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hijit V. Banerjee and Esther Duflo. 2019. 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Public Affairs. 326 pages.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저자가 오늘날 세계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경제학의 해결책을 체계적이며 비판적으로 정리한 책. 이민, 무역, 차별과 빈곤, 성장, 환경, 불평등, 정책적 개입, 복지 등 각 영역의 주요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논쟁을 검토하면서,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고 어떤 대응이 가장 효과적일지 논의한다.
이민자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고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민자들이 맡는 일자리는 기존 노동자들이 맡기를 꺼려한다. 이민자들이 맡는 일과 그들의 소비 덕분에 기존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민자는 모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다. 이민자는 경제에 활력을 주며 혁신을 촉진한다. 이민자들이 경제적으로 플러스 요인임에도 사람들이 이민자의 유입을 반대하는 것은 비경제적 비합리적인 이유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흡사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정이 안 좋은 경우 국외자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린다. 미국의 중하층 백인의 사정이 안좋기에 이들이 주로 이민자를 배격하며, 덕분에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당선되었다. 이민자는 미국 경제가 안좋거나 일을 찾을 가능성이 적으면 스스로 오지 않으므로, 과도하게 이민을 제한하는 것은 미국 경제에 해를 입히는 조치이다.
리카도의 비교우위 가설은 무역에 종사하는 쌍방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무역의 혜택은 모두에게 고루가지 않는다. 각국 내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중국과 무역이 늘면서 교육수준이 낮은 미국의 생산직 노동자는 패자가 되었다. 실질 임금이 하락하며, 일자리를 잃고 실업과 좌절 속에서 기대수명이 줄었다. 반면 교육수준이 높은 근로자들은 높은 부가가치의 산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소득이 증가하였다. 지난 사십년간 최고위 1%의 사람들이 성장의 과실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이들은 주로 금융분야에 종사하거나 다국적 기업의 최고경영자이다. 무역으로 얻은 이익의 일부는 무역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도록 활용해야 한다. 생산성이 높은 분야로 이전할수 있도록 직업훈련, 실업수당, 이사 지원, 직업 알선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에 훨씬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들이 보람을 느낄 수있는 일자리로 이전하도록 지원을 장기적이고 실질적으로 해야 한다.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은 자신이 일생 종사한 직업과 일생 살던 곳을 떠나 직업 훈련을 통해 새로운 직업과 장소로 이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이들을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이들이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경쟁 원리를 따를 때 차별은 저절로 해소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익 계산만을 좆아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선호가 감정적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비중이 적지 않다. 미국이나 인도의 소수자 우대 정책은 소수자가 시장에서 처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장치로 효과적이다. 정부의 개입에 의해 사람들의 선호를 공정한 방향으로 바꾸어 나아 갈 수 있다.
빈곤은 물리적인 절대적인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도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하고, 삶의 권태로부터 벗어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욕구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빈곤자의 인간적인 욕구를 무시하고 그들을 물리적으로만 구제하려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1970년대 중반 이래 둔화되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을 개발도상국에 넘기고 금융과 서비스업 분야로 중심을 이동하였다. 중국의 경제는 1979년 개방이래 근래까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였지만, 선진국을 따라잡는 거리가 좁혀질수록 성장율은 둔화될 것이다. 생산성을 증대하는 길은 기술 발전도 있지만, 기존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그못지 않게 중요하다. 비합리적인 이유로 인해 사람들은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본과 노동을 배치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일수록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치가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자동화가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줄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기술 발달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여하간 자동화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사람을 생산적인 다른 지역의 다른 일자리로 이전시키도록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펴야 한다.
온난화의 영향은 모든 나라에 동일하지 않다. 서늘한 지역에 사는 선진국 사람보다 더운 지역에 사는 개발도상국 사람에게 피해는 훨씬 크다. 선진국 사람들이 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현재도 그러한데, 피해는 주로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 인도와 같은 나라는 이산화탄소 규제를 반대해 왔지만, 이 나라에서 대기 오염이 심각해 지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에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탄소세와 같은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차대전 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모든 계층에 성장의 과실이 돌아갔지만, 1980년대 이후의 성장은 과실이 최상위의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영국에서 심한 반면, 유럽 대륙 국가들에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미국의 부자들은 정치를 포섭하여 자신들의 축재가 계속되도록 정책을 유도하였다. 최상위 소득자에게 축재가 계속되는 것을 막기위해 최고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한다. 현재 미국은 30%의 최고 세율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1970년대 처럼 70%로 하면 엄청난 소득을 거두려는 압력이 사라질 것이다. 또한 1~2%의 부유세를 거둔다면, 재산의 증식분을 재투자함으로서 세금을 회피하는 현재의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다. 부자들은 돈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므로 세금을 더 많이 낸다고 하여 지금보다 덜 열심히 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불평등이 확대되면 사회적 불만과 갈등이 고조되므로, 부자들의 힘으로 불평등이 확대되는 지금의 추세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그대로 방치하면 부자들에게 불행한 방식으로 사정이 돌아갈 것이다.
미국인은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지만,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성격의 문제에 대해 정부의 개입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정부에게 자원의 분배를 맡기면 부패와 비효율을 염려하지만, 민간의 자원 분배의 기능에도 비효율이 많다. 정부는 절대적인 악이고 시장은 절대적인 선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무역과 기술 발달으로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발생하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치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효율적으로 재배치되도록 도와야 한다.
복지 지원은 수혜자의 의존성을 높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복지 지원 여부에 관계없이 실업자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 가난한 사람의 이성과 의지를 불신하여 그들의 의사결정권을 뺏는 방식으로 설계된 복지 지원은 비효율적이다. 가난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들 가장 잘 알기에 현금 지원을 가장 잘 처리할 수있다. 보편적 기본소득 제도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효과가 없다. 선진국에서 실업자는 물리적 생존이 아니라 인간적 자존심을 가져다주는 '일'을 원한다. 비용이 더 많이 들지라도 그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가져다 주는 방향으로 복지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그들이 아동 돌보기, 노인 및 병약자 돌보기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맡도록 제안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인간적인 보람을 주는 노동이며, 고도의 장기적 기술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기계가 대신할 수 없으며, 수요가 증가하는 서비스이다.
결론으로, 사람들의 경제 행위는 합리적 이익추구 모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나이가 많이 든 실업자에게 직업훈련을 통해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가난한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물리적 욕구만을 충족하도록 지원하는 방식 역시 효과적이지 않다. 그들의 인간적인 측면, 자존심, 삶의 의미와 보람 등을 고려한 경제적 조치만이 효과를 발휘한다.
이 책은 근래에 논쟁이 되는 대부분의 문제를 건드린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들이 어떤 방안을 제시하는지 체계적으로 섭렵할 수 있다. 저자가 미국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인도인과 프랑스인- 미국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적 관점, 특히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선진국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엄청난 리서치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대단한 책이다. 그들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그들의 목소리로 하는 강의를 듣는 듯하며,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헌신하는 사람의 사명감과 열정이 느껴지며, 기존 경제학자의 주장을 비교하고 비판하는 데에서 학자로서 그들의 솔직함과 겸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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