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다. 아직 몇 달 더 남아 있어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의 공화당은 미국의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어 합리적인 논리보다는 감정으로 미국인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부분이 있으며, 공화당과 미국의 기득권층과의 결합은 매우 공고하기에 선거때 큰 힘을 발휘한다. 돌발 사태가 발생할 때 미국인의 감정에 호소하고 기득권층의 여론조작과 돈의 힘이 작용하여 짧은 시일내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이라 찜찜해 하는 미국인이 많이 있기에 오바마 대통령의 권력 기반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훨씬 취약하다. 2000년과 2004년에 부시 대통령이 당선과 재선될 때 외부인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따지면 그가 그렇게 지지를 획득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우나 그의 스타일과 지지 배경은 미국인에게 상당한 힘으로 작용하였다. 결국 그 반작용으로 흑인인 바락 오바마가 2008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부시에게 주었던 비합리적인 애정과 그가 망쳐 놓은 경제 때문에 다수의 미국인은 정말 하기 힘든 선택을 했던 것이다.
오늘 경향신문에 "미국 대선, 공화당의 한계"라는 제목으로 임원혁(KDI 국제대학원교수) 교수가 쓴 글이 경제적 측면에서 현재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기에 다음에 전문을 소개한다. 그러나 그가 '공화당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지적한 부분은 미국 정치에서 작용하는 '공화당의 괴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에 약간은 한계가 있다.
<미국 대선, 공화당의 한계>, 임원혁, 경향신문 2012년 8월 23일.
오는 11월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다음 주와 그 다음 주에 열린다. 주 단위로 실시되는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주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웹사이트(www.electoral-vote.com)에 따르면, 8월21일 현재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284표,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241표, 무승부는 13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업률이 8%를 상회하여 사회적 불만이 쌓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임자인 오바마 후보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롬니 후보의 개인적인 문제와 미국 공화당의 근본적인 한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전략을 구상할 당시 롬니 후보는 본인이 민간 CEO와 매사추세츠 주지사로서 올린 성과를 내세우면서, 경제·사회·외교 부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저지른 실정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와 같은 대선 전략에 따라 롬니 후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넘고 대규모 부양책이 시행되었음에도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보편적 의료보험을 확립한다는 명분하에 의료보험 매입을 의무화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고, 대외적으로는 외국의 눈치를 보면서 저자세 외교를 구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선 전략은 사실관계에 배치될 뿐 아니라 롬니 후보와 공화당의 행적을 부정적으로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선 롬니 후보가 내세웠던 민간 CEO 경험은 주로 기업 인수·매각에 관한 것으로, 향후 미국 경제를 재건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즉, 사모투자회사에는 좋을지 몰라도 국민경제에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롬니 후보가 현재까지 공개한 납세신고 기록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근로실적이 없는데도 소득이 4200만달러에 달하고, 스위스 은행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실효 세율이 13.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 점령 운동 등을 통해 금융계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불만이 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롬니 후보의 CEO 경력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실관계 차원에서 보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는 공화당 부시 행정부 당시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바 컸고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화당은 재정 정책과 관련하여 딴죽을 걸었기 때문에 현재의 경기 부진을 오바마 행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미 대법원에서 판결한 바와 같이 의료보험 매입 의무 조항은 세금과 마찬가지로 공공정책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으로, 특히 롬니 후보는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재임할 당시 이와 유사한 보편적 의료보험 제도를 선구적으로 도입한 장본인이기 때문에 더욱 할 말이 없다. 외교·안보분야를 봐도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외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사마 빈 라덴 사살까지 감행한 행정부를 허약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처럼 원래 구상한 대선전략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롬니 후보는 하원 예산위원장으로서 작은 정부를 주창하여 보수층의 총애를 받고 있는 폴 라이언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여 지지층을 결집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폴 라이언 의원이 제시한 감세와 재정지출 개혁안은 고소득층에게는 큰 혜택을 주지만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상당한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되어 있어 그 세부 내용이 알려지면 일반 유권자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 즉, 롬니 후보가 본인의 선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잠재적 자충수인 것이다. 이처럼 롬니 후보와 공화당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유로존 위기의 심화 등 돌발변수가 없는 한 2012년 미 대선은 오바마 후보의 승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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