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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 해당되는 글 1건
2020. 4. 7. 18:10

Paul Collier. 2007. The Bottom Billion: Why the poorest countries are failing and what can be done about it. Oxford University Press. 195 page.

저자는 과거에 월드뱅크에서 극빈국 개발 연구를 지휘한 경제학자로 이 분야에 세계적 권위자이다. 극빈국은 무엇이 문제이고, 이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전세계 60억 인구중 최하위 10억은 그 위에 50억의 개발도상국들이 점차 발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정체되거나 빈곤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에 산다.

그들은 네가지 덧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갈등의 덧, 자연자원의 덧, 내륙에 갖힌 덧, 나쁜 정부와 정책의 덧이 그것이다. 그들이 내전에 빠지는 주요 원인은 빈곤, 더딘 성장, 자연자원에 의존하는 것이다. 극빈국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내전이다. 내전은 이전에 이룬 경제 성과를 무위로 만들며,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한다. 내전으로 치안이 불안하면 국민들이나 해외 투자가들이나 경제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극빈국 사람들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사는 것보다 반군에 가담하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에 반정부군에 가담한다. 어떻게 하던 별로 잃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나라에게 석유나 광물자원은 저주이다. 이것으로부터 나오는 돈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며, 이 돈은 반군의 자금원 역할을 한다. 자연자원으로부터 손쉽게 외화를 벌 수있으므로,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 광물자원은 물론 커피와 같은 환금 작물에 의존하는 경제는 국제 시세의 변동이 크기 때문에 안정된 경제 정책을 펴기 어렵다. 자연자원에 의존하는 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성장하기 힘들다. 자연자원으로부터 나오는 돈을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여 축적한 정치인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제압하고 권력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한편 내륙에 갖힌 나라는 가까운 바다로 나가기 위해 인접국에 의존해야 한다. 이들은 인접국의 사정에 종속되며, 독립적인 경제 정책을 펴기 어렵다. 나쁜 정부에는 권력자 개인 혹은 그가 속한 집단의 축재를 국가의 발전에 우선하는 나쁜 정치가 지배한다. 그들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반대하며, 현재 그대로 비효율적이지만 자신들에게만 이익이 돌아오는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극빈국은 세계화의 혜택을 보지 못한다. 그들이 가진 것은 저임금 비숙련 노동력뿐인데, 이를 이용한 경제 발전은 인도나 중국이 이미 차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체 시장이 작고 정부와 치안이 불안정하기에 국제자본이 이들을 거들떠 보지 않는다. 나쁜 정치와 정책이 횡횡하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국외로 탈출하고, 남아 있는 사람은 무능하거나 나쁜 사람들 뿐이다. 그들은 세계화에 편승해서는 그들 위에 개발도상국을 따라갈 수 없기에 '버스를 놓쳤다(missing the boat).'

이들을 돕는 방법에 네가지가 있다. 국제 원조, 군사적 개입, 국제 규준, 무역 정책이 그것이다. 국제원조를 둘러싸고 양분된 주장이 대립한다. 원조를 더 해야 한다는 주장과 원조는 소용이 없다는 주장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원조를 해야 효과를 거둘 수있다. 내전이 종결된 직후에는 기존의 이권 세력이 약화된 상태이므로 개혁을 하기 좋은 시점이다. 이 시점에 10년간 원조를 보장하여 안정적이고 집중적으로 경제 개발을 지원한다면 그들을 덧에서 벗어나게 할 수있다. 현금 지원만이 아니라 기술 인력을 병행하여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득 이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 원조를 하는 것은 그들의 배만 불려주기에 돈 낭비이다. 개선 약속을 조건으로 원조를 제공할 것이 아니라 개선 결과를 평가하여 그에 따라 원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군사적 개입은 선진국이 꺼리지만, 극빈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특히 내전이 종결된 시점에 선진국이 군사 개입을 하여 치안을 보장하면 비용은 적게 들면서 효과가 크다. 극빈국의 군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으로 부터 강탈하는 도구(extortion racket)로 기능할 뿐이다.

극빈국의 경제성장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여 국제 규준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선진국의 법규부터 정비해야 한다. 극빈국 독재자들이 부정하게 축재한 돈을 은밀히 보관해 주는 선진국의 금융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극빈국의 자연자원 개발 계약을 뇌물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따내는 것을 용인하는 선진국의 규범을 바꾸어야 한다. 근래에 선거를 통한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도입한 극빈국이 늘어나고 있으나, 권력의 견제 장치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선거 민주주의는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에게만 의존하는 후견인 민주주의(patronage democracy)로 빠지는데, 이는 갈등을 격화시키는 원인이다. 극빈국의 사정에 맞도록 권력의 견제장치를 제도화한 규준을 만들어,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극빈국의 경제성장은 그들 위에 개발도상국이 걸은 길인 저임금 제조업과 무역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은 개발도상국보다 훨씬 열악하므로, 국제무역에서 이들에게 이점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국이나 인도보다 이들이 수출한 제품에 관세를 낮게 매기는 방식이다. 또한 극빈국 자체의 무역장벽을 낮추어 비효율적인 국내 산업이 경쟁에 노출되도록 함으로서 산업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의 산업이 성장할 수있다. 현재와 같은 높은 보호무역의 장벽이 지속된다면, 그들 나라의 비효율적인 산업은 지속될 것이며, 이것에 이익을 보는 소수의 사람들에 붙잡혀서 다수의 국민이 빈곤의 덧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첫머리에, 지구촌에 극빈국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의 문제로, 극빈이 없는 세상은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말한다. 극빈은 무질서와 혼란을 낳으며, 이것은 이들 나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테러나 난민과 같이 이웃나라에 문제를 확산시킨다. 혜택은 모두가 보지만 누구도 나서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극빈국 사정에 대한 치밀한 연구와 오랜 전문적인 경험이 뒷받침된 탄탄한 책이다. 극빈국이 대부분 아프리카 대륙에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의 문제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한국이 부유해지면서 점차 눈을 돌려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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