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athan Silvertown. 2013. The Long and th Short of It: The Science of Life Span & Aging.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56 pages.
저자는 생물학자이며, 생명체는 왜 늙으며(scenescence) 죽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수행된 다양한 과학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설명을 제시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늙고 죽는 것은 진화의 과정에서 최적(fittest)의 선택을 한 결과이다.
생물 종에 따라 자연 수명에 차이가 크다. 인류는 19세기 중반 이래 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어 왔는데, 이러한 수명 연장은 나이 든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오래 살게 되었기 때문이기보다, 주로는 영아사망율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식이 가능해지는 사춘기를 넘어서면 노화가 일관되게 진행된다. 영양, 위생, 건강관리를 잘하면 오래 살지만 그렇다고 해도 노화와 죽음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수명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부분적으로 결정된다. 오래 산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은 오래 산다. 근래에 백세 넘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것은 생물체로서의 인류가 과거보다 더 오래 살게 되었기 때문이기보다는, 선천적으로 오래 사는 유전자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환경의 위험이 줄어들면서 과거보다 덜 일찍 죽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면 일찍 죽는다는 속설이 있다. 짧고 굵게 산다는 말도 여기에서 나왔다. 실제로 동물 세계에서 신진대사의 속도가 빠를 수록 수명이 짧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신진 대사의 속도가 느리면 오래 산다는 말이다. 적게 먹으면 신진대사 속도가 느려져서 생명이 연장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동물은 신진대사 속도가 빠르고 어떤 동물은 신진대사 속도가 느릴까?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물의 경우, 크기가 작은 동물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하여 크기가 큰 동물보다 신진대사 속도가 더 빨라야 한다. 반면 크기가 큰 동물이 신진대사 속도가 빠르면 지나치게 높은 열을 생산하기 때문에 생존할 수 없다. 동물 세계에서 크기가 클 수록 오래사는 경향이 있지만, 예외도 적지 않다. 하늘을 나는 새나, 땅 속에서 사는 두더쥐나, 바다에서 사는 조개류는 크기에 비해 훨씬 오래 산다.
동물의 수명은 크기보다는 태어나서부터 생식 년령에 도달하는 기간에 좌우된다. 일찍 자손을 낳은 동물은 일찍 죽는 반면, 늦게 자손을 낳는 동물은 오래 산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더 많은 자손을 퍼트리는 것이 동물의 삶의 목적인데, 자손을 낳은 다음에는 오래까지 살아야 할 필요성이 적다. 자손을 낳는 것을 끝낸 뒤에도 계속 사는 동물의 경우, 이는 자손이 생식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도와줌으로서 후손 확산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동물이 자손을 낳는 시기는 동물이 처한 환경의 위험도에 좌우된다. 동물이 처한 환경의 위험도가 큰 경우, 그 동물은 죽기 전에 빨리 자손을 낳아야 할 필요가 크므로 일찍 자손을 많이 낳고 죽는 것이 진화의 최적(fittest) 선택이다. 반면 동물이 처한 환경의 위험도가 작은 경우, 서둘러서 많이 낳고 죽는 선택보다는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소수의 후손을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진화의 최적 선택이다. 만일 환경의 위험도가 작은데도 많이 낳는다면 개체수가 지나치게 늘어나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환경의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후손 번식에 해로운 선택이 될 것이다. 동물은 환경의 위험에 따라서 후손을 낳는 것과 후손을 키우는 것 사이에 에너지 배분에 차이를 둔다. 환경이 위험하면 많은 후손을 빨리 낳아서 그중에 소수라도 성장하여 다음 세대를 낳도록 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인 반면, 환경이 위험하지 않으면 후손을 낳은 것 못지 않게 후손을 잘 키워 그 후손이 다음 세대를 차질없이 생산하도록 하는데 부모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다. 오래살면서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후손도 많이 만드는 것이 가장 유리한 전략일 것 같지만, 후손을 생산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생명체의 가용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 많이 계속하여 후손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생명체를 많이 만들려 한다면 오래 살 만한 에너지가 남지 않으며, 오래 살려한다면 생명체를 일찍 많이 만들 수 없다.
왜 나이가 들면 노쇠할까? 우리의 몸은 계속해서 낡은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교체하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그러한 과정을 나이가 들어서도 지속한다면 뇌쇠해야 할 이유가 없을텐데, 생물체가 그러한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진화는 생식이 가능한 시기까지 생식을 가장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형질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일단 생식의 시기가 끝나면 세포가 망가지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다. 더많은 자손을 퍼트리는 것을 생명 활동의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생명체가 오래 사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생식의 시기가 지난 후에도 생명 활동을 활발히 지속하도록 하기보다는 생식의 시기 동안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자손을 잘 많이 만들어내도록 하는 것이 진화의 최적 선택이다. 오래 살면 환경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후손을 추가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든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생명체를 오래 살려서 계속 후손을 생산하도록 하는 선택보다는 환경의 위험에 덜 노출된 젊은 시절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후손을 많이 만들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요소들이 축적되는 것을 진화의 선택 과정을 통해 차단하지 않기 때문에 노쇠하는 것이다. 생식의 시기에 생식에 유리한 형질 중에는 생식의 시기가 끝난 후 몸에 해를 끼치는 유전자도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비록 생식의 시기가 지난 후 우리 몸에 해를 끼치는 형질이라도, 그것이 적어도 생식의 시기 동안 생식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선택하는 것이 후손을 퍼트리는데 더 유리하다. 당뇨, 혈관계 질환, 치매 등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성인병은 대체로 젊은 시절에 생존과 생식에 유리한 형질들이 생식이 끝난 시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생물체의 몸의 세포는 낡은 것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능을 유지하지만, 교체 가능한 회수에 제한이 있다. 염색체의 끝자락에 위치한 telomer라는 부분이 복제를 반복할수록 길이가 짧아짐으로서 복제가 가능한 회수를 제한한다. 세포가 복제할 수 있는 회수를 제한해 놓은 이러한 장치는 세포가 통제를 벗어나 무한 복제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만일 세포가 복제를 무한 반복할 수 있다면 통제를 벗어나 암세포로 발전해 해를 끼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세포를 무한 복제할 수있게 함으로서 얻는 이익보다 세포의 복제 회수를 제한하여 사멸하게 함으로서 얻는 위험 회피 이익이 더 크다. 수명이 어느 정도 되는 동물은 모두 텔로머라는 복제 회수를 제한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식물 중에는 수천년을 사는 종도 있다. 일년생 식물도 있지만 식물 중에는 수백년을 사는 종이 많다. 왜 동물 중에는 이렇게 오래 사는 종이 없는데 식물 중에는 있는 것일까? 식물은 동물과 달리 생물체가 별개의 방으로 구분(compartmentalized)되어 있어, 한 부분이 망가지더라도 이웃한 다른 방은 생존을 계속할 수 있다. 동물은 위험 요인으로부터 스스로 움직여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나, 식물은 위험 요인으로부터 스스로 움직여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것 같다. 오래 사는 식물들은 줄기의 일부가 죽지만 계속 새로운 가지와 싹을 티우는 방식으로 오래 산다. 오래사는 식물의 몸은 별개의 방으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동물과 달리 세포가 무한 복제하더라도 통제를 벗어나 무한 복제를 하면서 몸체에 해를 가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식물들 중에는 세포가 무한히 복제를 반복할 수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감자나 고구마이다. 감자는 죽지 않고 복제를 계속하면서 무한히 생존한다. 물론 일년생 식물들은 동물과 유사하게 후손을 남기고 죽는 선택을 진화시켰다. 위험한 환경에서 사는 식물들은 일찍 후손을 많이 만들고 죽는다.
과학 기술로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저자는 부정적으로 본다. 왜냐하면 노화라는 것은 생물체의 모든 기관이 고른 속도로 망가지는 과정을 밟는데, 한 기관이 망가져서 이를 보수하거나 새것으로 바꾼다고 하여도 다른 기관이 바로 고장날 것이다. 생물체의 생명 활동에는 많은 기관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기관들을 다 보수하고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유전자를 조작하여 노화를 늦추고 오래 사는 형질의 유전자로 바꾼다고 하여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노화와 생명 유지 시스템은 오랜 기간동안 진화를 통해 발전시킨 선택인데 이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임으로 바꾼다면 분명 예상치 못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노화와 수명을 늦추고 오래사는 것이 부작용 없이 가능했다면 지금까지 진화의 과정이 일찌감치 이러한 해법에 도달했을 것이다.
지구상에 모든 생물은 진화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진화의 최적 전략은 개체의 후손을 많이 퍼뜨리는 것이지 개체 자체의 복리나 행복을 높이는 것이 아니다. 개체가 아무리 육체적으로 괴롭고 불행하게 느끼더라도, 그것이 후손을 늘리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혹은 심지어 그것이 후손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면, 개체는 기꺼이 자신의 삶을 희생하도록 진화된다. 후손에게 자신의 몸을 먹도록 하는 곤충이나,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아 알을 낳으면 완전히 탈진해 바로 죽어버리는 연어가 가장 극단적인 예이다. 사실 그러한 삶을 사는 개체 본인은 그러한 상황을 불행하다거나 고통스럽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러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다면 그것을 회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느낌이란 몸이 행동하도록 지시하는 기능을 함으로, 부정적 느낌은 그러한 느낌을 유발하는 것을 피하도록 하기 때문에, 연어 자신은 그런 상황에 대해 긍정적 느낌, 즉 황홀함이나 기쁨을 느낄 것이다. 후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체 본인의 복리와 행복을 우선시하는 생물체는 후손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 하는 개체에 의해 시간이 갈수록 대치될 것이기 때문에, 후손을 퍼뜨리는 것보다 자신의 복리와 행복을 우선시하는 개체는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노화와 사멸은 후손의 번창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화의 귀결이다.
이 책에서는 언급하지 않지만, 근래에 선진국에서 자손을 덜 낳고 자신의 복리를 우선시 하는 세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류는 산업화에 들어선 이후 진화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것을 중단시켰다. 사람들 사이에 출생율의 격차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도 매우 부유한 사람들은 아이를 많이 낳지만 그것이 인구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후손을 퍼뜨리는 것보다 개체 본인의 복리와 행복을 우선시하는 개체는 후손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 하는 개체에 의해 시간이 갈수록 대체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면, 인류도 이러한 과정을 밟을까? 애를 덜 낳는 대신 본인이 더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복리를 희생하면서까지 애를 더 많이 나으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 미래에 대체될까? 현재도 개발도상국에서는 애를 많이 낳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애를 덜 낳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상의 인류는 현재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후손이 압도적 다수인 상황으로 진행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예측은 반드시 맞지는 않는 것이, 개발도상국의 소득이 높아지면 그들도 자녀 출산을 줄이기 때문에 선진국의 출산 행태와 빠르게 유사해진다.
이 책은 생물체의 노화와 수명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기존의 연구를 잘 요약 제시하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다만 저자가 문학적 묘사를 과학적 설명과 섞어서 구사하기 때문에 과학적 부분의 설명력을 흐리는 점은 아쉽다. 저자의 문학적 소양을 과시하면서 과학적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저자 본인은 만족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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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Marmot. 2004. The Status Syndrome: How social standing affects our health and longevity. Henry Holt & Co. 271 pages.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건강 수준이 안좋다거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은 가끔씩 신문에 보도된다. 사실 사람들은 주변 경험으로부터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수명의 차이는 인간의 도덕성에 위배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사람들간 건강 불평등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최근까지 반세기 동안 계속하여 진행한 연구인 '화이트홀 연구'(Whitehall study)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화이트홀'이란 영국 런던에 정부 청사가 밀집한 지역의 이름인데, 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왜 건강 수준이 직급에 따라 차이가 나는지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없을 정도로 결핍한 상태라면 물질적 수준이 향상되면 건강 수준이 향상된다. 그러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된 단계를 넘어서 사람들의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전자의 차이나 음식이나 생활습관의 차이를 원인으로 흔히 거론하는데, 저자는 조직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하위 집단은 바로 위의 상급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 낮으며, 중간 지위 집단은 그보다 바로 상위의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 낮으며 일찍 죽는다. 즉 위계 조직에서 상대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과 수명이 정확히 비례관계이다. 일반적으로 건강 수준이나 수명을 따질 때에는 건강이 안좋은 사람과 오래 사는 사람, 즉 건강 수준에서 양극단의 사례를 거론하는데, 저자는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 즉 위계적 조직이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 정부의 관료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물질적인 기본 욕구는 모두 충족했다. 그에 따르면 위계 내에서의 상대적 지위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상대적 지위가 낮을 수록 일의 자율성 및 결정에 참여하는 정도는 떨어지는 반면,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율성과 참여 정도는 높아진다.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여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에 더하여 자율성과 참여의 정도에 따라 건강이 영향을 받는 관계가 단순히 최하위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의 관료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위계적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직접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조정할 수있는 정도는 사회적 지위에 좌우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자신의 삶과 주변을 자신의 의지 대로 조정할 수있는 능력이 커지는 반면, 지위가 낮을 수록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힘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높을 수록, 조직의 위계적 성격이 뚜렷할수록 지위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는 정도도 커진다. 북유럽 국가들이 그들보다 소득이 높은 미국보다 건강수준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 수준의 차이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한 책이므로 아무리 일반 독자에게 다가가도록 쉽게 썼다고 해도 평이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평생의 연구 결과 얻은 핵심을 일반인에게 전달하겠다는, 그래서 사회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 느껴진다. 건강 수준의 격차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를 풍부하게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한걸음씩 펼쳐가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가 젊은 연구자였을 때 화이트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접한 뜻밖에 발견이 그의 이후의 일생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말이 다가온다. 마치 퀴리부인이 우연히 방사능을 발견한 것이 그녀의 이후의 일생을 결정했던 사례가 사회과학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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