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430)
복숭아나무 (1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치료'에 해당되는 글 2건
2025. 2. 28. 11:39

Jeorme Groopman. 2007. How Doctors Think. Houghton Mifflin Co. 262 pages.

저자는 에이즈와 암치료 전문의이며, 이 책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문제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토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는,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에 대해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추론을 해가는 과정이다. 의학적 지식의 한계도 있지만, 그보다는 증상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의사의 그릇된 사고 과정 때문에 잘못 진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를 처음 마주하면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병리의 유형 pattern 을 확정한다. 80~85%의 경우에 이렇게 확정한 것이 올바른 진단이지만, 15~20%는 잘못된 진단이다. 인간의 생리현상은 전형적인 유형에 들어맞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은 자신이 처음에 설정한 유형을 고수하는 성향이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도 처음의 진단을 계속 유지하면서 유사한 치료과정을 반복한다. 의사들이 잘못 진단하는 원인의 일부는, 인간에게 보편적인 인지적 한계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지적하는,  framing, anchoring, availability, 등의 인지적 편향이 의사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의료 개입을 하면서 원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전적으로 의사의 사고 과정에 의존한다. 의사가 생각하는 방식이 그릇되다면, 아무리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동원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사의 경험과 자기비판적인 성찰이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라는 외부 압력 속에서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병원, 제약회사, 의료 기기회사의 상업적인 압력으로부터 많은 의사들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개입 invasive treatment 으로 피해를 보고나서, 현재의 의료 기술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개입하는 접근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저자 본인이 허리통증으로 인해 척추 수술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수술이 필요치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내과 전문의인데, 같은 증상에 대해서도 외과에서는 수술을 선호하는 관행을 비판한다. 의료의 각 하위 분야마다 동일한 증상에 대해 자신들이 선호하는 개입 방법이 있는데, 의료인들 내에서도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의학적인 개입을 통해 완치된다는 환상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인간의 몸은 복잡한 기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고도의 의학적 개입을 한다고 해도 아프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문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의학적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두고보는 watch and see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은 의학적 접근이다.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상하면서 선제적으로 의학적 개입을 하는 것, 노화에 따른 기능 약화에 대해 의학적 개입으로 기능 강화를 노리는 행위 등을 경계한다. 의학적 개입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미미하다면 의학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예컨대 유방암 검진이나, 전립선암 검진 등 많은 검진들은 이로인해 개선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의학계에서 논란이 크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치료 경험과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 느껴진다. 각 장을 흥미있는 임상 사례로 시작하면서, 전문적인 영역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의 글쓰는 솜씨가 좋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에 관한 모든 것  (0) 2025.03.10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감정의 힘  (0) 2025.02.20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0) 2025.02.17
소리의 세계  (0) 2025.02.08
2022. 3. 3. 16:52

Siddhartha Mukherjee. 2010. The Emperor of all maladies: A Biography of Cancer. Scribner. 470 pages.

저자는 암전문의학자이며, 이 책은 인류가 암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역정을 서술한다. 암을 둘러싼 과학적 연구와 의학지식의 발전 과정을 비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자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암은 서기 2500년전 이집트의 기록에도 나올만큼 인류와 함께 한 병이다. 근래에 인간의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사망원인의 선두를 달리게 되었다. 암은 나이가 들면서, 특히 55세 이후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1800년대 전반까지 암에 대한 치료법은 사실상 전무하였다.

암에 대한 치료의 시작은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적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19세기 중반 마취가 도입되기 이전, 19세기 후반 세균의 존재가 확인되기 전부터 종양을 외과적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가 이루어졌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술로 제거하는 부위를 확대하여 암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하였으나 암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

19세기 후반 방사능이 발견되고, 방사선에 노출될 때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방사선으로 신체 내부의 종양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보급되었다. 강력한 방사선에 종양을 노출시켜 태워 없애는 방사선 치료가 시행되었다.

20세기 중반에는 독성물질로 암세포를 죽이는 화학 요법이 확대되었다. 미국에서 1950년대 무렵부터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암을 치료하는 기적의 약을 찾으려는 노력이 전사회적으로 벌어졌다. 국립 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가 설립되고, 암 연구를 위한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을 뒷받침하는 법이 제정되고, 암을 퇴치하려는 사회운동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다양한 독성물질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곧 한계에 부딛쳤다. 암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가 없었기 때문에, 암 치료법을 찾는 것은 상대를 알지 못하면서 공격하는 것이었다. 독성물질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분하지 못했으므로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도 무차별하게 함께 죽였다. 독성을 강화해서 암세포를 박멸하려는 노력은, 살아남은 암세포가 타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1970년대에 화학요법이 광범위하게 시행되었으나, 이러한 방법으로 암을 치료하거나 암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는 미미하였다.

화학 요법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암을 예방하는 노력에 관심이 높아졌다. 인류의 질병 퇴치 역사는 병에 걸린 사람을 고치는 것보다는 위생환경의 개선이나 백신 등으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을 통해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암 치료에도 적용하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암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한 발견이 이어졌다. 굴뚝 청소부의 음낭에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석면을 다루는 노동자에게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에게서 간암이 많이 발생하고, 위장내의 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속속 발혀졌다. 특히 흡연자에게서 폐암이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역학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담배회사와의 법정 싸움이 벌어졌다. 담배회사들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결국 담배가 암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였으며, 이후 흡연을 경고하고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벌어졌다. 유방 및 자궁 경부의 정기검사를 통해 유방암과 자궁암을 예방하는 노력은, 55세 이후의 고령층에게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0년대 무렵부터 서서히 암의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과학적 발견이 이어졌다. 암은 돌연변이한 유전자가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 유전자는 일반 세포의 두가지 기능, 즉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기능과 세포의 증식을 제어하는 기능의 양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암 유전자는 세포 증식을 무한히 계속하며, 세포 증식의 통제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세포가 무한히 증식하여 덩어리를 이루는 것이다. 또한 암 유전자와 그것의 작동 방식은 단일한 유형이 아니라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오랜 기간동안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누적된 결과, 마침내 암으로 발전하게 된다. 암은 수년 동안의 변이가 아니라 수십년간의 변이가 축적된 결과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몸속 어딘가에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품고 있다.

일부 종류의 암에 대해 특정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일부 종류의 유방암 세포, 일부 종류의 혈액암 세포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독성물질이 개발되면서, 과거에 무차별적인 독성물질의 부작용을 제거한 화학요법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일부 암세포의 유전자와 결합하여 그 유전자의 세포 증식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약물도 개발되었다.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결합하고, 암의 유전자 활성화를 막는 약물까지 더해지면서 암 치료의 성공율은 높아졌다. 특히 혈우병과 유방암 치료에서 성공이 두드러졌다.

암 세포로 돌연변이할 가능성이 높은 유전인자에 대한 발견도 이어졌다. 특정 유전자를 보유한 가족의 여성들에게서 유방 암 발병 확율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여성들은 사전적으로 유방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암 유전자의 활성화를 막는 약물을 사전에 복용하는 조치가 권장되었다.

암에 대한 치료가 근래에 빠르게 발전하기는 하지만, 암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암은 정상 세포의 분열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이이므로, 인간이 정상적인 생명활동을 하는 한 돌연변이의 암세포가 출현할 가능성이 항존한다. 암 세포를 치료하려는 다양한 노력은 그에 맞추어 돌연변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새로운 암 세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암 세포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암 세포의 변이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치료 방법을 개발하면서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연장하는 것이 최선의 암 치료이다.   

이 책은 과학적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잘 그리고 있다. 기존의 이론에 대한 의문과 도전이 왜, 어떻게 전개되며, 우연적인 사건이 의문을 푸는데 어떻게 기여하는지, 끈질긴 추적이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혹은 좌절을 맛보는지, 등등이 차근히 서술된다. 1980년대까지 암의 작용기전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 없이 깜깜한 상태에서, 그야말로 물량공세로 사방을 두드리면서 치료방법을 찾지만, 결국 미미한 성과만을 거둔채 좌절을 맛본 과정이 인상적이다. 암은 1980년대까지 효과가 있는 치료 방법이 없이 사실상 걸리면 죽는 병이 었다. 현재에도 췌장암이나 방광암 등은 치료방법이 없이 사실상 죽는 병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책의 맨 끝에서, 암의 작동 방식에 대해서 여전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암은 어떻게 전이되며, 왜 정상세포과 달리 세포 증식이 무한히 일어나는지, 그결과 수십년이 넘은 암세포가, 숙주는 오래 전에 사망했는데, 실험실 유리관에서 여전히 증식을 계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과학적 논리와 의학적 전문 용어가 많이 등장함에도, 400쪽이 넘는 분량을 흥미진진하게 단번에 읽었다. 이렇게 긴 책을 질리지 않고 읽기는 쉽지 않은데,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가 대단히 훌륭하다. 풀리쳐 상을 받은 작품답다.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