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저자는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개발도상국과 선진산업국 각각에 대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생산성의 향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이 생겨나는 것을 장려하고, 이들이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혁신을 추진하도록 자극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네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 state-guided capitalism, 족벌적 자본주의 oligarchic capitalism,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big-firm capitalism, 기업가 자본주의 entrepreneurial capitalism.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보이는데, 정부가 생산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자 역할을 한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에는 이 모델이 효율성을 발휘할지 모르나, 경제가 기술의 정점 단계에 도달 했을 때 관료적 비효율의 함정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족벌적 자본주의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이 모델에서 소수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익 보전에만 관심이 있을뿐 경제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제 발전은 기득이권 구조의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에서 보인다. 이 모델에서는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는데, 대기업은 관료적 비효율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데 비효율적이며, 기득권 지위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혁신을 질식시키는 성향을 보인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1970년대 이래 경제가 정체되고 실업율이 계속 높은 이유는 혁신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보이는데, 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며, 혁신 기업이 낳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면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업가 자본주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네가지 필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기업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빨라야 한다.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으로 내려갈수록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기업을 세우는 것과 연관된 몇가지 부대 조건으로, 사업이 실패할 때 합리적으로 파산할 수있어야 하며, 금융기관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비교적 잘 작동해야 하며,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의 성공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산권의 보호와 법에 의한 계약의 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업가의 활동을 저해하는 부정한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생산적 활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 파이를 빼앗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재능이 흐르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범죄는 물론이고, 소송과 로비를 통해 제로섬의 다툼을 벌려 큰 이익을 얻게 된다면 사람들은 힘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생산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경쟁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여 오래도록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면 혁신은 질식된다. 반독점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무역과 해외투자를 개방하여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항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사업을 하는 기업 repetitive entrepreneur 과,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여 생산성 향상을 거두는 기업 inovative entrepreneur 가 그것이다. 전자는 단순히 물량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소규모 기업가가 강점이 있으나, 이들이 개발한 것을 다듬어서 대량생산 체제로 연결시키는데에는 대규모 기업이 강점이 있다. 따라서 소규모의 혁신 기업과 대기업이 적절히 조합된 체제가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크게 거둘 수 있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체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정부가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은행이 기업과 밀착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대기업이 지배한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생산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채용과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이 자리잡았다.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는 혁신 기업이 많이 생겨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있으므로, 유럽과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의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고, 신규 진입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노동을 포함한 전반적 규제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기존 제도의 수혜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혁이 좌절될 것이다. 저자는 주변으로부터 점차적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지금부터 신규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는 완화된 규제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혁신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신규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용이하고 인센티브가 살아있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 기관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생산으로 연결시킴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허사이다. 정부가 지도하여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시장의 힘이 잘 작동하는, 즉 능력있는 개인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1970~80년대의 부진을 씻고 1990년대 중반 이래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한다. 저자는 경쟁이 잘 살아있을 때, 즉 모든 사람들이 기득 이권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해서 살아갈 때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일본이 정체되고 활력이 떨어진 이유를, 바로 그들이 풍요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절한 진단이다. 지난 세기 전체를 걸쳐 미국의 꾸준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정말 놀랍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경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선진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미국 체제의 강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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