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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에 해당되는 글 3건
2022. 1. 6. 17:02

Joseph Nye, Jr. 2011. The Future of Power. Public Affairs. 234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hard power v. soft power 논의를 종합 정리하고,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진단한다. 

power는 분야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 군사력이 power의 핵심이지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별도의 power 가 존재한다. power 는 상대가 누구냐에 좌우된다. 절대적인 수준이기보다는 상대와 비교해 나은 정도가 power이다. power 는 얼마나 자원을 많이 보유하는가 하는 측면과 함께, 이러한 자원을 실제 행위로 어떻게 전환하는가 하는 측면을 포함한다. power 는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직접적으로 강압하는 측면과 함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상대가 나에게 자발적으로 유인되도록 하는 간접적인 측면을 포함한다.  상대가 나에게 유인되는 문화적인 힘, 소프트 파워는 하드 파워를 전제로 한다.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가 잘 결합된 형태를 스마트 파워 smart power 라고 정의하면서, 소프트 파워가 함께 갈 때 하드 파워도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21세기에 들어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power 의 원천은 확산되고 있다. 정보에 접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이 정보를 독점하는데에서 나오는 힘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1991년에 소련이 무너지면서 일시적으로 세계에서 미국은 독보적 지위에 올라섰지만, 이후 BRIC,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세계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이 세계위에(over) 지배하기보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with) 지도적 역할을 하는 위치에 머물게 되었다. 미국은 군사력 분야에서는 절대적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에서는 그에 못미치며, 환경, 에너지 등의 문제에서는 파워가 약하다. 

세계에서 현재 미국이 차지하는 지배적 지위(hegemony)가 앞으로 중국으로 이전할 것인가, 혹은 세계에서 미국의 힘이 쇠퇴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으로 답한다. 미국의 지위는 앞으로도 한동안, 적어도 21세기 전반부에는 쇠퇴하거나 중국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로,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이고, 미국의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민자가 계속 들어오고, 미국의 대학은 매우 우수하며, 미국의 대중문화는 세계를 지배하며, 미국이 추종하는 가치, 예컨대 민주주의, 인권, 자유, 등은 여전히 세계인을 매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대체할 대안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미국이 지배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세계인에게 공공재(public goods)를 공급하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평화, 자유 무역, 항행의 자유는 과거 대영제국 시절에 영국이 공급하던 공공재이며, 세계인은 이를 이용하면서 영국의 지배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과거와 차이점이라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즉 세계의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것을 미국의 역할에 추가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었고, 국제무대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입다물고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명한 국제정치 학자로서 정부의 고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경험이 배어 있어, 저널리즘의 논의와 달리, 깊이와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다만 이 책이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쓰였어도 미국의 미래를 낙관했을까는 의문이다. 대체적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트럼프 이후 미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 3. 11. 21:44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인들이 우리를 모범으로 여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실업문제, 빈곤문제, 재벌문제 등으로 우리 주위에서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을 숫하게 보며, 국회에서는 기득권을 챙기려고 억지를 쓰고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정치인을 흔히 본다. 우리사회에는 부정이 판을 치며 술과 도박에 빠지거나 몸을 팔아 생계를 꾸리는 향락산업 종사자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불안정한 가정환경과 냉혹한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이 폭력을 일삼거나 삐뚤어지게 자라나는 것을 주위에서 얼마나 많이 보는가? 이런 나라가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다니.


 

  그런데 외신에서는 세계의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한국을 본받아야 할 나라로 보고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단다. 한국의 경제발전은 물론 한국의 문화가 각광을 받으며 한국에 와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요즈음 한국의 대학교에는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에서 온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외국의 공무원에게 한국에 관해 교육시키는 대학원 프로그램에 입학하려면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야 한다. 마치 수 십 년 전에 한국인이 서구 나라에 가서 배우는 것을 동경했듯이 이들은 한국에 와서 배우고 싶어 한다.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커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독보적인 사례로 언급될 만하다. 1960년대 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였던 것이 이제 다른 나라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한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한국이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한국이 발전해 왔던 과정을 다른 나라가 따라 한다고 해서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국제적인 환경이 달라졌으며, 한국의 역사적인 맥락에서 나온 것은 다른 토양에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가 모범적인 사례라고 외국에서 칭찬한다지만 우리는 문제가 많음을 잘 안다. 불평등은 확대되고 있으며, 학교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젊은이들은 실업과 좌절에 신음하고 있으며, 부정의와 부패가 도처에 널려있다.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우리가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을 깨닫고 앞날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다. 우리의 정치가 혼탁하지만 불과 20년 전에는 무자비한 독재가 판치지 않았던가? 현재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대의 무자비한 민간인 살상이 1980년에 한국에서도 있었다. 연줄이 없으면 취직을 하기 어렵고 급행료를 내지 않으면 관공서에서 일이 돌아가지 않던 때가 그리 멀지 않았다. 여전히 후진적인 시스템이 곳곳에 있지만 점차 바뀌는 것을 보면서, 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흔히 보면서 앞으로 일이십년 후에는 우리도 선진국과 같이 풍요롭고 투명한 사회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 또한 이러한 사회를 앞당기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기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이 블로그를 정성을 기울여서 쓰겠는가?

2010. 8. 14. 21:33
    대학은 산업인가 아닌가? 여기에 소개하는 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 대학은 분명히 하나의 산업이며, 그것도 많은 이익을 내는 매우 큰 산업이다. 영국 대학들은 국내 학생에게는 소요 비용보다 낮은 등록금을 받는 대신 외국의 유학생에게 비싸게 거두어  재정의 균형을 맞춘다. 등록금 이외에도 외국 유학생이 먹고자는 데 쓰는 비용은 지역 경제에 중요한 수입원이다. 이것이 산업이라면 상품구성과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할지, 어떻게 마켓팅을 할지, 가격 정책은 어떻게 할지, 어떻게 비용 대비 이익을 극대화할지 , 등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영국의 대학교는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학교의 경영을 바라보며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영국의 대학교를 먹여 살리고 있기때문이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는 영어권 국가로서 수십만명의 외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시장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국 대학도 만만치 않은 수의 외국인을 받아들인다. 이들 나라에 학생을 보내는 송출 국가로는 중국과 인도가 다수를 점유하며 아시아와 중동 등 제 삼세계의 나라도 많은 유학생을 보낸다. 영국 대학의 걱정 중 하나는 과거에 자신의 교육을 소비하였던 나라들 가까이에서 지역의 유학생 수요를 흡수하는 경쟁자가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지아, 등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교에 유학하는 이 지역의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조만간 중국은 유학을 꿈꾸는 우수한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에서 흡수할 수있는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어떻게 하면 자국에 더 많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 수있을까? 조셉 나이 교수는 미국의 힘을 소프트 파워에서 찾는 데, 과학 기술과 문화에서의 매력과 우위가 군사적인 우위보다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미국의 가장 큰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과학과 기술에 있다. 인터넷, 컴퓨터, 자동차,휴대전화, 전기, 등 우리가 이용하는 거의 모든 문명의 이기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발명되었거나 혹은 실용화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의 문제점을 흔히 지적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실용화시키는 능력에서 아직 미국을  따라갈 나라는 없다. 이러한 새로운 아이디어 생산의 중심에는 미국의 대학이 있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연구소는 불이 꺼지지 않으며 계속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내고 산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근래에 새로운 발견 발명은 대부분 미국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시작된다. 미국 문화의 흡인력은 또 어떻고 말이다. 세계의 영화관이 미국 헐리우드 영화로 도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이 아마도 유일한 예외일 것이다.

    사실 이들 나라에게 외국인 유학생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이들이 공부하는 동안 돈을 뿌려주는 것은 물론, 이들이 매우 열심히 공부하기때문에 자국 학생에게도 자극이 되어 대학의 수준을 우수하게 유지하는 데 촉매제가 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와 국적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돌아다니면 대학교의 국제적인 분위기는 저절로 조성된다. 세계화와 함께 선진국 기업들은  국제적인 사업과 국제적인 경쟁에 많이 참여하게 되고 이 나라 학생들은 교육 과정 속에서 이러한 국제적인 소양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외국인 유학생은 바로 이러한 교육 목적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자국에 돌아가면 자국에서 지도적인 자리를  차지하면서 미국 혹은 영국에 우호적인 의견과 생각을 전파하게 된다. 이들에게 익숙한 외국의 문물은 자신이 유학했던 나라일 것이므로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이 나라의 사례를 많이 언급하면서 사람들에게 이 나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미국이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등으로 제삼세계의 똑똑한 학생이나 언론인, 공무원, 정치가 등을 자국에서 공부하도록 지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지도급 인사 중에 미국 정부의 돈으로 미국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소수일 것이다. 자비를 들여서 공부한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은 거의 전부가 미국을 자신의 사고의 축으로 삼고 있다. 결과 한국에서 외국의 사례라고 하면 모두 미국을 인용한다. 어디 프랑스나 러시아의 사례를 언급하는 사람을 보았는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한다면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음식을 선호하겠는가? 프랑스 음식점이나 러시아 식당이 주위에 드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나라 지도자를 자국에서 공부시키는 데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썼지만 그 몇배로 수익을 보장받는 투자를 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산출되는 한, 세계의 젊은이들은 이들 나라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자국민보다 외국인 유학생이 더 똑똑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데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약간 께름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똑똑한 외국 학생들에게 시민권을 주고 이들 나라에 남아서 계속 아이디어를 생산하도록 한다면 이들 나라의 대학과 산업은 계속 우위를 유지할 것이니,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외국학생이 본국 학생보다 더 잘하는 것이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나라 사람 중 다수가 똑똑한 외국인이 들어와 좋은 직장을 선점하고 자신들은 밀려나서 싸구려 일자리에서 해메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영국이나 외국 유학생은 받아들이고 싶어하지만 이들이 자국에 남아서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려고 안달한다. 과거에는 박사를 따면 시민권을 쉽게 얻고 직장도 쉽게 구할 수있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사실은 이들 덕분에 선진국 국민이랍시고 그나마 잘 살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똑똑한 외국인 유학생이 없었다면 실리콘 밸리는 생겨날 수없었으며, 근래에 눈만 뜨면 새로 들려오는 인터넷 세계의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미국의 몫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할만큼 소프트 파워가 있는가? 우리나라의 대학은 똑똑한 학생들을 자국의 대학에 유치할만큼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가? 혹시 조만간 싱가포르나, 홍콩이나, 중국으로 유학가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공항을 빠져나가지는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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