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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화의 기초'에 해당되는 글 2건
2010. 12. 28. 15:24

제 2장. 미국을 구별짓는 특징



흔히 미국의 특징은 ‘다양성’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이 말은 한마디로 미국의 특징은 이렇다고 규정지으려는 것이 무모한 노력임을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면서 한때 미국의 특징을 찾는 연구가 성행했다. 유럽과는 구분되는 미국의 고유한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미국학(American Studies)이라는 학문 분과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미국의 문학 작품과 역사를 중심으로 연구하면서 총체적인 시각에서 미국인의 심성과 역사를 관통하는 고유한 어떤 것을 찾으려고 했다. 신화상징 학파(Myth-symbol school)라고 불린 이 학자들은 그들이 ‘미국 문명(American Civilization)’이라고 규정한 것의 정신적인 특징을 탐구했다. 한편 일부 인류학자나 사회학자들은 미국인의 국민성에 관해 좀 더 경험적인 연구에 몰두했다. 미국인은 타자 지향형 인간이라거나, 자아도취 상태에 있다거나,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라거나 하는 논의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노력은 다문화주의의 도전에 직면해 수그러들었다. 미국인 모두에게 총체적으로 동질적인 무엇이 있다고 가정하고 미국의 정신이나 미국인의 국민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과거에 미국의 정신이나 미국인의 국민성이라고 지칭되었던 것이 사실은 영국계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차별적 사고의 소산으로 드러났고, 단일한 특성으로 규정짓기에는 미국이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매우 특이한 나라’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하다. 미국의 뿌리인 유럽과 비교해 보아도 그러하거니와, 유럽인들이 정착한 다른 지역, 예컨대 남미, 캐나다, 호주 등과 비교해 보아도 그렇다. 물론 일본이나 중국 같은 비유럽 사회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앞 장에서 논의한 미국의 예외주의가 미국의 역사적 전개에서 서구 유럽과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본 장에서는 객관적 조건과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특성을 검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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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송. 1996. 미국문화의 기초. 한울아카데미.>


머리말 5

 

제1장 미국의 신화와 예외주의 11

1. 미국의 신화와 상징 14

2. 미국의 이념 37

3. 미국은 얼마나 예외적인가? 59

 

제2장 미국을 구별 짓는 특징 67

1. 자연환경적 요소 68

2. 정치·경제적 요소 82

3. 사회·문화적 요소 92

4. 미국적인 것은 근대적인 것인가? 116

 

제3장 이민자의 나라 123

1. 시기에 따라 상이한 이민의 물결 125

2. 이민의 영향 154

3. 다민족 사회의 응집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182

 

제4장 미국의 지역문화 191

1. 지역 구분 193

2. 지역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 196

3. 지역성과 변화 209

4. 미국의 지역성은 사라지는가? 254

 

제5장 미국 사회에서 인종의 의미 263

1. 인종은 사회·문화적 구성물이다 265

2. 미국인의 인종 분포 273

3. 인종주의와 인종 유지의 사회적 기제 277

4. 인종 문제의 역사적 설명 284

5. 다문화주의 논쟁 303

6. 인종 문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314

 

제6장 인종 문제의 다양성과 변화 325

1. 흑인은 왜 항시 새로운 이민자보다 뒤처지는가? 325

2. 적극적 차별 개선 프로그램을 둘러싼 공방 334

3. 히스패닉의 부상은 미국의 주류 문화를 위협하는가? 344

4.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범적인 소수자’인가? 352

5. 인디언의 집단 정체성은 지속될 것인가? 362

6. 백인 민족 집단은 백인이라는 단일 정체성으로 통합될 것인가? 369

7. 인종과 계급의 관계: 인종의 중요성은 사라지고 있는가? 374

 

제7장 개인주의와 미국인의 꿈 383

1. 개인주의의 의미와 구성요소 384

2. 미국 사회와 개인주의 가치관 398

3. ‘미국인의 꿈’ 이념 418

 

참고문헌 453


<머리말>

미국의 특징은 다양성 그 자체이다. 세계에서 미국만큼 자연환경이 다양한 나라도 없으며, 미국인만큼 서로 이질적인 국민도 없다. 전 세계에서 미국에 이민자를 보내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인 사이의 빈부의 차이는 그야말로 엄청나다. 세계적인 부자는 대부분 미국에 모여 있는 반면, 미국의 빈민가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비참함을 연출하고 있다. 미국의 범죄, 마약, 미혼모 문제는 비교를 초월하며, 미국인 100명 중 한 명은 감옥에서 생활한다.

다른 나라라면 이 정도의 다양성을 한 나라의 테두리에 포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대체로 다양성이 극에 달하면 분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인은 다른 어느 나라 사람보다 자신의 나라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미국인은 거의 모두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며 다시 태어나도 미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어떻게 이런 사회가 가능한가?” 하는 단순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생활과 문화는 세계인을 매혹시키는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아름다운 자연, 넓은 공간과 물질적인 풍요, 개인주의적인 자유와 독립성, 도전과 창의를 높이 사는 태도, 형식과 전통을 배격하고 효율과 실리를 중시하는 태도, 과학과 기술에 대한 신뢰, 적극적인 추진력과 낙관적인 사고방식 등 우리가 삶에서 기대하는 좋은 것은 모두 미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반면 상업주의의 폐해, 물질주의의 저속함, 엄청난 경쟁과 스트레스, 피상적인 인간관계와 소외, 환경 파괴 등 우리가 혐오하는 현대인의 삶의 문제 역시 미국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또 남을 가장 많이 돕는 사람일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세속적인 사회에서 살면서 어떻게 그렇게 신앙심이 깊을 수 있을까? 근대적 민주정치 체제를 최초로 건설한 나라이면서 어떻게 그렇게 인종차별이 만연할 수 있을까? 미국은 그야말로 모순투성이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논의는 분과 학문에 따라 주제를 나누어 접근한다. 미국의 정치, 미국의 경제, 미국의 사회, 미국의 문화는 각각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인류학, 문학, 철학 등에서 영역을 구분하여 논의한다. 역사학자는 주로 과거를 담당하며, 다른 학문 분야의 사람들은 주로 현재의 일에 집중한다. 국외자의 입장에서 미국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전문적인 접근도 유용하겠지만, 그 못지않게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 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이 책은 지역학적 관점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미국의 사회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

미국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는 대체로 미국에 대한 인상을 피상적으로 나열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러한지’를 체계적으로 묻고 탐색하기보다는 ‘그렇게 보이더라’고 말하고는 그만이다. 이유를 탐색한다고 해도 단편적으로 나열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가급적 피상적인 논의나 단편적인 나열은 지양하고, 미국 사회·문화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파헤쳐 보려고 노력했다. 미국인은 어떤 사람들이며, 왜 그런 태도와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미국 사회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미국 문화의 장점과 단점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묻는 질문들은 겉으로 보기에 여럿인 것 같지만 사실은 뿌리가 하나에 닿아있다. 이 책에서는 바로 현대 미국 사회·문화를 구성하는 것의 뿌리를 캐어 ‘왜 그러한지’를 밝혀보려고 한다.

사실 이런 질문은 한 사람이 탐구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것이다.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실마리를 찾기조차 어렵다. 그동안 미국 사회·문화와 관련하여 책도 많이 읽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고, 강의도 많이 했지만 아직도 명쾌한 느낌이 와 닿지 않는다. 이 책이 그런 노력의 중간 결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에 기술한 많은 아이디어는 책에서도 왔지만, 미국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생각나는 것을 발전시킨 부분이 적지 않다. 아마도 그런 직접적인 경험과 느낌이 뒷받침되어 있기에 이 책의 가치가 조금이나마 살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을 완성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이 도움을 주었다. 미국학 분야에 눈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 육군사관학교의 정연선 교수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성경준 교수에게 감사한다. 필자에게 진솔하게 이야기를 해준 많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크게 감사하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텍사스 주립대학교의 기드온 쇼버그(Gideon Sjoberg) 교수이지만, 이외에도 저자가 미국 사회·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방인이라는 것을 알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이야기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어려울 때마다 항시 삶의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 준 가족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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