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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30. 09:25
  우리 사회에서도 영어 광풍이 일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상황이 더 심한 것 같다. 모국어보다는 영어를 쓰는 것을 더 자랑스럽게 여기고 심지어는 모국어를 서투르게 하는 것이 영어실력에 대한 과시로 사용되기까지 한다니. 우리나라에서도 거리를 가다가 가끔씩 아이들이 영어로 서로 의사소통하는 광경을 지나치는 데,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영어로 밥을 먹고 살지만,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외국인으로서 실용적인 용도에서이다. 그러나 현실은 영어 구사력이 실용적인 용도를 넘어서서 지위의 상징으로 기여하기도 한다. 대체로 국제적인 업무를 하는 직업은 보수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으므로 영어 구사력과 사회적 지위가 함께 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국어를 잘 못하면서 영어를 잘 하는 것을 더 높이 쳐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영어를 잘 못하는 주변 한국인에 대해서는 콧대를 세울 수있는 수단일지 모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서는 이방인이 자신들을 모방하는 아류 정도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국제화되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영어권 국가의 이등 시민 쯤으로 인정되기를 기대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약소국의 시민으로 태어나 강대국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과 거래를 통해 자신의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어쩔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모국의 언어도 배우면서 강대국의 언어를 동시에 익혀야 하는 힘든 운명을 타고 났다. 미국인은 외국말을 전혀 배우지 않고도 잘 살아갈 수있는데 말이다. 미국의 지도자가 외국어를 하는 것을 본적이 없으나 한국의 지도자가 외국에 나가 힘들게 영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접할 때 마다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듯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낀다.

  그러나 강대국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말을 잊어버린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일이며, 장기적으로는 그 나라의 이등 시민으로 편입되는 길이다.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나라에서 주변사람들보다 상위의 지위를 획득하는 길이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어릴때부터 미국으로 자식을 유학보내고 혹은 외국인 학교에 보내면서 한국말 보다 영어를 더 유창하게 하도록 하는 전략이 그릇된 방식은 아닌듯하다. 단지 성공 목표가 너무 낮으며 주변 사람들을 주눅들게 하는  하류의 전략이라는 것만 빼놓으면 말이다. 그렇게는 큰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자신만 잘먹고 잘사는 성공한 사람을 양성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으로 넘쳐난다면 살기 힘든 사회가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내 자식은 상대적으로 잘먹고 잘산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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