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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8. 14. 15:52

Valclav Smil. 2022. How the World Really Works; The Science behind how we got here and where we're going. Penguin Books. 229 pages. 

저자는 에너지를 전공한 과학자이며, 이 책은 현대의 물질 문명이 작동하는 핵심 원리와 과정을 과학적 기술적 지식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현대 물질 문명의 기초인 에너지, 인간 생존의 기초인 식량, 현대 물질 문명을 구성하는 네 가지의 핵심 물질 (철, 시멘트, 암모니아, 플라스틱) 에 책의 대부분을 할애 한다. 이외에 세계화, 위험 risk, 환경 및 기후 변화에 관해 설명한다. 

인류가 생물 에너지 biomass 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단계로부터 산업혁명을 계기로 벗어난 이후, 현대 물질 문명은 석탄, 원유, 가스와 같은 탄화수소 화합물에 크게 의존해 살아간다. 전체 소요 에너지의 75% 이상을 탄소 에너지에 의존한다. 태양열, 풍력, 수력 등 재생 에너지는 탄소 에너지원에 비하여 에너지 밀도가 현저히 낮으며,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탄소 에너지원을 대체할 수 없다. 핵 에너지는 탄소 에너지를 대체할 잠재력이 있으나, 몇 번의 큰 사건 때문에 실제보다 그 위험이 지나치게 과장되게 인식되어, 지난 수십년간 전체 에너지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였다.

20세기 초반 암모니아를 통한 질소 고정 방법이 발명되면서 인류의 식량 문제는 크게 개선되었으며, 인류는 맬더스의 함정에서 벗어났다. 비료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절반 이상은 굶어 죽을 것이다. 비료를 생산하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에너지는 주로 탄화수소 에너지원에 의존한다. 쌀, 밀, 감자, 등의 주료 식량자원은 이러한 에너지의 집약체이다.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 재배 운동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무지의 소산이다. 

현대 물질 문명을 지탱하는 네가지 핵심 물질, 즉, 철, 시멘트, 암모니아, 플라스틱은 인류의 거의 모든 활동의 토대이다. 이러한 물질을 대체할 만한 것은 없다. 이러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며, 주로 탄화수소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가장 낮은 생산비를 찾아 전세계로 생산을 분산시키고 이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공급망은 1980년대 후반 이래에 빠르게 성장하였다. 운송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그 결과 생산성은 크게 높아졌으나, 근래에 선진산업국 노동자의 반발에 직면하여 후퇴하는 징후를 보인다.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에도 세계화가 일시적으로 후퇴한 경험이 있으므로, 앞으로 당분간 세계화가 후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가스 때문에 세계의 기온이 높아지는 온난화 및 기후변화 현상은, 이미 20세기 중반 과학자들에 의해 정확히 지적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서야 일반인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다. 부정적 혹은 긍정적인 방향의 극단적 미래를 이야기하거나, 공기중 이산화탄소의 비현실적인 감축 계획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는 점진적인 증가가 지속될 것이다. 1992년의 쿄토 회의 이래 많은 국제 회의와 결의가 있었지만,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구속력 있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그러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그 효과는 몇십년 후에나 나타나는데, 미국, 유럽 등의 선진 산업국이나 중국 등의 후발 산업국이 희생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이고 수사적인 선언보다, 폐기되는 음식물의 양을 줄이고, 육류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향으로 소비를 조정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이마저도 국제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이 책은 현대 물질 문명의 작동과 관련하여 거의 백과사전 식의 지식을 제시한다. 엄청난 양의 수치 자료들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읽기 어렵다. 저자의 박학다식에 경의를 표하게 되지만, 독자에게 친절하게 서술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저자는 미디어나 정치인들의 수사적인 주장이나 호들갑에 대해 과학자로서 냉정한 입장을 취한다. 읽기는 어렵지만, 이 책을 읽고나면 현대 물질 문명의 핵심을 파악한 느낌이 든다.