급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거나, 인간 관계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우리 몸은 통증을 느낀다. 우리 두뇌가 이러한 상황을 안전하지 않은, 생존에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들이 쉬 아프고, 아프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에 참여를 줄이고, 이것이 다시 통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빚는다. 반면 주위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돌봄을 받는 경우, 조직의 손상이 유발하는 통증 조차 훨씬 줄어든다.
근래에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opiods)에 중독되어 젊은 나이에 죽는 사회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진통제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실업, 빈곤, 사회적 배제로 인해 자존감이 손상되어 일반인보다 고통을 더 심하게 느낀다. 마약성 진통제는 복용을 할수록 효과가 떨어져 더 많은 양을 복용해야 하고, 마약성 진통제 자체가 통증에 대한 우리 몸의 민감성을 높여서 일반인보다 일상에서 통증을 훨씬 높은 강도로 느끼기 때문에, 진통제를 더 자주 더 많이 찾는 악순환이 진행되어, 결국 마약성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에 이른다. 마약이나 마약성 진통제는 단기적으로는 통증을 없애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증을 더 느끼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조직의 손상을 동반하지 않은 지속적 통증은 두뇌의 문제임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두뇌의 작용을 바꾸어야만 통증이 치유된다. 처음 통증을 유발했던 상황이 더 이상 위험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두뇌에 새로이 각인시켜야 한다. 이는 환경을 바꿈으로서 가능하다. 예컨대 지속적으로 허리 통증을 느끼는 경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여 점차 강도를 높이는 운동을 통해, 허리 움직임이 허리 관절을 더이상 위험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뇌가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우리의 두뇌는 변형(rewiring)이 가능한 높은 유연성을 지닌다. 두뇌의 오작동으로 인한 통증은 인식의 오류를 개선함으로서 치유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다양한 사례들을 이론적 논의와 섞어서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많은 연구 결과를 인용하는데, 전달하려는 내용에 비해 때로는 반복적이고 장황하다는 느낌이 든다. 4분의 1 정도 양을 줄이면 더 좋은 책이 됐을 것이다. 여하간 이해가 잘 되고 통찰력을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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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Damasio. 2018.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Pantheon Books. 244 pages.
저자는 신경과학자이며, 이 책은 기분 혹은 느낌(feeling)이 생명 현상의 핵심이라는 그의 연구 결과를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의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 한다. 여기서 항상성이란 열역학 제2법칙의 힘에 맞서서 주위 환경보다 높은 잉여 에너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는 병에 걸리고 궁극적으로 죽는 것이다. 즉 주위 환경과 에너지 수준이 같아지는 것, 이는 죽음, 즉 생명의 반대 상태이다.
느끼는 것(feeling)은 생명체가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이다. 안좋은 느낌은 생명체의 항상성 유지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이다. 아프다던가, 컨디션이 안좋다던가, 힘이 없다던가, 막연하게 기분이 안좋다던가 하는 것은 무언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반면 기분이 좋고, 즐겁고, 힘이 솓구치는 느낌은 나의 몸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더 높은 에너지 수준에 올라 있음을 의미한다. 기분이란 생명체의 현재의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나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 중립적인 느낌이란 것은 없다.
우리의 몸의 내부로부터 항시 느낌이 나온다. 생명체는 이러한 몸의 내부 기관에서 포착하는 느낌에 무관심할 수 없다. 생명체는 나쁜 느낌의 원인을 찾아내어 해소하려 하며, 좋은 느낌의 원인이 지속되도록 노력한다. 우리 몸의 항상성은 느낌을 통해 관리된다. 기분은 우리를 움직이고 노력하게 만든다. 기분은 우리에게 행동의 동기(motivation)를 제공하며, 행동을 관리(monitor)한다. 우리는 우리의 몸이 내는 느낌을 따라 행동한다. 느낌이 없다면 행동을 해야 할 욕구 혹은 힘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이성의 힘으로만 행동을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으며, 생물체의 삶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이성은 느낌에 보조적인 존재이며, 느낌 만큼 우리를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의 두뇌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 환경에 대한 느낌을 종합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우리 몸에게 적절한 행동을 지시한다. 두뇌와 몸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몸에서 나오는 느낌은 두뇌를 움직이고, 두뇌는 몸에게 행동을 계속 지시하면서, 느낌의 변화를 통해 적절하게 행동하도록 조절한다. 두뇌와 몸의 관계에는 의지로 통제할 수있는 수의기관과 의지로 통제 불가능한 불수의 기관 양쪽 모두 포함한다. 느끼지 못한다면 몸은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방향을 가름할 수없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여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죽을 것이다.
몸이 내는 느낌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메카니즘은 단순한 생물체나 고등 생물체나 비슷하게 작용한다.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라 행동한다. 빛의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위험한 포식자를 피하는 행위는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따른 행동이다. 우리의 척추와 두뇌의 뿌리(brain stem)에 있는 신경들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 따른 반응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의식하지 않고 직접 몸에 행동하도록 지시한다. 우리의 몸의 내부 기관은 신경망을 통해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두뇌에 전달하기도 하지만, 혈관이나 림프관으로 화학물질을 발산하여 두뇌가 이를 직접 감지하는 경로를 통해서도 느낌을 수신한다. 화학물질을 통해 몸의 내부 기관이 내는 느낌을 수신하는 것은 단순한 생물체가 가진 메커니즘인데, 고등동물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을 포착하는 주체이다. 느낌이 없다면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두뇌는 느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몸이 내는 막연한 느낌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고급의 사고 작용을 담당하는 두뇌 피질은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몸의 외부에 대해 받는 느낌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은 직접적인 반면, 외부의 환경에 대한 느낌은 간접적이다. 인간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몸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는 데에서 인간의 문화 활동과 문화적 성과도 유래한다. 언어, 법률, 예술, 과학 등 모든 인간의 아이디어, 즉 지적 산물은 궁극적으로 인간 각자의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과 이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고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 몸의 내부에서 나오는 느낌이 모든 행동, 즉 삶의 궁극적 원천이라는 그의 주장은 독창적이다. 지금까지 인간의 인지 능력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인간의 느낌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인간이 느끼는 느낌을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 생물체의 느낌에서 뿌리를 찾는 그의 연구는 참신하다. 인간은 결국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좋은 느낌을 갖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는 주장이나, 나의 몸이 내는 느낌에 인간은 한 순간도 무관심할 수 없으며, 그 느낌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몸의 내부로부터 나오는 느낌이 인류의 모든 문화 산물의 근원이라는 그의 주장은 좀 지나치게 나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그의 글은 장황하게 쓰여져 읽기 어려웠다. 꾹참고 읽기는 하지만 대체 저자가 무슨 말을 할려고 하는지 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유튜브에서 그의 강연을 찾아 듣고 나서야 그의 주장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글에서와 마찬가지로 강연에서도 젠체하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래서 과학적인 사실을 서술함에도 글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솔직 단백하게 쓰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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