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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3. 10. 23:21

매년 1월 말이면 미국 대통령이 상하 양원 합동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이것은 일년에 한번 있는 의례적인 행사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관심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므로 대통령의 연설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 맞추어져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한 지난 삼년간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웠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수렁에 빠져 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엄청난 재정 부담을 안아야 했다. 이 두 개의 전쟁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는 공약을 완전히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여하간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거의 근접한 조치를 취했다. 대외적 성과와는 달리 대내적으로 미국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로 많은 회사가 파산하고 많은 가구가 빛 더미에 올라앉고 실업자가 넘쳐났다. 이러한 위기를 초래한 원인은 과거 공화당 정권의 무절제한 금융규제 완화에 있지만 미국인의 고통에 따른 원성을 오바마 대통령이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그러한 경제위기 덕분에 흑인이면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말이다.

그의 연설의 대부분은 미국의 경제적 어려움 특히 경제적 양극화와 엄청난 실업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바쳐졌다. 마치 대통령이 회사의 세일즈맨인 것처럼 미국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양극화와 중류층 일자리의 감소는 구조적인 변화의 산물이므로 대통령이 기업의 팔을 비튼다고 해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다국적 기업은 미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을 상대로 사업을 하므로 반드시 미국인의 이익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미국 대통령이 이들에게 미국에 더 유리하도록 경영하라고 하는 것이 왠지 구시대적 발상에서 나온 말처럼 들린다. 과연 미국의 대기업 경영자들이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 들을까?

1980년 공화당이 집권한 이래 미국 정치에서 공화당과 민주당간에 분열은 갈수록 심해졌다. 두 정당은 상대방을 반대하기 위해 무모하리만치 완고한 태도를 취함으로서 미국의 정치는 파행을 지속하고 국민의 원성이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그의 화합을 강조하는 연설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고 마침내 대통령에까지 당선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예산 삭감을 둘러싼 의회의 대치에서 보듯이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하여서 까지 오바마 행정부를 곤경에 몰아넣으려는 공화당의 전략을 보면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화합을 거듭 강조하기는 했지만 마치 허공에다 대고 소리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래도 우리나라와 달리 대통령이 집권당을 일방적으로 휘둘러서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몸싸움을 벌이며 반대하는 풍경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서 반대 정당을 설득하려는 열성과 함께, 결국 국민의 여론을 통해 반대 당의 힘을 꺽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신뢰를 읽는다. 확실히 우리나라보다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미국의 대통령이나 국민 모두가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