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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2. 21:31

 컴퓨터 회사인 애플을 보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 수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만들지만 기기의 제조는 전적으로 중국에서 한다. 중국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이유는 반드시 싼 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제품 전체의 가치에서 생산 노동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부가가치 제품일수록 크지 않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 산업이 제공하는 강점에 도저히 필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자과 산업체는 배가 불러서 신속한 변화 요구에 민활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중국 노동자와 업체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어 애플의 어떤 요구에도 신속히 대응하여 맞춘다. 신속한 변화는 많은 스트레스를 수반하고 기득이권의 포기를 필요로 하므로 미국의 노동자와 업체가 중국에 필적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미국은 새로운 기술 개발과 혁신으로 중국의 업체와 노동자가 따라올 수 없는 선발의 이익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기술 개발이나 혁신은 고용의 증가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플의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개발은 기기 제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 경제활동이 전지구적으로 전개되면서 이들 상대적으로 작은 수의 엘리트 노동자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보상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중류층을 뒷받침 하던 제조업의 수 많은 일자리는 점차 해외로 이전하면서 사라진다.  

미국에는 애플의 개발자와 같은 고급 근로자와 함께 외국으로 이전할 수 없는 하급 일자리만이 남는다.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애를 보고, 청소하고, 슈퍼마켓에서 진열대를 정돈하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등등. 이러한 일자리는 외국으로 이전할 수 없고 기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이 존재하지만 부가가치가 크지 않으므로 저임금 업종이다.

문제는 과거에 대학교육을 받은 중류층이 담당하던 일마저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도움으로 해외로 속속 이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콜 센터는 물론이고 자료 처리, 고객 관리, 회계처리, 디자인과 리서치에 이르기까지 기업 활동의 거의 전영역이 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화이트칼라 업종 중 컴퓨터가 담당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업무만이 미국에 남는다.

국내에 가까이 있으면 신속히 협의하고 조정할 수는 있으나, 요즈음 업무는 대부분 컴퓨터와 통신망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구지 근접해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강력한 노동 윤리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인도의 젊은이가 미국의 별 볼일 없는 대졸 노동자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섭섭한 일이지만,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보면 훨씬 바람직한 변화이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미국인이 열심히 노력하는 제삼세계의 인재보다 낮은 보상을 받는 것은 정당하다. 모두를 세계 시민의 일원으로 볼 때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터무니 없이 큰 이익을 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미국 사회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가진자와 못가진자간에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인이 숭배하는 가치인 개인주의가 지속되는 한, 능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기회를 얻은 사람과 실패한 사람 사이의 간극은 커질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사회적 간극이 낳는 부작용을 새로운 이민자를 계속 받음으로서 피해가려 할 것이다. 새로운 이민자는 미국 사회의 바닥에서 시작하면서 열심히 일하므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안전판으로 기여해 왔다. 이들이 계속 들어오면 아메리칸 드림은 계속 살아있게 되고, 극심한 불평등에 대한 반발은 어느 정도 완화된다.

미국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면서 불평등이 극심한 냉혹한 사회를 지속할 것이다. 미국인의 마음속에서 “이익을 서로 나누면서 함께 잘 살아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가까운 시일 내에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기미가 보인다. 물론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양이나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같이 능력이 있는 세계의 젊은이들은 미국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있다. 미국은 이러한 세계의 인재들을 흡수하면서 활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화려함 속에서 보통사람들은 허덕이면서 살아가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