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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개발'에 해당되는 글 1건
2019. 10. 18. 13:50

Don Norman. 2013.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Basic Books. 298 pages.

인지심리학을 응용한 산업디자인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가 산업 디자인의 기본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물건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잘 못한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인간의 심리적 속성을 무시하고 이것에 어긋나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심리 속성에 잘 맞고 사용하기 편하도록 만든다는 원칙을 인간 중심 디자인 Human Centered Design 이라고 하며, 이것이 모든 디자인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인간과 물건이 서로 잘 소통하면서 인간의 의도에 맞게 물건이 잘 반응하고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단순한 일을 반복해서 하는 데 쉬 실증을 내고 실수하며,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힘들어 하며, 여러 숫자나 정보를 기억하는 데 한계가 크다. 만일 물건이 이러한 것을 사용자에게 요구한다면 사용자는 실수와 좌절하는 느낌을 거듭 받을 것이다. 기계는 반복적이고 논리적인 업무를 잘 수행하는 반면, 인간은 변화나 창의적인 생각하는 내는데 능하다.  인간과 기계가 서로 협업을 하면서 서로 잘하는 부분을 보완한다면 업무 수행 능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인간이 머리 속에 단기에 기억하는 용량이 매우 작기 때문에 인간이 필요한 정보를 모두 기억하여 물건을 사용하도록 설계해서는 안된다. 사용자가 많은 것을 기억해서 조작하도록 하면 실수를 하며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인간이 기억해야 하는 부분은 가급적 최소화 단순화하는 대신, 물건 속에 필요한 정보가 가급적 많이 녹아 있도록 해서, 물건이 사용자의 의도에 맞추어 알아서 작동하도록 설계 한다.

일단 어떤 물건이 사람들에게 익숙해지면 비록 그것이 효율성에 약점이 있다해도 계속 수용되는 관성을 갖는다. 소비자들은 매우 새로운 것에 거부감을 가지므로, 이러한 관성은 깨기 어려우며, 변화는 점진적으로만 이루어진다. 과거에 그 물건이 개발될 때는 어떤 기능이 효율적이었더라도, 이후에 상황이 바뀌면 이것이 비효율적이 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데서 얻는 이득이 기존에 익숙한 것을 버리는 비용보다 많을 때에만 새로운 것을 수용하기에 변화는 서서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물건을 개발할 때는 두개의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사용자가 어떤 욕구를 갖는지 파악하는 단계이며, 두번째는 그 욕구를 어떻게 물건이나 서비스로 적절히 구현해 낼지이다. 사용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길은 실제 기존에 유사한 물건이 사용되고 있는 현장에서 참여 관찰을 하면서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를 파악해야 하며, 일단 신제품 개발의 대상이 될 소비자 욕구를 확정지은 다음에는 신제품에 대한 브레인 스토밍 단계를 거쳐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 한뒤 개선하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야만 제대로 된 물건이 만들어진다. 책상에 앉아서 소비자의 욕구를 추정하고 물건을 설계하여 시장에 내놓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신제품 개발의 현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쓰임새(usability)만을 고려하여 소비자가 쓰기에 좋도록 최선의 물건을 만든다는 원칙을 지킬 수 없다. 예산과 납기의 제한 속에서 신제품 개발이 이루어지며, 팔리는 것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은 소비자의 사용 가치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소비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용을 방해하기 까지 하는 새로운 기능이 들어가는데, 이는 경쟁업체를 의식해 구매를 자극하기 위한 목적에서 그리되는 것이다.

업무 현장에서는 원칙대로 하면 일이 수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안전장치나 안전 절차를 많이 만들어 놓아도 이 안전 장치를 모두 지키면서 하면 일이 완수되지 않기에 일부러 안전 장치나 절치를 무시하고 일을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일이 잘 못되면 그렇게 한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일이 잘 못되었을 때, 일을 한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그릇되다. 일이 잘 못되는 근본 원인은 일을 그렇게 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러 원인이 중첩되어 일이 잘 못되기때문이다. 일이 잘못될 때 담당자를 문책하기보다 담당자가 그렇게 일을 하도록 만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근본 원인을 찾으려 하지 않고 담당자만을 문책하고 덮어버리면, 뒤에 그 일을 맡은 사람이 또 유사한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왜냐하면 물건 혹은 일 자체가 담당자의 잘못을 유도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설사 일을 잘못한 담당자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일이 잘 설계되어 있다면 그가 그렇게 잘못하지 않았을 것이기에, 근본 원인을 사람에게 귀착시키는 것은 그릇되다.

저자는 산업디자인 분야의 학자에서 출발하여 산업 현장의 디자인 전문가로 활동하고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러한 자신의 성향에 맞게 이 책은 디자인 이론과 산업 현장에서 전개되는 비즈니스 현실을 융합하여 어떻게 산업 디자인을 할 것인가 라는 실천적 질문에 답한다.  쉽게 쓰여져 있고 사례를 들며 설명하여 그의 논지가 빠르게 다가온다. 한국을 긍정적으로 여러번 언급하는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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