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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에 해당되는 글 2건
2023. 1. 30. 17:19

Gary Marcus. 2008. Kludge: the Haphazard Evolution of the Human Mind. Mariner Books. 176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사고 작용에 내재한 결함을 설명하고, 그것의 원인을 진화에서 찾는다. 인간의 신체 기관은 진화를 통해, 초기에 단순한 것에서부터 조금씩 복잡한 기능을 덧붙이며 발전하였다. 그 결과 우리의 신체 기관은 '클루지'(kludg)의 집합체이다. 여기서 '클루지'란 당장의 필요에 따라 성급히 엉성하게 만들어진 땜질 처방을 뜻한다. 처음부터 복잡한 기능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만들었다면 그와 같은 땜질 처방을 하지 않았겠지만,  진화란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최적의 선택(total maximum)이 아닌, 그때그때 발달 과정에서 가용한 것(regional maximum)을 선택하였으므로 결함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심리와 사고작용은 인체의 다른 기관과 마찬가지로 이런 과정을 겪어 진화했으므로 결함을 내포한다.

인간은 '맥락 기억'(contextual memory) 장치를 가지고 있다. 기억의 대상과 과거에 그것을 체험한 맥락이 함께 얽혀 저장되어 있으며 불러일으켜 진다. 따라서 기억의 대상에 수반된 맥락이 기억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과거 원시 인간의 생존 조건에 기인한다. 과거에 체험한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만났을 때 잘 기억해 내는 것은 원시인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맥락이 기억에 영향을 주는 상황은 과거의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는 것을 방해하며, 기억 자체를 외곡시킨다. 

사람들은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따라 움직이며, 좀처럼 논리적으로 따지며 사고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복잡한 사안은 논리적으로 손익을 따지고, 미래에 예상되는 결과를 염두에 두고 생각할 때만 잘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 피곤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때 찬찬히 사고하는 능력은 가동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과 부합되는 것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반면, 자신의 믿음에 반대되는 것은 기억을 잘 하지 못한다. 자신이 믿는 것에 부합되는 사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자신의 믿음에 부합되지 않는 사실은 소홀히 하고 외곡하여 인식한다. 믿음이나 감정이 이성적인 사고를 방해한다.

인간은 즉시 혹은 단시간 내에 쾌락을 주는 것에 과도하게 중요성을 부여하는 반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오는 것에는 중요성을 덜 둔다. 나중에 후회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당장의 쾌락의 유혹을 거부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은 오늘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성향을 타고 났다. 불이익이 돌아올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일을 미룬다. 심한 우울증에 빠지거나, 과도한 염려와 초조함, 제어하기 힘든 분노 등과 같이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렇게 인간 심리에 내재한 다양한 결함은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클루지'로 해석해야 한다. 오랜 인간의 원시 생존 시기 동안 진화된 뇌가, 생존 상황이 전혀 다른 현대 사회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특히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인간 심리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몇가지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가능한 한 다양한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볼 것, 기존에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질문해 볼 것, 서로 관계가 있다고 하여 인과관계인 것은 아님을 명심할 것, 자신의 생각이 충동과 감정에 의해 덜 좌우되도록 상황을 조정할 것(즉 피곤하거나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중요한 결정을 하지 말 것, 중요한 사안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것), 이익과 비용을 대비하여 생각하는 습관을 키울 것, 자기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어, 만일 제삼자라면 어떻게 할지,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등을 염두에 둘 것, 합리적으로 생각하도록 수시로 자신을 일깨울 것, 등.

이 책은 인간의 비합리적, 감정에 휘둘려 생각하는 성향에 대해 쓴 다른 심리학 책들과 유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요컨대, 인간이 비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인간 본능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심리적 결함에 덜 빠지려면, 심리적 결함의 힘이 자신에게 항시 작용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자기 통제 훈련을 통해 생각의 근력을 기르고, 경험을 많이 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생각의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이 적은 상황으로 자신을 조정해야 한다.

2020. 2. 5. 21:53

Daniel Kahneman.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Straus & Giroux. 418 pages.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인 저자의 대표작. 심리학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생각의 규칙을 밝힌다. 특히 생각의 오류에 빠지는 유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후반부에는 행동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의사결정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사고는 두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방식은 그가 system 1 이라 지칭하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고이며, 두번째 방식은 system 2 라고 지칭하는 것인데 의식적으로 노력을 투입하여야만 하게 되는 사고이다. 외부세계를 지각한다거나, 특이한 차이를 감지한다거나, 유사한 것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사고 유형이 이에 해당되는데,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기술로서 고도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사고는 의식적인 노력없이 이루어지며, 하지 않으려 해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사고 작용이다. 두번째 방식의 사고는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논리적으로 따지고 분석하는 등의 사고 작용이다. 이는 의식적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에 우리는 가급적 이러한 사고를 회피한다.

system 1 의 사고는 다양한 오류 혹은 bias 를 낳는다. priming, anchoring, availabilty bias, halo effect, 등 다양한 bias 들이 논의된다. 깊이 따져보기보다는 일견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선호하는 system 1 사고의 속성 때문에, 논리적인 오류를 간파하지 못하며 부실한 근거로 쉽게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를 범한다. 인간의 사고는 통계적 속성이나 확률적 관계, 특히 random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세계를 인과적 질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통계적 결과에 인과적 설명을 부가한다. 단적인 예가 regression to the mean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에 원인을 파악했다는 환상에 빠진다. 실제는 많은 우연이 개입하여 그리 된 것인데, 원인에 과도한 비중을 두어 해석한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환상을 가지며,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증거들은 무시한다. 단적인 사례로 주식 투자 선택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예로 든다. 객관적 분석결과 전문 주식 투자자의 선택이 더 승률이 높다는 증거가 없는데 그들은 그러한 증거를 무시한다. 인간 bias가 들어간 직관적인 결정(intuition) 보다는 독립적인 기여 요인에 대해 측정한 결과를 합산한 공식(fomula)에 의존하여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예측을 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먼저 그 사건이 속하는 범주의 다른 사례들의 분포를 확인하여 기본값(base rate)를 파악한후, 그 사건이 그 범주의 평균 사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와 벗어나는 정도를 검토한 후, 기본 수치를 그에 합당하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간여한 사건에 매몰되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 사건이 속한 범주의 기본수치를 확인하는 길의 하나로 외부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이러한 과도한 낙관이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는 하다. 위험이 높으며, 기대값이 매우 낮음에도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경제활동을 하기에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경제학의 인간형 처럼 합리적이지 않다. 재화와 서비스의 효용은 정태적인 절대 규모만이 아니라 준거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준거 기준에 따라 효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적으면 효용이 높으며, 반대로 가진것이 많으면 효용이 작다. 과거의 상태와 비교하여 더 좋아졌는지 혹은 더 나빠졌는지에 따라 효용에 차이가 난다. 또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며, 확실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실제의 인간은 이러한 효용의 편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경제인처럼 단순한 확률적인 기대치를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무수한 실험과 풍부하고 엄청난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두번째 읽는 것임에도 역시 첫번째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후반부에 의사결정이론의 논의를 끈질기게 쫒아가기 힘들었다. 이번에도 이부분은 결국 대충 읽고 말았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연구의 많은 부분이 공동연구자인 Amos Tversky와 대화를 통해 발전시켰다는 사실이다. 두명의 연구자가 오랫동안 함께 사고를 굴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꾸준히 발전해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이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는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후반부는 나중에 다시 읽어 보아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사고의 한계를 인식하며, 그가 지적하는 주위의 오류 bias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설명은 유용하다. 3~4권의 책의 분량에 해당하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귀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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