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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에 해당되는 글 1건
2021. 10. 14. 23:09

Matt Ridley. 1996. The Origins of Virtue: Human instincts and the evolution of cooperation. Penguin Books. 265 pages.

저자는 인기있는 과학 저술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도덕율의 기원을 과학적으로 파헤친다. 인간 사회의 도덕율의 핵심은 각자 이기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 본능을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제어해야 하는 딜레마이다. 

인간은 생물계의 일원으로서 철저히 개인의 이기적 이익에 따라 살아간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함께 살면서 역할 분업을 통해 전문화의 효율을 거둠으로서 종의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집단 생활이 잘 이루어지려면,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leman)"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상대를 배반하는 것이 집단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희생하는 것보다 성공하는 전략이다.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공공선과 개인의 이익이 충돌하는 모든 사회적 상황에 적용된다. 협력보다 배반을 선택하며, 자신이 해야 할 기여를 소홀히 하면서 남의 노력의 과실을 무상으로 누리려 하는 무임승차 (free rider) 문제 등, 사람들이 함께 살 때 당면하는 도덕률의 문제는 모두 동일한 논리를 내포한다.

생물의 진화는 개인간의 경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개체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는 개체보다 자손을 퍼트릴 가능성이 크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게임을 반복해서 수행해야 하는 경우, 즉 거래를 한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속해야 하는 경우, 상대를 배반하는 행위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는 전략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전략으로 판명났다. 즉 사람들이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는 공동체속에서 살아갈 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희생하는 전략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지나치게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제어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공선을 위배할 경우 죄책감을 느끼며, 공정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손해가 날지라도 공공선을 위배하는 타인을 벌주려는 강한 욕구를 느낀다. 즉 인간의 감정 체계는 사적인 이익을 위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장치이다. 이는 진화의 결과이다. 즉 이러한 감정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는 사회의 구성원이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크다. 구성원이 협력하여 공공선을 잘 구현하는 집단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심, 수치심, 죄책감 등의 감정은 인간을 공공선을 위하여 움직이도록 하는 완벽한 장치로까지 발달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다수가 공공선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집단이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높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여 공공선을 위배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한결같이 구성원들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집단의 규율을 어기는 사람을 벌주고 통제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동일시하도록 설득하는 다양한 문화적 장치를 발전시켰다. 종교적 헌신, 소속 집단에 충성하는 것 등은 모두 개인과 집단을 동일시하도록 만드는 문화적 장치이다.

인간은 상호간 교역(trade)을 통해 각자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교역 참여자 전체의 이익을 높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담스미스의 분업이론 및,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은, 교역이 어떻게 이를 가능하게 하는지 설명해준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특화하여 서로 간 교역을 함으로서, 전문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교역이 참여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win-win 현상을 가능케 한다. 인간은 국가나 법 규범을 만들기 훨씬 이전의 원시시대 때에도 교역을 했다.

인간이 집단에 소속되어 공공선을 위해 사적인 이익을 제한하는 성향은, 자신을 소속 집단과 동일시하고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부족주의'(tribalism) 본능을 낳았다. 부족주의는 자신이 소속하지 않는 타집단에 대해 부정적 편견, 차별, 적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인종적 차별에서 스포츠 경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부족주의는 다양한 차원에서 발현된다. 집단이 구성원을 통제하는 사회적 장치는 집단 간에 갈등을 낳는다. 결국, 집단간 갈등과 전쟁은 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인간 본성을 집단이 규제하는 집단 생활의 필연적 산물이다.

국가와 같은 공공의 규제를 통해서 공동의 자원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공동의 자원에 대해 개인의 사적 소유를 허용함으로서 각자가 자기 소유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국가과 같은 큰 집단에게 관리를 맡기면 무임승차의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여 결국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을 초래한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자산을 소중하게 유지하고 관리한다.

저자는 작은 국가를 선호한다. 국가에게 맡기기보다는 각자 사적인 이익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공공선을 가장 잘 구현하는 전략이라고 본다. 각자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교역할 때 생산성이 가장 높게 발휘된다. 그러면 낙오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공공의 자원으로 낙오자를 구제하기보다, 개인이 각자의 의사에 따라 자선을 베푸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자원의 생산과 배분을 전적으로 각자의 능력과 시장 경쟁에 맡기면 불평등이 심해진다는데 있다. 인간의 능력은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뒤떨어지는 사람의 지위는 더 열악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손에게 자신의 이익을 물려주고 싶어하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부익부 빈익빈은 세대를 거치면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유전된다. // 여하간, 저자는 엄청난 독서를 바탕으로 이를 잘 버무려서 논의를 전개하는 재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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