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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역사'에 해당되는 글 1건
2019. 11. 3. 21:13

Neil Shubin. 2008. Your inner fish: a journey into the 3.5 billion-year history of the human body. Vintage books.

시카고 대학의 고고생물학자인 저자가 우리 몸의 각 기관이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 연원을 거슬러 올라면서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진화의 연결고리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루지만, 동시에 어떻게 그런 발견에 이르게 됬는지 연구 과정을 상세히 이야기 한다.

물 속에서 살던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는 진화의 중간 단계 생물의 화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북극의 한 섬에서 저자가 찾는 대상의 화석을 찾는 작업을 생생히 묘사한다. 전 세계에서 저자가 찾는 생물군의 화석을 찾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추적하여 마침내 그것을 찾아내는 작업은 과학과 우연이 결합된 서사이다.

인간의 팔과 물고기의 지느러미의 구조를 해부학적으로 비교하고, 배아의 발달과정에서 인간의 팔과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발달하는 과정의 유사점을 보여준다. 이빨과 머리 털과 새의 깃털과 유방은 동일한 원시 피부조직으로부터 변이되어 나타난 형질이다. 배아의 초기 발달 과정에서 보이는 네 개의 아치 형상의 구조가 인간에게는 두개골과 목과 귀로 발달하고 물고기는 지느러미로 발달한다.  인간과 근접할수록 유전자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되며, 물고기의 것으로부터 인간의 것으로 기관이 진화해온 과정은 유전자에서도 변화의 궤적을 읽을 수있다. 

물고기에서 진화의 시원을 한 단계 더 올라가 다세포 박테리아와 인간의 기관을 비교한다. 인간의 몸의 조직은 다세포 박테리아와 동일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와 세포를 결합하여 조직하는 방식 역시 박테리아 동일하다. 다세포 박테리아는 세포들 사이에 기능의 분화를 이루면서 전체의 생존을 돕는데 이는 인간의 다양한 기관과 유사한 원리이다. 지구의 생물계가 어떻게 단세포 박테리아에서 다세포 박테리아로 진화했는지에 대해, 지구의 대기중에 산소 농도가 증가하여 생물체들이 에너지를 더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콜라겐이라는 세포를 구성하는 복잡한 물질을 만들 수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후각기관, 시각 기관, 청각 기관, 각각에 대해 물고기와 인간을 비교하면서 단순한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인간의 후각 기관은 물고기보다 훨씬 더 많은 냄세를 판별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종류의 냄세 분자 각각을 판별하는 수천개의 유전자를 통해 냄세 판별기관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이 냄세 판별기관을 제어하는 유전자의 상당수가 비활성화되어 있는데, 이는 인간의 감각의 70%를 시각에 의존하는데, 이는 육지에 사는 동물인 인간의 생존에서 냄세의 중요성은 쇠퇴한 반면 시각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동물 중에서도 칼라를 구별하는 시각 능력을 발전시켰는데, 이는 지구 식물의 변화에서 단순한 색의 나무만 존재하다가 다양한 칼라의 식물, 예컨대 꽃과 열매 등이 많이 출현하게 되면서 칼라를 구별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각 기관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던 동물의 기관이 돌연변이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긴 연결고리의 맨 끝에 있다. 이것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원래 물에서 사는 데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기관이 변이를 통해 뭍에서 사는 환경에 적응되도록 변화되었다는 것은, 처음부터 뭍에서 사는 환경에 적합하도록 만들었다면 그렇게 만들지 않았을 비효율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의 머리와 목과 척추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는 원래 물고기의 머리와 아가미를 근처에서 연결하던 신경 조직이 변화되면서 복잡해진 것이다. 

인간은 유인원이 된 이후에도 진화 과정의 대부분을 수렵채취의 단계에서 생활했으므로 현대의 생활에 부적합한 몸을 갖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겪는 질병이나 문제를 바로 이러한 진화의 긴 연결고리를 통해 설명한다. 비만, 심장질환, 고혈압은 현대인의 생활 환경이 수렵 채취에 적합하게 빚어진 몸에 맞지 않아서 일어나는 질병이다. 인간의 딸꾹질은 인간이 물고기와 올챙이로부터 진화해 온 과거로 부터 물려받은 잔재이다. 올챙이는 물속에서 아가미로 호흡하면서 동시에 폐로 공기호흡을 한다. 물을 흡입하여 아가미로 보내면서 동시에 폐를 막는 동작을 하는 데, 바로 이것이 인간의 딸국질과 동일한 동작이다. 딸꾹질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 책에서 처음보았다. 저자는 인간의 몸은 생물의 역사를 온전히 그 안에 담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일반인의 흥미를 돋우도록 설명을 하지만, 인용하는 설명은 체계적인 연구 성과에 근거한 것들이다. 왜 그런지하는 의문을 해명하는 데 주력한다. 과학을 한다는 것이 실제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 논의하는 것은 매우 세세한 것들이다. 그런데 생물의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에 이 세세한 것들이 핵심적인 증거가 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과학활동에 대한 저자의 열정과 흥분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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