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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사'에 해당되는 글 3건
2023. 11. 10. 12:25

John Lewis Gaddis. 2018. On Grand Strategy. Penguin Books. 313 pages.

저자는 냉전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이책은 그의 방대한 역사 지식과 독서를 배경으로 하여 지도자와 정치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예일대에서 같은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강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로마시대에 옥타비안이 황제가 되는 과정, 영국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통치 방식 비교, 히틀러와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벌,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헌법 개정, 러시아의 일차대전 참전과 공산주의 혁명, 등 서구의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된다.

지도자는 여우와 고슴도치 fox and hedgehog 라는 두 유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여우는 디테일에 강하며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움직이는 유형인 반면, 고슴도치는 한가지의 큰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복잡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가지의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면 낭패하기 쉽다. 그렇다고 예상되는 모든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하여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이 두가지 성향을 동시에 품고서,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두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가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패턴을 암기하고 따를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검토하는 훈련을 통해 양성할 수 있다. 마치 운동선수가 코치의 지도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이러한 능력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페르시아의 황제는 그리스 침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그의 참모의 조언을 무시하였다. 그는 예상되는 어려움을 모두 고려한다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침공을 결행하였다. 예상대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여 결국 패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고슴도치 유형의 지도자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이다.

로마시대에 시저 황제의 양자였던 옥타비안은 시저가 죽은 다음, 그가 왕위를 물려받도록 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바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당시 강자였던 앤토니 및 시세로와 권력을 나누는 선택을 하였다. 이후 서서히 힘을 키워서 하나씩 강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며, 오랜 재임 기간 동안 훌륭한 통치를 한 황제로 기억되었다.

영국과 스페인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통치 방식이 달랐다. 영국은 식민지의 지역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통치 방식을 택한 반면, 스페인은 식민지 모국의 정책을 식민지 전체에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통치 방식을 택하였다. 영국의 식민지는 종교의 다양성을 허용한 반면, 스페인은 카톨릭의 엄격한 원칙을 식민지 사람들 모두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식민지와 모국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영국의 식민지는 공화정이라는 유연한 정치체제로 통일되고 안정된 독립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반면, 스페인의 식민지는 지역의 독립된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서로 분열하였으며 각자 독립한 이후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었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은 전쟁 초기에 승리가 계속되면서 오만해져서, 자신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로 무리한 정벌을 감행한 결과 크게 실패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지도자가 국가의 권력을 자기의 개인적 야망을 만족시키는데 사용하면 결국 몰락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지도자는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선언을 하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헌법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원들을 매수하고 위협하는 수단도 불사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라는 장기적이고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고슴도치 형의 추진력과 여우 형의 교활함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제일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은 러시아를 전쟁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독일의 침공을 억제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결국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출현한 공산주의 러시아는 서방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였다. 영국의 러시아 참전 독려는 근시안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집필되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인용되며, 곳곳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사례와 인물을 인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서술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서술이 산만하고, 때로는 견강부회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20. 7. 28. 21:56

김봉중. 2006. 카우보이들의 외교사. 푸른역사. 447쪽.

저자는 미국사를 전공한 학자로, 1776년 미국의 건국에서 2001년 9.11 사태까지 미국 외교의 역사를 서술한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와싱턴은 퇴임하면서, 미국이 유럽의 정치사에 간여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이후 미국의 고립, 중립주의 정책은 미국 외교의 기본 원칙이 되었다.

미국의 고립주의 외교는 유럽의 정치사에 대해서만 적용되었을 뿐, 아메리카 대륙에 대해서까지 미국이 간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823년 먼로 대통령은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의 일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선언, 먼로 독트린을 발표한다. 아메리카 대륙은 미국의 앞마당이니 유럽 열강들이 탐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19세기는 미국이 서부로 개척하는데 몰두하였으므로 유럽 열강과 달리 해외에 식민지를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지 않았다. 그래도 1846년에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미국의 남서부를 빼앗고, 1898년 스페인과 전쟁을 통해, 쿠바, 푸에르토리코, 필리핀, 괌을 빼앗았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미국의 팽창과 힘의 외교를 주장한 대표적인 대통령이다. 그는 중남미 국가들이 질서와 안정을 보이지 않으면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한편 학자 출신 대통령인 우드로우 윌슨은 이상주의 외교를 추구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공개적이며 규범에 따른 국제관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국제 연맹을 제창했다. 그러나 그 역시 미국의 이익이 간여된 곳, 예컨대 멕시코나 동아시아에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망한 후, 미국은 더이상 고립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트루만 대통령은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기 위해 그리스와 터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의 트루만 독트린을 발표했다. 반공을 기치로 하여, 공산주의의 위협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미국이 출동하여 막겠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미국의 반공 히스테리에 기인한 개입 정책은 제삼세계의 독재정권들을 지지하여 원성을 샀으며, 결국 베트남 전쟁에서 비참한 패배로 파국을 맞았다. 1990년 소련의 몰락으로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공산주의의 확장을 막는 미국의 역할은 사라졌으나, 2001년 9.11 테러가 벌어지면서 미국은 다시 국제문제로 끌려들어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저자는 미국의 외교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주제를 다루는 여유를 보인다. 논의에 심도가 있고, 관련된 주요 학술 논쟁을 비교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미국 외교의 원칙과 관련한 이상주의 대 현실주의 논쟁에 대해, 저자는 양비론을 편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국민 여론의 향방에 따라 움직여 왔음으로, 어느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이상주의나 현실주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상주의 외교도 현실주의 외교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미국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기치로 하는 이상주의 외교는 미국의 국익에 기여하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이었지,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 대상이나 맞지 않는 시기에는 그런 외교를 펴지 않았다. 소프트 파워를 행사하는 전략 역시 힘의 정치이다. 오래 전에 이책을 읽었고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읽었는데, 역시 잘 쓴 책이다.

2020. 7. 25. 12:30

Henry Kissinger. 2014. World Order. Penguin books. 374 pages.

정치학 교수로 였으며 미국의 국무부 장관을 지낸 저자가 서구의 외교사를 서술한다. 유럽의 국가들은 17세기 초반 삼십년 전쟁으로 피폐해진 다음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으로 국제관계의 규범을 만들었다. 이후 서구 국가들 사이의 관계에서 지금까지도 통용되고 있는 웨스트팔리아 체제를 요약면 다음과 같다. 웨스트팔리아 체제는 종교와 세속 정치를 구분한다. 각 나라는 서로의 국가 주권을 존중하고, 서로를 대등하게 대우하며, 기존의 국경을 인정하고, 서로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유럽의 국가들은 서로간 합종 연횡을 통해 세력 균형을 유지하면서 각 나라의 주권을 존중하는 이 체제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이 체제가 훼손되었을 때 전쟁이 일어났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사이에 유지되던 세력 균형이 통일 독일의 부상으로 깨지면서 1차,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웨스트팔리아 체제는 서구에서 오랫동안 국가들간에 관계를 조율하는 유효한 장치였다. 어떤 제도가 국가들의 상위에 군림하여 전체의 질서를 관리하는 방식, 즉 세계의 경찰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가들 간 세력 균형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 이외에 평화를 유지하는 길은 없다. 이 체제를 따르면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가의 힘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전체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제의 적과 손을 맞잡고 새로 부상하는 나라를 견제해야 한다. 이 체제에서는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어떠한 이념이나 이상이 없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기준도 없다. 오로지 서로간에 냉정한 힘의 평가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국가들 사이에 '현실주의 정치'(Realpolitik), '힘의 정치'(Power politics)만이 있을 뿐이다. 

한편,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이슬람교가 지배하는 국제 질서가 자리잡았다. 이슬람 지역은 종교와 정치가 하나로 합일되어 있다. 이슬람교는 세계를 이분법, 즉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과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지역으로 구분한다.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지역은 앞으로 정복을 통해 이슬람교를 믿도록 해야 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은 하나의 원리로 통치되므로 지역간 구분이 중요치 않다. 오스만 터키 제국은 동서로는 스페인에서 북아프리카를 거쳐 아프가니스탄까지, 남북으로는 이집트에서 이란과 터키를 거쳐 발칸반도까지 거대한 단일 제국을 건설하였다. 이 대제국에는 유럽에서와 달리 국가간 상호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다이나믹이 없었으므로,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와 경제가 정체되고 낙후하였다. 결국 제1차 세계대전 후 여러 지역으로 쪼개져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중국은 세계를 천황의 지배하에 있는 단일 세계로 인식한다. 유교는 이 세계를 지탱하는 이념이다. 이 세계의 중심에 중국이 있고, 변방에는 중국에 조공을 바치고 군신관계를 맺은 나라들이 있다. 중국이 볼 때 변방의 나라들은 모두가 중국 문명보다 못한 오랑캐들이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문화와 제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했으므로, 주변국이나 이방과 관계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변국 중 중국을 침략한 나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중국에 동화되었다. 예컨대 몽고는 중국을 침략하여 원나라를 세웠으며 만주족은 청나라를 세웠다. 서구에서는 국가들 사이에 웨스트팔리아 체제라는 수평적 질서가 지배했음에 비해, 아시아 나라들 사이에서는 중국을 가장 정점으로 하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자리잡았다. 17세기에 서구의 나라들이 중국에 문호 개방을 요구했을 때, 중국은 이들을 오랑캐로 취급하고, 중국의 체제에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여 쇄국정책을 고수하였다. 결국 강제로 문호가 개방되고, 서구의 문물을 일찌감치 수입하여 발전한 일본에 국토가 유린되는 수모를 겪었다.

미국은 20세기초 제 1차 대전에 참전하기 직전까지 유럽에 대해 고립주의 혹은 중립주의 외교 정책을 취하였다. 유럽의 열강들과 대양으로 구분되어 있고, 19세기말까지 서부를 개척하는 일에 몰두했으므로, 유럽의 국가들과 달리 국가의 안위를 위해 이웃 나라와의 관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이익이 직접적으로 걸린 경우 힘을 행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19세기 초 유럽 나라들에게 아메리카 대륙에 간여하지 말라는 먼로 독트린을 선언했으며, 19세기 말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으면 미국이 개입하여 바로잡을 수있다고 선언하였다. 이웃 나라 멕시코와 전쟁을 벌여 남서부를 빼앗았으며, 하와이를 점령했고, 스페인과 전쟁을 벌여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쿠바 등을 미국의 식민지 내지 준식민지로 만들었다.

미국은 이념으로 뭉친 나라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의 조상으로부터 국가의 정통성을 이끌어낼 수 없다. 미국은 유럽의 봉건 질서를 부정하면서 만들어진 나라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신분제도나 종교의 지배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건국 이념으로 건립되었다. 국가간의 관계에도 이러한 미국의 이념을 전파하려 한다. 미국은 유럽의 현실주의 정치를 따르려 하지 않는다. 국가들 간 관계에서 개별 국가의 이익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가치 기준이 있다고 믿는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고 대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는 나라의 주권은 존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대등한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이념은 인류가 모두 지켜야 할 보편적 원칙이라고 굳게 믿으므로, 궁극적으로 모든 나라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전승국이 된 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은 이러한 미국의 이상주의를 국제관계의 규범으로 만들려 했다. '국제 연맹'(League of Nations)이 그것인데, 이 기구는 미국의 의회에서 조차 인준되지 못하였고, 무엇보다 국제 규범을 위반하였을 때 이를 강제할 조치가 없었으므로 국제 평화를 지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 2차 대전으로 유럽이 몰락한 후, 미국은 자신의 뜻대로 세계 질서를 만들고 강제할 수 있는, 세계 경찰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UN, IMF, World Bank 등이 그 산물이다. 냉전체제에서 소련과 경쟁을 벌이면서 미국은 미국의 이념을 전파하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하여 현실주의 정치, 공작정치를 병행하였다. 제삼 세계에서 국민을 탄압하는 독재자를 옹호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시키고, 반군을 부추겨 콜럼비아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빼앗아내고, 자주 민족적 독립을 저지하는 베트남 전쟁을 벌였다. 2차 대전후 미국의 국제관계는 공도 많지만 과실도 많다. 미국 덕분에 유럽과 일본이 다시 부상하였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루었다. 반면 미국의 간섭 때문에 중남미와 중동은 계속 정정이 불안하고 발전이 지체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키신저는 21세기에 미국은 전환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와 같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기에는 힘에 부치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대신해 국제 질서를 주도해 나아갈 존재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마지 못해 세계의 여러 문제에 간여하지만, 점차 개입의 범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단일 유럽이나 중국이 부상하면서 다자간의 관계, 즉 오랫동안 서구의 국제관계를 지배한 웨스트팔리아 체제가 다시 자리잡을 것이다.

이 책은 키신저의 경륜이 배어 있는 책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그러나 노년에 써서 그런지 분석의 예리함보다는 주마간산 식으로 전반적인 흐름을 해설하는데 머무르고 있다. 서구의 역사를 서술하는 부분은 그래도 깊이가 있지만, 아시아에 대한 서술은 피상적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주어로 하는 문장을 구사하기에 말하는 내용이 바로 다가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저자의 명성만큼 그렇게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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