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프 드뤼서 (전대호 옮김). 2009(2015). 음악본능: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해나무. 466쪽.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뇌과학과 음악학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섭렵한다. 저자의 서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다.
역사상 인류 모든 사회에 음악이 존재하는 데, 이는 진화의 산물이다. 배우자를 구하는 짝짓기 행위의 일부로 발달했다는 가설도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통합을 도모하는 목적에서 발달했다는 가설이 더 신빙성이 있다. 모든 인류 사회에서 음악 활동은 개인이 홀로 하는 행위이기 보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공유되고 함께 참여하는 활동으로 존재했다. 함께 춤추고 음악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은 결속을 다졌다.
음계는 문화에 따라 다른 데, 태어난지 얼마 안된 유아는 특정 음계에 대한 선호가 없는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태어난지 불과 1년이 되기도 전에 유아는 자신이 속한 문화의 음계에 익숙하고 이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 화음에 대한 선호는 생리적 근거가 있다. 협화음을 들을 때 우리의 두뇌는 불협화음을 들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자신을 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약간의 훈련만 하면 음정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뇌가 본능적으로 음고를 구별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들 간에 상대적 거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음의 절대적 주파수를 인지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다. 박자와 리듬 역시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능의 일부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다양한 박자와 리듬을 구별하고 따라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은 익숙한 음악을 쉽게 식별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불과 첫 몇 음만 듣고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수많은 음악 중의 하나와 쉽게 매치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음의 진행을 여러번 들으면서 고착화시킨다. 서구 음악의 기본적인 화음 진행 규칙에서 벗어나 진행되면, 전문적인 음악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금방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이는 일종의 '통계적 학습'의 결과인데, 많이 지나갈수록 숲속에 길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로서, 많이 접할수록 익숙하게 느끼고 앞으로의 진행을 예상하게 되며, 그러한 예상에서 벗어날 때, 이상하다고 느끼고 긴장을 느낀다. 예컨대 서구의 음악은 시작할 때의 조성에 맞는 기본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 보통인데, 기본음이 아닌 음에서 음악이 끝나면 무언가 더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 미진한 느낌이 든다.
음악은 감정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15세에서 25세 사이에 들은 음악을 일생 동안 기억하며, 특정 음악을 자주 들었던 때 느꼈던 감정이, 이후에도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면 바로 연상된다. 과거의 특정 감정을 재생시키는 데, 음악은 냄세 만큼이나 뚜렷하게 연상 작용을 유발한다.
음악을 직접 하면 다른 어떤 활동보다 뚜렷이 우리의 뇌가 변화한다. 죽은 음악가의 뇌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죽은 사람의 뇌와는 외관에서도 구분된다. 두뇌 활동에 문제가 있는 환자, 예컨대 치매나 파킨슨 병 등의 경우에, 노래를 부르는 등 음악을 직접하는 행위를 통해 뇌 전체의 활동을 촉진시켜 뇌의 퇴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데는 오랜 수련의 과정이 필요하며, 어릴 때 시작할수록 학습의 효율이 높다. 전문 연주자는 10,000 시간, 즉 매일 3시간씩 10년간 연습을 해야 도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음악을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배우는 목표가 전문 연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데 둔다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음악을 배울 가치가 있다. 물론 특정 악기를 웬만큼이라도 능숙하게 다루는데는 오랫동안 지루한 연습 과정을 참고 견뎌야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음악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라는 보상도 함께 한다. 피아노보다는 기타가 배우기 쉬우며, 가창법을 배워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것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고전 음악보다는 일반 대중 음악을 주로 예로 들며, 자신의 음악 체험을 덧붙이면서 많은 연구 성과를 쉬운 서술로 요약하여 제시한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뛰어나며, 번역도 자연스럽게 해서, 읽는 내내 흥미롭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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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d Saad. 2011. The Consuming Instinct: what juicy burgers, ferraris, pornography, and gift giving reveal about human nature. Prometheus Books. 293 page.
저자는 마케팅 전공의 경영학자이며, 사람들의 소비행위를 진화론을 적용해서 설명한다. 인간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진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소비 행위는 그러한 진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다. 왜 사람들이 어떤 소비 행위를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행위가 진화적 욕구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진화적 욕구는 크게 네가지이다. 첫째는 물리적 생존이며, 둘째는 이성의 짝을 만나서 번식하는 것이며, 셋째는 혈연적인 집단 즉, 가족과 친족을 만드는 것이며, 넷째는 우호적인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 즉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영역에서는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 물리적 생존의 영역에서는 결핍으로부터 벗어날 확율을 높이는 것, 섹스의 영역에서는 다음 세대를 번식을 하는 데에서 남자와 여자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differential parental investment), 가족과 친족의 영역에서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의 단위에서 다음 세대로 확산한다는 것(inclusive affinity), 우호적 집단 구성원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속한 집단을 외집단보다 우선시하고 (in-group over out-group), 일대일의 교환관계 (tit for tat)관계가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남성은 도박이나 위험한 행위에 빠지기 쉬운 반면, 여성은 육체적 미를 높이는 행위에 지나치게 빠지기 쉽다. 남성은 포르노에 탐닉하나, 여성은 성적인 비쥬얼 이미지에 덜 끌린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들에 대한 뒷담화에 흥미를 가지는데, 이것이 사람들이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남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진화적 욕구의 발로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욕구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한다. 따라서 진화적 필요에 근거한 욕구를 겨냥한 마켓팅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통한다. 인간은 미래의 불확실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미래의 희망을 파는 마켓팅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희박한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희망을 믿고 싶어한다. 종교와 자기개발 산업이 대표적으로 미래의 희망을 파는 분야이다. 소비자가 감정에 좌우되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그러한 행위가 진화적 욕구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속이 비어 있을 때 많은 양을 구매하는 것은 결핍에 대한 회피 욕구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사회과학은 진화론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근거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번식의 욕구를 벗어날 수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관찰되는 다양한 현상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서술한다. 기존에 많이 알려진 논의를 인용하여 설명하기에 신선함은 덜하다. 진화론의 패러다임이 우리의 일상을 설명하는 데 설득력이 있음을 확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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